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고전 운문

[가사] 용부가(庸婦歌) - 작자미상

작성자바람처럼|작성시간14.11.24|조회수173 목록 댓글 0
가사 - 용부가(庸婦歌)
                            작자미상
                                  민근홍 언어마을

<원본>
흉보기도 싫다마는 저 부인(婦人)의 거동(擧動) 보소.
시집 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흉을 잡아 내네.
계엄할사 시아버니 암상할사 시어머니.
고자질에 시누이와 엄숙하기 맏동서라.
요악(妖惡)한 아우동서 여우 같은 시앗년에
드세도다 남녀 노복(奴僕) 들며 나며 흠구덕에
남편이나 믿었더니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세라.
용렬한 부인의 시집 식구 흉보기
여기 저기 사설이요, 구석구석 모함이라.
시집살이 못하겠네 간숫병을 기울이며
치마 쓰고 내닫기와 보찜 싸고 도망질에
오락가락 못 견디어 승(僧)들이나 따라갈까?
긴 장죽(長竹)이 벗이 되고 들 구경 하여볼까?
문복(問卜)하기 소일이라
겉으로는 시름이요 속으로는 딴 생각에
반분대(半紛黛)로 일을 삼고 털뽑기가 세월이라.
시부모가 경계하면 말 한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걱정하면 뒤받아 맞넉수요.
들고 나니 초롱군에 팔자나 고쳐 볼까.
양반 자랑 모두 하며 색주가(色酒歌)나 하여 볼가
남문 밖 뺑덕어미 천생이 저러한가 배워서 그러한가
본 데 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침
싸홈질로 세월이며 남의 말 말전주와
들며는 음식 공논 조상은 부지(不知)하고
불공(佛供)하기 위업할 제 무당 소경 푸닥거리
의복 가지 다 내주고
남편 모양 볼작시면 삽살개 뒷다리요
자식 거동 볼작시면 털 벗은 솔개미라
엿장사야 떡장사야 아이 핑계 다 부르고
물레 앞에 선하품과 씨아 앞에 기지개라
이집 저집 이간질과 음담패설 일삼는다.
모함(謀陷) 잡고 똥 먹이기
세간은 줄어가고 걱정은 늘어 간다.
치마는 절러 가고 허리통은 길어 간다.
(후략)

< 현대어 풀이>
    
흉보기가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을 보소
시집 간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가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여 시집 흠을 잡아내네.
계엄한 시아버지에 암상스런(남을 미워하고 시샘을 잘 내는 잔망스러운 심술) 시어머니
고자질 잘하는 시누이와 엄숙한 맏동서여.
요사스럽고 악한 아우 동서와 여우 같은 시앗년에
드세구나 남녀 하인 들며나며 흠구덕에(남의 허물을 험상궂게 말함)
남편이나 믿었더니 열 번 찍은 나무가 되었구나.

여기저기 말이 많고 구석구석 모함이라.
시집 살이 못하겠다고 자살하려고 간수를 마시고.
치마를 쓰고 내닫기도 하고 봇집을 싸 가지고 도망하기도 하며
오락가락 견디지 못해 스님이나 따라갈까
긴 담뱃대 벗삼아서 들 구경이나 하여 볼까
점치기로 세월을 보내는구나
겉으로는 시름에 쌓여 있지만 속으로 딴 생각에
얼굴 단장으로 일을 삼고 털 뽀기로 시간을 보낸다.
시부모가 타이르면 말 한 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나무라면 뒤받아 대꾸하고
드나드는 초롱꾼에게 팔자나 고쳐 볼까.
양반 자랑은 모두 하면서 색줏집이나 하여 볼까
남문 밖 뺑덕어미처럼 천생이 저러한가 배워서 저러한가
본데 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춤(두 사람을 대질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고 남의 말 옮기기와
들어와서는 음식 얘기, 조상은 안중에 없고
불공드리기로 일을 삼을 때 무당 소경 푸닥거리에
의복들을 다 내주어
남편 모양을 볼 것 같으면 삽살개 뒷다리처럼 초라하고
자식 모양 볼 것 같으면 털 빠진 소리개처럼 헐벗었다.
엿장사, 떡장사를 아이를 핑계로 다 부르고
물레 앞에서는 하품을 하고 씨아 앞에서는 기지개를 켠다.
이집 저집 이간질시키고 음달패설하는 것으로 일을 삼는다.
남을 모함하고 골탕 먹이기
살림살이는 줄어가고 걱정은 늘어만 간다.
치마는 짧아 가고 허리통은 길어간다.

< 시어 및 시구 풀이>
  
*  계엄할사 : 마음이 컴컴하고 욕심이 많기도
*  암상할사 : 샘하는 마음이 많다.
*  요악(妖惡)한 : 요사하고 간악한
*  흠구덕 : 남의 허물을 험상궂게 말함
*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로, 여럿의 등쌀에 기어코 마음이 그렇게 쏠렸다는 뜻
*  반분대(半粉黛) : 옅은 화장
*  맞넉수 : 맞적수. 마주 대꾸하기
*  초롱군 : 초립동(草笠童). 초립을 쓴 아이
*  말전주 : 말을 여기저기 옮기는 것
*  위업(爲業)할 제 : 일삼을 때
*  선하품 : 흥미 없는 일을 할 때 나오는 하품
*  씨아 : 목화씨를 빼는 기구
*  절러 : 짧아

출전    <경세설(警世設)>

< 작품개괄>
  
-작가    작자 미상의 작품

-갈래    서민가사, 계녀가사
※ 계녀가사(誡女歌辭) → 여자들의 행실을 경계(警誡)하는 내용의 가사. <계녀가>, <부인요람>, <괴똥어미전> 등이 대표적인데, 유가적 이념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제이다.

-연대    조선후기

-성격    경세가, 교훈가, 풍자적, 해학적

-출전    <경세설(警世設)>

-주제    1. 여성들의 비행 비판
            2. 여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깨우침

-표현    1. 과장되고 속된 표현
            2.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
            3. 대구법, 열거법, 과장법, 풍자


<작품 해제>  

이 작품에 표현된 여인의 모습이 당대 여인들의 일반적 생활은 아니다. 이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하여 현실적 비난을 피하려는 의미도 이 속에는 숨어 있다. 감정의 직설적 표현을 통하여 현실의 모순과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순연한 토속미와 삶의 고달픔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읽어 보자.

내용이 다소 과장되고 표현이 속된 것도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로 토속미가 풍긴다. 풍자와 유머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의 흉을 잡아낸다는 서두와 점치기와 치장으로 소일하고 불공과 무당 소경 푸닥거리로 위업을 한다는 것은 실감나는 표현이며, 끝에 가서 저 거동이 그른 것은 알면 고치려고 힘쓰라는 것은 이 작품이 경세(經世)와 훈민(訓民)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조선 후기의 가사문학은 서민들의 수중으로 넘어오면서 풍자성을 띄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의 비행을 열거하고 있어 서민층의 비판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는 이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하여 현실적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용렬한 여자의 갖가지 부정적인 모습을 비판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여성의 바람직한 행실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깨우치고자 한 가사이다. 전체적으로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러면서도 생생한 실감을 만들어내는 사실적 묘사가 두드러진다. 그 같은 사실적 산문 정신이 가사의 산문화를 이끈 기본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작품을 지배하는 미의식은 희극미(골계미)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전 가사(주로 양반 가사)의 미의식과는 전혀 다른 서민적 미의식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
  
< 작품의 심화 감상 >

♣ 시상 전개
흉보기가 싫다마는 -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에라 <용렬한 부인의 시집 식구 흉보기>
* 시부모의 흉
* 시누이와 맏동서, 아우 동서의 흉
* 남편의 첩, 남녀 노복의 흉
* 남편의 흉

여기저기 사설이요 - 허리통이 길어 간다. <부인의 거동>
* 간숫병 기울이기
* 내닫기와 도망질
* 담배피기
* 점보기
* 화장하기, 털뽑기
* 말대답하기
* 무릎 맞침
* 싸움질하기
* 이간질하기
* 불공으로 일삼기

<다른 작품과 함께 보기>

*  비슷한 내용이나 시집 / 남편에 대한 원망 등이 나타난 작품
<시집살이요>, <규원가(원부사)>

 

첨부파일 조선후기_가사.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