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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절(高節)의 일지매(一枝梅)♤

작성자정동진|작성시간26.06.23|조회수31 목록 댓글 0



*고절(高節)의 일지매(一枝梅)

1)천연정(天然亭)의 희맹(戯盟)

이조 명종대왕(明宗大王) 때 화창한 봄날이었다.
명종이란 임금은 재위가 불과 몇해 안되지만 훌륭한 임금이었다.
당대의 거물들을 모두 자기의 부하로 삼고자 하였으나 하늘은 불행하게도 이 어린 임금에게 수(寿)를 주지 아니하였다.

화창한 봄날 떨어지는 꽃을 아끼는 문인 묵객들이 지는 꽃을 서러워하여 바야흐로 실록이 우거지려는 서대문 밖 천년정이라는 정자에 모였다.

봄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 익고, 하늘은 맑을 대로 맑고,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당대의 인물들인 모양으로 도도한 문장론, 시론,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와 문학으로 담론이 풍성하였다.

일기당천의 쟁쟁한 문장과 식견을 소유한 제사들인 모양이었다.
취흥이 도도해짐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담론 풍발하여 그칠 줄 몰랐다.
이날의 천연정은 마치 이들을 위하여 생겨난 것 같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영웅이요, 호걸 들이었다.

술이 있어야 호걸이 모이고 돈 떨어지면 영웅도 없는 것이었다.
술 있고, 명망 있고, 돈 있고, 위풍 있는 제사들의 모임이야말로 누가 그들을 당해낼 것인가?

이날의 주인공은 새로 평안감사(平安監事)로 부임하는 김상국(金相国)이었다.
다정한 친구들이 모여서 그를 위하여 축하의 잔치를 베푼 것이었다. 평안 감사는 외임(外任)으로는 모든 사람들의 선망(羡望)의 표적이었다. '호강 감사'라고 불리우는 것이 평안 감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생과 처첩에 둘러싸여서 대대로 중국 무역으로 치부를 한 평안도 상인들을 토색하여 이년만 지내면 한평생 먹을 것이 넉넉히 생긴다고 했다.

그러므로 외임으로 비록 내직에 판사보다는 훨씬 격이 아래지만 잘 지내면 한평생 굶지 않고 먹을 것이 생겼으므로 모두 제각기 이 자리를 탐내는 것이었다.

요새 말로 웬만한 빽으로는 그 자리를 얻어 가기 힘드는 자리였다. 더욱 팔도의 도백들이 모두 쌀로 보수를 받았지만 평안 감사만은 돈으로 받았고, 아름다운 서도에 평양 기생들이 모두 삼천 궁녀 모양으로 수청을 들 수가 있으니 그 자리는 완전히 조그마한 제왕(帝王)의 자리와도 같았다.
남아(男兒)로 생겨나서 어찌 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랴.

그러므로 평안 감사를 한번 지내고 한양으로 와서 도맥이 잔치를 한번 하지 않으면 그 집 대문에다 큼직하게 도야지 한 마리를 그려 놓는다는 것이 옛날로부터 전해 오는 풍습이 있다.
"도야지 모양 혼자만 먹는 놈....." 이란 말인 것이다.

평안 감사는 실로 침 흘리는 자리인데 김상국이 이것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취흥이 도도할수록 모인 사람들은 제각기 떠들어댄다.
웃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고 시짓고, 하루의 해가 한나절이 훨씬 넘어서였다.

그중 제일 떠들던 젊은 풍류랑(郎) 한 사람이 자리를 굽어보며 김상국을 향하여 "이 사람 상국이, 자네가 평안 감사로 부임한다니 한 가지 알려 줄 말이 있네.
평양에 일지매(一枝梅)란 기생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어떻게 그가 아름다운지 온 평양 성중이 일지매로 말미암아 훤하다네 그런데 그 년이 어떻게 도도한 년인지 역대 감사의 수청을 모조리 거절하였다네. 매서운년이라는 말이야.
평양엔 곧 잘 그렇게 매서운 년이 가끔 출생하거든.....

어떤가?
이 사람 상국이, 이번에 가면 한번 일지매로 하여금 수청 들리게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 말에 침을 흘리고 들었다.

평안 감사가 된 김상국도 일지매의 이야기는 들어 아는 모양으로 "아 일지매 말인가.
일지매의 선성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이번에야 영락 없지, 나 같은 영웅 호걸을 제깐년이 어림 있나.
이번에는 수청 들리고 말고, 이번 가면 나의 하나의 큰 소망은 일지매를 내것으로 만드는 것일세"

"이 사람아 선정 사또가 될 생각은 하지 않고 기생 수청드릴 일 생각부터 먼저 하고 있네, 그려.
그렇지만 일지매가 자네 한테 고이 정조를 바칠 성 싶은가?"
이때 옆에 앉아 있던 임백호(林白湖)가 출반좌하고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는 예조 참판을 지낸 바 있는 천하의 풍류 남아였다.

그가 얼마나 풍류 남아였는가 하는 것은 다음 일화로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일찍기 평안 감사로 부임하는 길에 그가 송도에서 황진이를 찾았으나 송도 사람들이 "그 이는 벌써 저세상으로 갔는 걸로 하자."
언제 갔느냐고 물으니 "한 달쯤 될까요 했다."
임백호는 거의 울상이 되어, 술과 안주를 장만하여 가지고 진이의 무덤을 찾아서 술을 뿌리고 시조를 지었다.

청초 우거진 곳에 자는가 누웠는가?
홍안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잔들어 권할 이 없으니 그럴 서러워하노라.

하는 황진이의 조상소식이 알려져 관관들에 의하여, " 복명하고 부임하는 자가 기생 무덤에서 제사를 지내다니....." 하는 탄핵을 당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임백호였다.

천우의 풍유객 임백호가 지금 이 자리에 참여하였던 것이다.
"일지매 상국이로는 어림도 없네. 자네가 권세로 위협하여 수청 드리려면 더욱 안 될 것이야, 또 자네가 황금으로 꾀인다 해도 그는 더 더욱 안 될 것일세.

일지매는 상당히 도도한 기생이야.
암! 안 되고 말고 일지매를 손아귀에 넣을 만한 사람은 나 임백호 밖에 없을 거야.
으하하하! 으하하하!
어떤가? 나의 의견이?"
본시 호탕하고 거리낌없이 말하는 백호였다.
그는 웃음 소리조차 호호탕탕 하고 자신 만만한 하였다.

좌중은 모두 임백호의 말을 듣고 과연 일지매를 점령할 사람은 임백호 밖에 없거니 하고 생각되었다. 이십 전에 벌써 알성과에 등과한 임백호였고 황진이의 무덤에 제사까지 하였던 그 였다.

김상국이 임백호의 말을 되받았다.
"아마 나는 나 자신을 반신반의 해 보내, 일지매의 주인이 되어지는지 어떨는지?
만일 내가 일지매에게 실패하는 날에는 임백호 형을 부를 테니, 그때 한번 와서 일지매를 후릴 자신이 있는가?"
"암, 그거야 물론이지.
자네가 안 된다면 내가 불원 천리하고 평양으로 감세.
내가 한번 가기만 하면야 그까짓 일지매쯤이야.
그녀는 위무(威武)와 부귀(富貴)로서는 잘 안 될 것일세."
"만일 자네라도 잘 안 되는 경우면 과연 어떻게 할 터인가?"
"그거야?
우리 작정할 탓이지.
내가 만일 일지매를 함락 점령하지 못할 경우엔 평생을 두고 그대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네.
그 대신 내가 만일 일지매를 점령하게 되었을 때 자네는 어떻게 할 터인가?"

"그래, 그러면 자네가 만일 일지매 와 사랑을 완성할 때는,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추념을 해서라도 자네와 일지매와의 사랑의 살림살이를 마련해 주겠네, 우리 한번 그렇게 작정하고 실천해 보세."
하고 굳은 맹세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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