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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기 토 오전반 모임

명상 일지 #8 여전히 스스로와 친해지는 중 야옹(송희원)

작성자야옹|작성시간26.06.05|조회수60 목록 댓글 1

5월 14일
호흡에 유난히 집중되는 날이 있다. 오늘은 들숨과 날숨 사이의 멈추는 지점이 잘 느껴졌다. 의도한 게 아닌데, 그 숨과 숨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멈추게 된다. 쿰박이 일어난다고 해서 불편하진 않은데, 자연스러운 일인가?
10분 정도 멈추는 숨을 한껏 느끼다가, 뒤의 5분은 싱잉볼 울림과 함께했다. 싱잉볼 연주를 위해 움직이는 손, 싱잉볼 소리, 싱잉볼의 울림이 함께하다 보니 생각이 파고들 틈이 없다. 생각이나 감정보다 소리와 울림이 지속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울림이 오래 감각으로 남아 여운에 대한 명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 준다.
자애 명상은 여전히 어렵다. 나의 안녕과 평화, 건강을 말로 뱉어 보는데 차마 다섯 번을 넘기지 못하고 숨이나 미간에 집중하는 것으로 돌아온다. 평소보다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은 5월을 보내는 중이라 그런지, 주어진 일들을 잘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들숨을 유난히 크게 들이마신다.
나는 나름대로 깊은 들숨을 마신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숨이 늘 왜 이렇게 가쁘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브레스워크 체험을 하러 갔을 때, 들숨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감각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유난히 짧은 내 들숨을 인지할 때마다, 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여기’ 멈추어 바라보려 노력하는 나를 좀 응원해 줘야겠다.

5월 15일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운 날이었다. 그래서 15분 내내 싱잉볼에 집중했다. 싱잉볼을 연주하고, 그 소리를 듣고, 몸에 느껴지는 감각을 들여다보고, 손에 닿아 있는 도구의 느낌, 소리를 내려고 내가 만드는 움직임, 집중하려는 숨. 오롯이 숨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 도움받을 도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그 소리와 울림에 집중하다 겨우 호흡에 집중해 본다. 손발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연주를 멈췄지만, 여전히 소리와 울림 속에 들어 있는 느낌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명상으로 채우고 있다. 생각과 감정이 정리된 여유 공간에 더 많은 생각과 마음이 들어와 나를 괴롭히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일상이 더 단단해졌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얼른 알아차리고,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힘들었던 시간들과 다르게 생각의 맺음이 수월해졌다.
바쁘고 피곤한 날일수록 멈추어서 잘 바라볼 수 있길, 지금 여기서 단단할 수 있길 바라 본다.

5월 16일
글쓰기 명상 실습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조금 힘이 생겼구나, 라고 느꼈던 부분 중 하나가 드문드문 기록을 다시 하는 나를 알아차렸을 때였다. 어쩌다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두어 번 하던 것이 작년 연말부터 매일 일기 쓰기로 발전했다. 그리고 길었던 2년간의 심리상담이 올해 2월에 종료되었다.
상담의 종료와 함께 명상전문가지도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 명상 일지를 써야 했다. 명상 일지와 감정 일기를 함께 쓰기 시작했다.
명상 일지도 처음에는 참 어려웠다. 그래서 3월에 쓴 일기는 한 편으로 대충 뭉쳐서 첫 일지를 제출했다. 명상하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제법 필요했다.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감정과 생각의 표현이 전보다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매주, 지난 한 주간의 일기를 심도 있게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많이 만나는지, 어떤 표현을 주로 하는지, 스스로에 대한 분석의 시간도 갖게 되었다.
특정 감정이 올라오는 뿌리에서 생각이나 패턴이 보이고, 애매하게 흘러간 생각과 감정들도 보였다. 지나간 일기를 읽어 보면서 생각, 행동, 마음의 패턴과 변화들을 들여다본다.
명상하고,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느낀다. 두려움, 뿌듯함, 부끄러움, 숨기고 싶은 마음, 하지만 드러내고 싶은 마음까지 다양한 양가감정을 마주하고 있다.
약 두 달의 기간 동안 매일 명상하고 기록하면서, ‘두렵다’, ‘무섭다’, ‘화난다’, ‘기쁘다’, ‘행복하다’, ‘감사하다’라는 표현을 이전보다 기꺼이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무엇을 만날지 알 수 없음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이 너무 컸고, 무사히 이 과정을 마칠 수 있을지 자기 의심도 있었다.
약 10주간 매일 명상을 하면서 드는 생각과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을 내내 하고 있다.
글쓰기 명상.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알아차림을 키우는 것. 명상과 알아차림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마음을 정리하고 알아차리고 싶어 끝없이 일기를 써 왔나 보다.

5월 17일
명상협회 월례회에 다녀왔다. 굉장히 어색했던,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두 시간.
108배를 하신다 하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으나 무산되었다. 대신 20분 명상을 진행했다. 108배를 못 한 건 아쉬웠지만, 20분 명상도 좋았다. 빡빡한 오전 일과를 해치우고 와서 그런지 몸이 이완되고 숨에 집중하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50명 중 1인으로 섞여 있었는데도, 그 많은 사람들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신기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108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트를 깔아 놓고, 108배를 리드해 주는 싱잉볼 소리를 찾아 플레이했다.
처음에는 속으로 숫자를 세다가 어느 시점부터인가 생각도 감정도 숫자도 없이, 절하는 움직임과 움직이며 느껴지는 숨에만 집중되었다. 적당히 땀이 났고, 몸도 따뜻해졌다. 108배가 끝나고 나서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5월 18일
명상하면서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이 유난히 불편한 날이었다. 명상한다고 앉아 있으면서 생각을 따라가고 특정 감정에 치우치기도 하니, 잘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숨을 관찰하고 숨에 집중해 보려 했다. 생각도, 감정도, 몸도 매일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게 그럼 있긴 한 걸까?
숨 쉴 때조차 매 순간 변하고 있는데,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걸 붙들면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뭘 하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어 명상하는 시간이 번잡했다.
명상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마구잡이로 일기장에 쓰고, 다시 읽어 본다. 일기장에 거침없이 쓰고 나면 점점 더 밖으로 꺼내는 표현들이 조심스러워진다.

5월 19일
화요일은 수업이 가장 많은 날이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공기를 많이 먹어서 위가 아플 정도이다. 얼른 씻고 자리에 앉아야 한다. 숨 쉬어, 숨. 명상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코끝에 간질간질 숨이 드나드는 감각에 집중하니 가슴이 탁 트인다. 오늘 있었던 아쉬운 일,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쉴 틈 없이 일어나지만, 그래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내일 해야지 하고 잠재워 본다.
그러면서도 나 오늘도 열심히 살아서 그런가 보네 하고 스스로 다독여 보기로 한다. 과거의 것과 미래의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언제쯤 되려나.
그래도 이제는 지나간 것이구나, 오지 않은 것이구나, 지금 여기에 있어 보자 하고 알아차릴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사라지고 싶었던 시간들을 지나쳐 나는 감사하게도 지금 여기에 있다. 그 시간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 여기 있을 수 있어 정말로 감사하다.

5월 20일
명상을 숙제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걸까, 한 주 정도 의심되었다. 그래서 시간대를 요리조리 자유롭게 써 봤는데, 일과를 시작하기 전 아침과 마무리하며 잠들기 전 밤에 하는 게 가장 좋더라. 그렇게 습관이 되나 보다.
처음 명상을 시작하면서는 생각과 감정 그 자체에 대한 알아차림이 컸다. 일기로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회고하다 보니 두루뭉술했던 것들이 또렷해진 것 같다.
취향, 흐름, 변화 같은 것들이 보였고, 왜 이런 것이 보이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안에서 내가 가진 욕심을 볼 수 있었다.
매일 스스로를 들여다본다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아직까지는 명상의 기쁨과 성찰에서 오는 깨달음보다, 덮어 두었던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나는 매일 나를 들여다본다. 지나간 것에 묶이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허상을 쫓지 않도록.
매일 명상하기 두 달. 처음 명상을 시작했던 그때처럼, 여전히 스스로와 치열하게 친해지고 있나 보다.

5월 21일
기분, 감정과 상관없이 무조건 자리에 앉아서 하는 아침 명상.
늘 그렇듯 숨에 집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일어나는 생각들을 한없이 쫓아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웃기게도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폭력배 같은 생각 무더기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일기를 쓰고,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참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사람이구나. 그러면서도 욕심쟁이구나.
명상과 명상 기록이 혹시 강박이 된 건 아닐까 한동안 고민스러웠다. 일상이 무너진 채로 몇 년을 지내다가 숨통이 트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 더 조심스럽다.
심리상담이 마무리되면서, 나를 돌보는 다른 방식으로 명상이 들어왔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된다.
그래서 매번 떠올린다. 명상이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변화는 분명히 느껴진다.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숨이 쉬어진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일상의 순간 속에서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생겼다. 생각과 감정이 여전히 어지러워도 숨 쉬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지면, 생각과 감정이 잦아들면서 진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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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말환 | 작성시간 26.06.12 야옹도반님, 매일 매일 명상을 체험하면서, 떠 오르고 지나가는 생각이나 감정을 호흡을 통해 있는 그대로 멈추어 지켜보고자 수행하는 모습에

    ********격려를 보냈니다. 일상의 바쁜 틈속에서도, 잠시나마 자기 자신과 온전하게 지켜보는 정진!

    ******오늘날의 정진처럼 지속하며, 틈틈이 수행하다보면,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며, 스스로 깨어있는 지혜를 자각할 것 입니다.

    *****열심히 틈틈이 시간을 내어서 수행하기를 기대 합니다. 명상지도자로써, 수고 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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