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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

꽃덤불 - 신석정

작성자바람처럼|작성시간14.11.24|조회수114 목록 댓글 0
◎ 꽃덤불   - 신석정 -
                                                              민근홍 국어교실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
                                  - <신문학>(1946) -

   [ 개관 정리 ]

■ 성격 : 상징적, 독백적, 비판적, 관조적, 참여적
■ 시어의 의미
    태양 → 장차 이루어야 할 조국의 미래에 대한 소망
            민족 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부재의 존재론'으로,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논리.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 식민지 시대의 황량하고 음울한 상황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던
                                               민족적 체험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았느냐? →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이 얼마나 절박하고 깊었던가를 알 수 있
                                                 는 표현
    영영 잃어 버린 벗 → 목숨을 잃어 버린 벗
    멀리 떠나 버린 벗 → 조국 해방을 위한 노력을 포기한 벗
    몸을 팔아 버린 벗 → 생계나 목숨을 위해 노동이나 협력을 통해 일제에 동조한 사람
    맘을 팔아 버린 벗 → 변절자, 전향자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 이 시가 외재적 배경을 지니고 있음을 단적으
                                                          로 드러낸 문장으로, 광복 직후에 씌어졌음을 알 수 있음.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 광복이 되었음에도 좌우익의 이념 갈등 등으로 겪어야만 했던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나타
            낸 부분
           '달'은 주로 '태양'과 대립적 이미지나 상징으로 쓰이는데, 달은 변화, 냉혹, 시간의 추이, 계
            절의 섭리 등의 의미를 띠는 반면, 태양은 불변, 절대 가치, 강렬함, 따뜻함 등으로 상징됨.
    오는 봄 → 완전한 광복이 이루어지는 시간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해방공간 속에서도 태양(꽃덤불)에 온전히 안기지도 못한 상황
                          임. 꽃덤불에 아늑히 안기는 것이야말로 당대 우리 민족 전체가 갈망하는 세계의
                          시적 형상화임.
■ 주제 ⇒ 조국 광복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사회 건설에 대한 기대감

   [ 시상의 전개(짜임) ]
■ 1연 : 일제 식민치하에서의 독립 투쟁
■ 2연 :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쓴 고통 회상
■ 3연 : 독립 투쟁의 과정에서 죽고, 유랑하고, 변절·전향한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 4연 : 일제 36년의 끝남
■ 5연 : 해방공간에서, 새로운 국가(사회) 건설에 대한 기대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1946년 해방 기념 시집에 수록된 시로서, 신석정 특유의 낙원 회귀의식은 여전하지만, 해방 기념 축시이기에 신석정 특유의 신화적 서정성보다는 시의 뼈대만이 강조된 느낌이 짙다.  광복의 시대에 태양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꽃덤불로 덮인 낙원을 기다리는 시적 상상력은 다소 단순하면서도 설명적인 느낌을 준다.

광복을 빛의 회복이라 할 때, 그 빛의 강렬함을 가장 극적으로 제시해 줄 수 있는 단어는 '태양'일 것이다. 태양을 다시 갖는다는 것은 일제 강점기를 산 사람들의 내면에 깊숙이 타오르는 강렬한 염원이기도 했다. 태양이 없는 일제 암흑기와 태양이 다시 떠오르는 광복이 항상 대립적인 이미지로 제시되는 것은 태양이 주는 빛, 광명, 희망, 생명력 때문이다. '꽃덤불'은 이 태양 빛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빛의 '난폭한' 세례를 의미하면서 희망의 덩어리가 우리 민족에게 한꺼번에 무더기로 주어졌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강렬하고 역동적인 생명의식을 느끼게 한다.

특이하게도 시인은 아직 완전하고 실질적인 광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광복의 감격과 새 나라 건설에 대한 희망에 들떠 이성을 잃고 당대 현실을 맹목적으로 인식했던 다른 시인들에 비해, 신석정의 이 시는 심정적인 차원이기는 하지만 새 나라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 냉철함이 진정한 광복에 대한 희망을 더 강력하고 내밀하게 드러내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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