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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

살아있는 날은 - 이해인

작성자바람처럼|작성시간14.11.20|조회수335 목록 댓글 0
살아있는 날은 -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내 혼에 불을 놓아>(1979)

■ 주제 : 절대자를 향한 신앙적인 삶의 다짐.
■ 구성
1연 : 삶을 사는 자세
2연 : 끊임없는 성찰의 자세
3연 : 정직한 삶의 소망
4연 : 절대자에게 순종하는 삶의 다짐
5연 : 절대자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삶

■ 이해와 감상

    ‘살아 있는 날은’이란 제목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붙인 제목이다. 제목 자체로 보아도 ‘살아 있는 날’은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의 시임을 알 수 있다. 죽음을 의식하는 화자는 하루하루를 아끼며 정성스럽게 글을 쓴다. 시를 쓰는 것은 삶의 전부인 신에게 바치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는 화자의 마음에 들지 않기에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쓴다. 그러면서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여도 단정하고 꼿꼿한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연필은 화자의 바람이 투영된 곧고 올바른 삶의 표상이 된다. 이런 자기 희생을 통한 구원의 과정을 거쳐 4연에 이르면 마침내 연필이 된 화자가 자신이 궁극적으로 이르고자 했던 시의 경지, 즉 어둠을 밝히는 진리의 말씀으로 ‘당신이 원하시는’ 시를 쓰게 된다. 그렇게 정결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조용히 신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시적 화자는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단정하고 정직한 자세로 절대자에 순종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며 살아가겠다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의지는 ‘연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통해 구체화되면서 ‘살아 있는 날’을 의미 있게 보내겠다는 기도조의 목소리를 통해서 경건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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