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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분과

K - 오지랖(김영래)

작성자김영래|작성시간26.06.05|조회수23 목록 댓글 1

머리를 땅에 박을 듯 묵동교를 걷다 마주 오던 이와 부딪혔다.

우리는 비껴가지 않고 잠깐 노려보다 멱살잡이할 뻔했다.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열이 뻗치는 날이 있다.

오늘 누구든 걸리기만 해라이판사판이다.’

그도 나처럼 그런 순간이었을 것이다.

잠시 뒤 나는 먼저 비켜서고 있었다.

그쯤에서 마무리되어 내심 천만다행이었다그는 나보다 우람했다.

그가 오른쪽 보행을 했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람과 차량이 왼쪽으로 다니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1(12월 1)이다.

이를 1946(4월 1) 미군정 시대 차는 오른쪽으로 바꾸었다.

지금의 우측 보행이 시행된 것은 2009년이다.

20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예사롭게 어기는 이들이 많다.

우측 보행에 착실한 나는 앞을 가로막은 이를 빤히 쳐다본다.

대부분 비켜서지만,

그의 뒤통수에 낮게 한 마디 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오지랖이다.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마주할 때도 오지랖이 발동한다.

금연 구역 지정은 2014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위반 시 1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대기 오염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민폐가 분명하다.

금연 지역 지정 전 음식점에서도 예사롭게 담배를 피웠고,

꽁초를 비벼서 자기가 먹던 그릇에 버리는 이도 있었다.

 

먹고 난 뒤 남은 음식물의 뒷정리는 어느 정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때 이후 들었다.

음식점마다 나름의 설거지 절차를 해치는 수준이 아닌 대강의 정리다.

주변이 깨끗해야 마음이 편한 것은 일반적이다.

가끔 이런 제안을 해보지만음식업에 종사했던 이도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한다.

종업원 일이 줄어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배려심(?)처럼 들린다.

설거지하는 것도 아닌데 논리의 비약이 아닐까 싶다.

종업원이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음식을 준비하고 차려 낸 수고에 대한 감사를 나타내고 싶거나

그 고단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나의 오지랖이다.

 

오지랖은 주제 파악을 한다 해도 자기중심적이어서 환영받기 어렵다.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할수록 간섭이나 훈수질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나대는 사람으로 비친다면 너나 잘하세요라는 냉소와 핀잔을 각오해야 한다.

미덕이나 정으로 대접받기는 별 따기다.

칭찬과 아부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은 식상한 얼굴에 TV의 채널을 돌리듯 책을 덮을 것이다.

 

다르다 틀리다로 말할 때도 나의 오지랖이 발동한다.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이고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 이다.

다르다

나는 너와 다르다처럼

비교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거나,

그의 재치는 남다르다처럼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는 의미다.

틀리다

답이 틀리다처럼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날 때,

얼굴 한번 볼까 했더니 틀렸구먼.’처럼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할 때,

그는 인간이 틀렸어.’ 같이 마음이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진 때 쓰인다.

 

다른 것을 틀리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영상매체에서도 자주 본다.

다르다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그것을 틀리다고 하고 있지 않은지 찬찬히 살피는 것은

자신을 위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태백산 정상으로 오를 때 보이는 천제단과

지나쳐 뒤돌아볼 때 그 모양이 다르다’.

이를 틀리다라고 하면 천제단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막걸리 맛 또한 제조사에 따라

그 맛이 다른 것이지 맛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렇듯 필요 이상 거론하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틀린 것으로 말하다 보면

판단 사고에 오류가 생겨 상대를 틀려먹은 사람으로 곡해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이 또한 오지랖일 수 있다.

중요한 만남에서 다르다 해야 할 것을 틀리다 거듭한다면

사소한 말 한마디로 중대사를 망칠 수도 있다.

문제는 자기 안에 있으면서

다른 것을 자꾸 틀린 것으로 반복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랫동안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잘못 써 온

나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한다.

사는 동안 많은 분들의 격려성 오지랖에 힘을 얻기도 했다.

옳지 않은 습관을 여전히 되풀이하는지도 살핀다.

오른쪽 보행은 약속이고 머문 자리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작은 배려심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것은 일상에 사소함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분위기 파악에 우선하는

공감과 판단 능력을 추슬러야 한다.

 

오지랖 가슴앓이는 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문제의식 대비 능력이 없었다.

나와 다른 생각 또한 존중받아야 하기에 드러내기가 조심스러웠다.

K-오지라퍼가 되고 싶지도 않다.

이 글은 어쩌면 괜한그러나 언젠가는 풀어내야 할 숙제 같은

나의 오지랖에서 해방되고 싶은 용기다.

 

오지랖이 조언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기분과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 채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마침봄이다.

꽃 따러 오신 분들께서 꽃만 따지 마시고

나의 오지랖도 함께 따가 주셨으면 좋겠다.(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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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영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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