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현대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작성자바람처럼|작성시간14.11.24|조회수1,404 목록 댓글 0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민근홍 언어마을

사랑하는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는 내용을 담은 이 시에서 사랑의 대상은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 등으로 요약된다. 참여시의 한 양식으로서 연시(戀詩)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감상해보자.

■ 작가 소개

황지우(黃芝雨 1952- )
시인. 전남 해남 출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의 입선과 <문학과 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83년에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간행하고 그 해 제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제2 시집 <겨울-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제3 시집 <나는 너다>, 제4 시집 <게눈 속의 연꽃>을 냈다. 황지우의 작품들은 대체로 회화적이면서도 감각적 이미지들이 현실의 상황을 아파하는 시인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 시 전문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서정적. 희망적, 연시적, 참여적, 감각적
  ․ 어조 :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이 나타난 어조
  ․ 제재 : 기다림
  ․ 주제 :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레는 기대감,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
  ․ 출전 : <게 눈 속의 연꽃>(1991)
  ․ 시적 화자의 대응 변화

수동적 자아                         →        능동적 자아
       ↓                               ↓
기다림
쿵쿵거리는 가슴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        너에게로 감
                                                      문을 통해 쿵쿵거리는 발자국을 따라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의 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 너'이지만, 화자는 오히려 '너'에 대한 기다림을 설레는 기대감과 행복하고 충만한 심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만남의 시간이 될 미래와, 기다림의 시간인 현재에 대하여 다 같이 축복을 내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정작 '너'를 만나게 될 미래보다도 그 미래를 기다리는 현재를 더 축복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라는 시간은 화자에게 있어서 '너'가 멀고 먼 곳에서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시간이며, 또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라는 마지막 행에 나타나듯이, 이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화자가 '너'와 더 가까워지는 축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 이해와 감상2

이 시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표면상 연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면의 의미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다. ‘네가 오기로’ 했다는 첫 행의 전체를 통해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기다리는 동안 모든 사물의 움직임과 소리가 ‘너’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쿵쿵, 바스락’과 같은 의성어들은 이 시의 감정적 울림을 더욱 폭넓게 해준다. 초조한 기다림 속에서 그대가 오지 않을 때 시적 화자는 ‘너’를 찾아 나선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향해 시적 화자도 떠나는 것이다. ‘멀다’는 시어를 통하여 역사적 혼돈이 얼마나 깊었는가를 암시해준다. 또한 스스로 ‘너’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역사의식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내’가 가지 않으면 너를 만나는 일은 더 오래 기다려야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다.

● 기다림에 대한 작가의 말

기다림이 없는 사랑이 있으랴. 희망이 있는 한, 희망을 있게 한 절망이 있는 한, 내 가파른 삶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게 한다. 민주, 자유, 평화, 숨결, 더운 사랑. 이 늙은 낱말들 앞에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초조하다. 기다림은 삶을 녹슬게 한다. 두부 장수의 핑경 소리가 요즘은 없어졌다. 타이탄 트럭에 채소를 싣고 온 사람이 핸드 마이크로 아침부터 떠들어 대는 소리를 나는 듣는다. 어디선가 병원에서 또 아이가 하나 태어난 모양이다. 젖소가 제 젖꼭지로 그 아이를 키우리라. 너도 이 녹같은 기다림을 네 삶에 물들게 하리라.

■ 학습문제

1. <보기>를 참조하여 이 작품을 감상한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것은?

< 보기>
두부 장사의 핑경 소리가 요즘은 없어졌다. 타이탄 트럭에 채소를 싣고 온 사람이 핸드마이크로 아침부터 떠들어대는 소리를 나는 듣는다. 어디선가 병원에서 또 아이 하나가 태어난 모양이다. 젖소가 제 젖꼭지로 그 아이를 키우리라.

① 형식적으로는 연시(戀詩)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은 시대 현실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② 기다림에 지쳐 마침내 너에게 가는 것은, 수동적 화자가 좀더 적극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어.
③ ‘핸드 마이크 소리, 젖소의 젖꼭지’로 표현되는 억압적 요소들이 사라지고, ‘두부 장수의 핑경 소리’ 같은 인간적인 세계가 되기를 소망하는 작품이다.
④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닫히는 문, 먼 데서, 오랜 세월’ 등은 네가 오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⑤ ‘너는 오고 있고’ ‘나는 가고’ 있으므로, 언젠가 나는 반드시 너와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첨부파일 너를_기다리는_동안.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