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명상
몇 해 전 수행처에서 먹는 순간에도 사띠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 있습니다. 처음 잠깐은 가능했으나 식사시간 내내 지속하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순간은 마음이 앞서 알아차리기도 전에 씹어 삼키기 일쑤였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행하기로는 호흡, 걷기, 먹기 모두 마찬가지지만 먹기명상이 가장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번 건포도 먹기 명상은 아주 천천히 오감을 통해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며 모든 감각을 총동원할 수 있어 집중도 잘 됐고 분명한 알아차림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건포도를 그저 바라보는 행위가 어색했지만, 낯설게 바라보고자 마음을 내니 정말 그것이 음식의 개념을 벗어나 법을 담은 존재로 나와 닿아있음이 보여 놀라웠습니다.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과정에서 몸이 완전히 이완되었는지 건포도를 씹을 때는 턱에 실리는 상당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삼키면서는 그 과정에서 쓰이는 목의 근육과 목으로 넘어가는 건포도의 질감도 느껴졌습니다. 마치 난생처음 씹고 삼키는 듯 먹는 행위가 낯설게 느껴졌고, 먹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와 몸의 수고로움이 보였습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먹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새로이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음식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입에 넣기 바빴던 것들이 실은 하나하나 인연을 담고 나에게 닿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욕으로 움직이는 나의 몸에 대한 생각도 했습니다. 저의 경우 음식을 먹을 때, '살기 위함' 과 '탐심'이라는 두 가지 마음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살기 위해 먹지만 아주 많은 경우(어쩌면 매 순간) 더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 위한 탐심이 함께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쓰이는 에너지와 몸의 수고로움을 생각해 봤습니다. 먹을 때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탐심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를 돌이켜 봅니다. 12연기의 시작인 무명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