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 춘 곡 (嘗 春 曲) - 정극인- 민근홍 언어교실 1.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한고. (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가? ) 녯 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가 못 미칠까. ( 옛 사람의 풍류(멋)를 따르겠는가, 못 따를까 )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 나만한 사람이 많지마는 )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 ( 산림에 묻혀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되여셔라. (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주인이 되어 있도다. ) 2. 엊그제 겨을 지나 새 봄이 도라오니 (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 ( 푸른 버드나무와 향그런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푸르도다. )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 (이 풍경을 조물주가)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숲 속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로다. )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 물아일체이거늘, (새와 나의)흥이야 다르겠는가 )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 사립문 주변을 걸어보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 소요음영(逍遙吟詠)하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 이리저리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보며,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 한중진미(閑中眞味)를 알 니 업시 호재로다. (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 ) 3.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 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 답청은 오늘하고, 냇물에 가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질하세. )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 이제 막 발효하여 익은 술을 갈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 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히 담기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 4. 준중(樽中)이 뷔엿거든 날다려 알외여라. (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 소동(小童) 아해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지를 물어서 ) 얼운은 막대 집고, 아해는 술을 메고 ( (술을 사다가)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의 호자 안자, (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 명사(明沙) 조한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를 굽어 보니, ( 맑은 모래 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 떠오나니 도화(桃花)ㅣ로다. (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메이 긘 거인고. (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 ? )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를 부치 들고, (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붙들고 )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 산봉우리 위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려 잇네. (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 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재폇는 듯, (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은 수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구나 ) 5. 공명(功名)도 날 끠우고, 부귀(富貴)도 날 끠우니, ( 공리와 명예도 나를 꺼리고, 부귀도 나를 꺼리니 ) 청풍명월(淸風明月) 외(外)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 (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헛된 생각을 아니 하네. )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 -<불우헌집>- [해설 및 감상] 산중에 거처하며 봄날의 홍취에 한껏 젖어 온갖 풍류의 즐거움을 느낀다. 높은 산에 올라 수많은 마을을 바라보니 더욱 아름답다. 이러한 자연의 품 안에서 부귀와 공명을 욕심내지 않고 청풍과 명월을 벗하는 안빈낙도의 생활 자세를 지니며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상춘곡’은 가사 문학의 첫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고려 말의 승려인 나옹화상 혜근(懶翁和尙惠勤)이 지었다는 ‘서왕가(西往歌)’가 이 갈래 문학 작품의 시작이라는 학설도 있다. 한편 이 노래는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표방하는 은일 가사(隱逸歌辭)의 첫 작품으로, 또한 송순과 정철로 이어지는 호남 가단 형성의 계기가 되는 작품으로도 평가된다. [내용 분석] [1] 홍진에~되여셔라 ▶소주제 : 풍월주인(風月主人)이 되어 지락(至樂)을 누림. ▶요지 :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淸風明月의 主人이 되어 至樂을 누림. ▶풀이 : 세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고? 옛 사람의 풍류를 따를 것인가 못 따를 것인가? 천지간 남자의 몸이 나와 같은 사람이 많건마는, 산림에 묻히어서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다는 말인가? 초가삼간을 시냇물 앞에 두고, 소나무와 대나무 울창한 속에 자연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구나. [2] 엊그제~호재로다 ▶소주제 : 한중진미(閒中眞味)의 생활(生活) ▶요지 : 봄날의 경치에 도취되어 소요음영(逍遙吟詠)하는 한중진미(閒中眞味)의 生活 ▶풀이 : 엇그제 겨울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살 속에 피어 있고, 푸르른 버들과 꽃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오려낸 것인가, 붓으로 그려낸 것인가? 조물주의 신비한 공덕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이기어 소리마다 아양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니 흥이 이와 다르겠는가? 사립문 앞을 이리저리 걸어도 보고, 정자에 앉아도 보니, 천천히 거닐며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한가한 가운데 맛보는 진정한 즐거움을 아는 사람없이 혼자로다. [3] 이바 니웃드라 ~ 옷새 진다 ▶소주제 : 아름다운 봄 풍경에 젖어 즐거움을 누림. ▶요지 : 아름다운 봄풍경을 구경하면서 한 잔의 술과 더불어 풍류를 즐김. ▶풀이 : 여보시오.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 풀 밟기는 오늘하고 목욕은 내일하세. 아침에 산나물 캐고, 낮에는 낚시질 하세. 막 익은 술을 두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 꺽어 수 놓고 먹으리라. 따뜻한 바람이 문득 불어 푸르른 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잔에 지고, 떨어지는 꽃잎은 옷에 진다. [4] 준중이 뷔엿거든 ~ 유여할샤. ▶소주제 : 봄이 되니 무릉도원의 선경으로 여겨진다. ▶요지 : 맑은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도화를 보니 무릉이 가까운 듯하고 산 봉우리에 오르니 아름다운 자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풀이 : 술독이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어린아이에게 술집에 술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이는 술을 메고, 나직이 시를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깨끗한 모래 위를 흐르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 부어 들고 맑은 물을 굽어보니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무릉도원이 가깝도다. 아마도 저 들이 그것인 것인고. 소나무숲으로 난 가느다란 길에 진달래꽃을 붙들어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 수많은 촌락들이 곳곳에 널려 있네. 아름다운 자연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엇그제 까지만 하여도 겨울 들판이던 것이 (이제 보니) 봄빛이 넘쳐 흐르는 도다. [5] 공명도 날 끠우고 ~ 이만한들 엇지하리 ▶소주제 : 안빈낙도의 생활에 만족함 ▶요지 : 청풍명월을 벗하고 단표누항에 헛된 생각 아니하며 안빈낙도의 생활을 즐김. ▶풀이 :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꺼리니, 청량한 바람과 밝은 달 이외에 어던 벗이 있겠느냐. 청빈한 선비의 살림에 헛된 생각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어떠한가. [핵심 정리] 【연대】상춘곡의 창작 연대는 확실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정극인이 만년에 고향인 태안으로 물러가 후배를 교육하던 성종 때에 지었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갈래】서정가사, 정격가사, 양반가사 【문체】운문체, 가사체 【구성】 * 서사[1] : 은일지사의 풍류생활과 그 기상 * 본사 [2-4] : 춘경(春景)과 춘흥(春興) * 결사 [5] : 안빈낙도 【주제】봄의 완상(玩賞)과 안빈낙도(安貧樂道) 【형식】3・4(4・4)조. 전 79구의 연속체로 된 가사 문학. 【표현상의 특징】 설의법, 의인법, 대구법, 직유법 등의 여러 표현 기교를 사용하고, 고사를 많이 인용하면서 작품 전체를 유려하게 이끌고 있다. 또한 공간 이동에 의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공간이 이동할수록 좁은 공간(수간 모옥)에서 점점 넓은 공간(들판, 산 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의의】 ① 상춘곡- 송순의 면앙정가 - 정철의 성산별곡으로 이어지는 강호가도의 시풍 형성. ② 조선 시대 사대부 가사의 첫 작품. ③ 산림 처사로서의 생활을 은일 가사의 첫 작품으로 사림파 문학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출전】불우헌집(정조 10년 1786년) 【표기】이 노래는 창작 당시(성종)의 기록이 아니라, 조선 정조(1786) 때 그의 후손 정효목이 기록한 것이다. [참 고] ■ "안빈낙도(安貧樂道)"란 ? ‘安貧樂道’란, 소극적으로는 수신지분(修身持分)하는 경지요, 적극적으로는 자기의 긍지(矜持) 속에서 도(道)를 즐기는 경지를 뜻한다. 이 가치관(價値觀)은 같은 유학적(儒學的) 관점이라도 실학적(實學的)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관점에서 보면 안빈낙도관(安貧樂道觀)은 소극적 인생관이 되고, 도문적(道文的) 유학관(儒學觀)에 볼 때에는 구도자(求道者)의 적극적인 낙도관(樂道觀)이라 할 수 있다. ■ ‘상춘곡’에 얽힌 문제 ㈎ 사적(史的) 위치 - 최초의 가사치고는 너무 세련된 형식이어서 가사 문학의 효시라고 하기 어렵다. 가사의 효시는 고려말 나옹화상의 ‘서왕가’라는 견해도 있다. ㈏ 작가 - 문헌적 방증이 없어 정극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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