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날으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난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의지적. 설득적. 단정적
어조 - 단호하고 확고한 어조
특징 - 자연사물에 화자의 신념과 의지가 투영됨
- 1,2연의 구조를 반복하여 구조적 안정성을 도모하며 주제 의식을 점층적으로 강조함
제재 - 폭풍
구성 - 1연 : 난관을 대하는 소극적 태도의 부정
2연 : 난관을 대하는 소심한 태도의 부정
3연 : 주체적인 나무의 모습
4연 : 의지적인 새의 모습
5연 : 더해지고 깊어지는 고난
6연 : 소극적인 태도의 부정(반복. 수미상관적-1연)
7연 : 지양해야 할 부정적인 삶의 태도
주제 - 인간이 스스로 이겨 내야 할, 삶의 일부분으로서의 폭풍
힘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삶에의 의지
■ 시어 분석
폭풍 ⇒ 위험, 난관, 고난, 역경
기다리는 일 ⇒위험이 비켜가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
‘옳지 않다’ ⇒ 단정 적 표현 : 단호한 의지의 표명
폭풍을 바라보는 일 ⇒ 난관을 두려워하는 소심한 태도
스스로 폭풍이 되어 ⇒ 적극적인 대처. 주체적 대응의지
머리를 풀고 ⇒ 의인법
나무 ⇒ ‘주체적인 사람’의 상징
새 ⇒ ‘의지적인 사람’의 상징
은사시나무 ⇒ 버드나뭇과의 낙엽 고목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 난관, 고난, 역경이 더해질지라도
한송이 꽃 ⇒ 고통을 피해 간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의 상징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공포와 회피의 대상이던 폭풍을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며 또한 우리 삶의 일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의미 있는 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 현상으로서의 폭풍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이 가진 것을 일순간에 앗아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인간은 폭풍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한다. 작가는 폭풍으로부터 인간의 삶의 한 부분으로서의 시련을 읽어 내고 있다. 폭풍으로부터 새로운 문화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치는 민족적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극복해야 할 시련이자 고통으로 확대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시는 매우 간명한 구조로 인해 이해가 수월한 작품이다. 그러나 화자가 지향하는 삶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읽는 독자는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이 시에서 ‘폭풍’이 환기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폭풍을 연상하노라면 이 시에서 화자가 상정한 역경의 강도를 짐작하게 되고 또한 그것에 맞서려는 화자의 강렬한 삶의 의지와 태도를 읽게 된다. 한편 그런 화자의 의지와 태도를 읽게 만드는 또 하나의 시적 장치는 어조다.
이 시의 어조는 매우 단호하고 확고하다. ‘~은 옳지 않다’라는 말의 반복을 통해 올바르지 못한 삶에 대해서, 삶의 태도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정한다. 한편 화자가 올바르다고 생각한 삶의 모습과 태도에 대해서는 ‘~을 보라’와 같이 명령형 어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삶에 대한 화자의 의지가 매우 확고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만큼 누가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