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인간시장(MBC, 1988)

작성자나누리|작성시간06.04.01|조회수2,200 목록 댓글 1


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출연 - 박상원, 박순천, 정성모

어느 시대나 '영웅'의 이미지로 각인된 인물이 있다. 이소룡이 그랬을 것이고, 주윤발이 그랬다. 어쩌면 아주 먼 옛날에는 '홍길동'이 그러한 영웅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폭력을 사용하지만, 주먹이 나아가는 곳에는 언제나 '악'이 있어 정당성을 얻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영웅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싸움실력'이다. 돈도 없고, 집안도 별 볼일 없어도, 왠만한 싸가지와 주먹이면 기본옵션은 갖추어 진 것. 단, 생긴 건 좀 잘생겨야 하겠다.

'장종찬'도 그런 이미지의 영웅이다. 사법고시에 연속으로 낙방하고, 도박과 소매치기, 무술 등을 잡기에 능하지만 그저 그런 입장에서 사는 사람. 하지만, 그가 도착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신나는 활극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대상은 정확히 이야기해서 '불쌍한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악당'이다.

이 드라마는 1980년대 초반.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김홍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에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인신매매', '사이비 종교', '달동네 판자촌의 생활'등을 다루고 있었던 이 소설은 9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해서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역사에 있어서 볼 때는, 아마도 안티히어로 이미지를 보여준 첫 번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80년대 중반, 이정길이 주연했던 '암행어사' 이후로 첫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웅일 듯. 드라마 속의 '장종찬' 역시 많은 사회악을 응징하던 인물이었다.

드라마 '인간시장'은 5부작으로 이어진 시간 속에서 크게 3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인신매매, 철거민, 악덕교도소장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드라마 속의 몇몇 명장면들을 떠올려 보자. '인신매매' 에피소드에서는 종찬이 사랑하는 여기자 '다혜'가 위장침입을 했다가 일을 당할 뻔 한다. 이때 종찬이 뛰어들어 그녀를 데리고 나오는 데, 이때 시장골목에서의 액션이 펼쳐진다. 정신 없이 다혜의 손을 잡고 뛰어가던 그는 악당이 나오자 바로 날아올라 발로 그의 면상을 후려친다. 나의 어릴 적 눈 마치 그것이 무용의 한 장면인 듯 착각되었고,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베게를 놓고 수도 없이 연습한 액션으로 기억된다.

또 하나, 악덕 교도소장을 다룬 이야기에서 박상원이 분한 장종찬은 그의 반정부적인 대학생 친구(정성모)와 함께 서대문교도소의 높은 굴뚝에서 뛰어내리고, 담을 넘는 등 위험한 액션을 보여준다. 굴뚝 위에서 뛰어내려 땅에서 세 번 연속 구르기를 한 후 멋지게 착지한 그 모습은 여느 한국액션영화가 보여주던 '공중에서 두 번 돌아 내려앉기' 만이 멋있는 게 아님을 알려주었다.

탤런트 '박상원'은 인간시장을 회고하면서, 자신에게 많은 인기를 가져다 준 작품이지만 또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작품의 성격을 규정해준 드라마로 이야기한다. 사회성 짙은 이야기를 다루었던 '인간시장'으로 시작하여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해빙'등의 작품에서도 '장종찬'이 가진 사회 비판적인 의식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길 원했던 PD들의 생각 때문이었을 듯.
물론, 그 사이에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랐던 '서울시나위'가 있었으나, 이것도 '장종찬'이 가진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불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파악된다.

또 하나, 종찬의 연인(?)으로 나온 '오다혜' 또한 '인간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종찬에게는 은근슬쩍 애정을 내비치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무모하다 싶은 장총찬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다혜에게 장총찬이 하는 말.
"나는 다혜가 이렇게 떠들어대면, 왠지 뽀뽀하고 싶어진단 말이야."

하지만, 다혜는 비단 영웅의 히로인으로서만 등장하는 양념캐릭터가 아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어려운 시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맹렬여성으로 그려진다. 기존의 영웅드라마가 순종적이고, 단아한 이미지의 여성캐릭터를 등장시켜 남성의 마초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다혜'는 당시 드라마에서 볼 때 조금 더 앞서간 여성이었던 것. 오히려 '장종찬'에게는 '김두한'의 애인들보다도 다혜가 더 멋들어진 파트너 였다.

정의와 사랑의 드라마였던 '인간시장'. SBS에서는 2004년 3월 영화배우 '김상경'을 내세워 '신인간시장'을 방영한다고 한다. 과거에도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인 만큼 흥행에 대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을 터. 게다가, 현대적인 테크닉을 이용해 '장종찬'의 액션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물론, 과거의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향수 어린 자극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우려되는 점이다. '장희빈', '김두한'과는 다르게 '장종찬'이란 인물은 '박상원'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과 현대적인 카메라 워크가 오히려 하나의 키치적인 결과물만 내놓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씹을 때 씹더라도 우선은 새롭게 포장된 '인간시장'이 기다려진다. 늘상 들리는 말이지만, 당황스런 시대에는 항상 '영웅'을 기다리게 마련. 먼 옛날의 '홍길동'이 그랬듯이 그 나마 TV를 통해서라도 속시원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바램이다.
과연, '장종찬'이 다음에 혼내줄 그 자는 누구일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재훈 | 작성시간 07.04.06 마지막 장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신기하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