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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명상일지 4

작성자밤톨|작성시간26.06.12|조회수47 목록 댓글 1

<조깅 후 명상>

 

오후 5시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한 날씨를 보니 갑자기 오랜만에 좀 뛰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와 잠시 반겨주는 내 사랑하는 고양이를 안아준 후 곧장 옷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우선 집 단지 놀이터는 서향이라 해가 질 때 쯤이면 항상 햇빛이 맛좋게 내리쬐고 있다. 그래서 해바라기처럼 햇빛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햇빛을 따라 놀이터로 향했다.

 

깊은 호흡을 천천히 마시고 내쉰 뒤, 하루종일 바삐 움직인 머리를 식히고 몸을 이완시키기 위해 약간의 스트레칭을 했다. 어깨를 돌리고, 양쪽으로 허리를 돌리고, 등을 뒤로 젖혔다 앞으로 숙이고. 명상수업 때 하던대로 스트레칭을 하고는 잠시 몸 안의 느낌들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고.서서히 몸에 시동을 걸고 조깅을 시작했다.

 

한발짝 한발짝 씩 발을 땅에 내딛으며 힘차게 앞으로 나섰다. 뛸 수 있는 몸과 힘이 있음에 감사했다.

 

조금 뛰다 보니 오른쪽 발목 뒷편과 엉덩이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집중을 앗아갈 만한 정도의 통증이었지만 아파서 못 뛸 정도는 아니라 통증을 알아차리고 계속해 달렸다.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빠르고 적당히 천천히.

 

뛰다보니 앞에 언덕이 나타났다. 꽤 가파른 언덕으로 힘이 꽤 들게 생겼다. 덜컥 겁이나 왼쪽 샛길로 빠질까 잠시 생각도 했지만 오늘따라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용기의 힘이 더 컸는지 언덕 위로 전진했다.

 

한발짝 한발짝. 숨소리는 점차 거칠어졌고 몸은 조금씩 무거워지고 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들을 알아차리며 계속해 올라갔다.

 

힘들어서인지 뛰는 도중 어깨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숨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이 두 변화는 몸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았던 나는 의식적으로 어깨를 지긋이 내리고, 들숨을 짧게 날숨을 길게 하며 숨의 리듬을 조율했다.

 

약 20분 간의 뜀박질이 끝나고 다시 집 단지에 도착했다. 단지 내에 위치한 편의점에 들려 평소 좋아하는 새콤한 젤리 두봉지를 사들고 조깅을 시작했던 놀이터로 향했다.

 

해는 여전히 환히 놀이터를 비추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놀이터 벤치에 반가부좌로 앉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어깨를 펴고 턱을 내리고 어금니를 지긋이 깨물고 혀를 입천장에 데고 10분간의 명상을 시작했다.

 

우선 머릿속 생각들이 제일 먼저 보였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생각이었다. ‘걱정하는 생각이 있구나’ 알아차리고 알아차렸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머릿속이 조용해젔고 다른 곳으로 집중을 옮길 수 있었다.

 

왼쪽에서 청명한 새소리가 들렸고 오른쪽에선 끝없이 지나가는 차소리가 들렸다. 피부에는 땀방울들의 촉촉함과 스쳐가는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사람들의 존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과 거칠게 몰아치는 숨도 느껴졌다. 집중을 잠시 심장과 숨에 머물게 하고 명상을 이어갔다. 몸이 서서히 이완되고 차분해지는 변화를 알아차렸다. 길고 거칠던 들숨은 서서히 짧고 가벼워졌고 막혀있던 날숨은 점차 부드럽고 길어졌다. 그런 숨의 변화와 동시에 심장도 평소의 리듬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했다.

그 순간만큼은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부터 자유로웠고 그저 알아차리는 위치에 있었다.

생각은 생각으로, 감각은 감각으로, 감정은 감정으로 내 안의 눈 앞에 있는 그대로 나타나고 사라졌다.

이것이 명상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의식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맑아지는 흙탕물처럼 하나로 정리되고 모아졌다.

 

그러면서 인사이트가 하나 떠올랐다.

 

’아, 명상지도를 할 때 이렇게 알아차림 속에 잠시 가볍게 조깅을 해서 몸을 깨우고 좌선을 하는 것도 괜찮은 수업방식이 될 수 있겠다.‘

 

그러면서 춤명상의 경험이 생각났다.

 

예전에는 명상이란 앉아서 몸을 잊고 정신에만 집중하는 것인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란걸 요즘 점점 몸소 깨닫는다.

명상이란 오히려 지금껏 잊고 있던 내 몸을 다시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 몸을 알아가니 그만큼 마음도 정리가 되고 내 존재의 부분부분들이 서로 더 조화를 이루게 되는 느낌이다.

 

명상을 통해 몸을 알아가니 자고 있던 몸이 깨어나고,

몸이 깨어나니 집중력이 좋아지고 마음이 맑아지고, 

마음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좋아지니 명상이 더 수월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신수심법이 떠오른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몸을 알아차리니 마음이 알아차려지고, 마음이 알아차려지니 몸이 알아차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몸과 마음이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니 삶이 전체적으로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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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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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보현행 | 작성시간 26.06.20 new 밤톨님^^
    일상이 명상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알아차림 속에 있었던 몸과 마음에 깊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자신과 새롭게 만나며 살아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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