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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맥주 시음기

[세계의 맥주][독일] 라거

작성자^영진^|작성시간07.01.12|조회수241 목록 댓글 0

저온 숙성 맥주 - 라거

라거맥주는 저온숙성과 함께 합니다.

1551년 뮨헨에서 공포된 맥주 제조규정을 보면 "맥주는 보리, 호프, 물, 그리고 효모로만 만들어야 하며 올바르게 끓이고 냉각시킨 후 하면발효를 시켜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1516년 제정된 맥주순수법(Reinheitsgebot)에는 보이지 않았던 효모라는 용어가 나타났으며, 특이한 것은 하면발효라는 발효기법이 공식적인 문서에 등장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점점 하면발효 맥주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맥주가 오랫동안 숙성되어 깊고 은은한 맛이 베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브르크 같은 도시에서는 한층 더 강하게 하면발효를 강조했는데 그 이유로 상면발효 맥주는 제대로 끓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4세기 중엽 이래 흑사병에 시달린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1553년에는 법으로 하면발효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기간을 명시하기도 했는데 바이에른 지역 내에서는 9월29일(미카엘 성인의 축일)부터 익년 4월23일(게오르기 성인의 축일)까지 동절기에만 담금을 하게 했습니다. 또한 동절기에 담금을 하여 여름, 가을에 판매하려는 맥주는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땅속 깊이 저장실을 마련하여 서늘한 곳에 보관하려고 했으며 호프를 많이 넣어 미생물의 성장, 번식을 막았습니다.

명시된 기간 내에 담금을 하게되면 외기의 기온으로 보아 발효와 숙성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이 기간 이외에 담금을 하는 경우에는 타 미생물의 오염으로 발효와 숙성기간 중 맥주의 맛이 변질되는 경우을 수없이 경험했으리라는 짐작이 갑니다. 하여간 하면발효라는 기술적인 용어가 16세기초 공식적인 문장에 등장했다는것은 그 이전에 이미 오랜 기간동안 하면발효로 맥주를 만들어 왔다고 단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라가미(村上)씨의 <地球맥주紀行 designtimesp=1979>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하면발효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면발효 맥주의 결정적인 특징은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동안 저장하면서 맛을 숙성시키는데 있다. 하면발효 맥주가 탄생한 것은 바이에른 지방인데 그 중에서도 뮨헨이 중심이 되었다. 그 이유는 뮨헨지역은 대륙성 기후로 겨울은 길고 추워 저온 숙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름은 더워 냉동설비가 없던 당시로서는 여름에 맛있는 맥주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추운 기간 동안에 담금하여 발효를 마친 후에 지하의 서늘한 곳에 굴을 파고 보관하면서 뜨거운 여름에 소비하기 위한 맥주로 준비해야 했다. 담금은 9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3월까지 계속되었다.

겨울에 강변에서 얼음을 깨어 그것을 산에 파놓은 굴로 옮기고 그 곳에 맥주가 담긴 통을 보관했다. 지금도 바이에른의 여러곳에는 얼음을 보관하던 굴이 파여있는 산을 볼수 있는데 지멘스 공장이 있는 에어랑겐이나 연기로 만든 맥아로 맥주를 만들어 연기맥주(Rauchbier)로 유명한 밤베어크에서도 볼 수 있다."

맥주의 변질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청결입니다. 술과 접촉하는 곳이면 항상 깨끗이 닦고 살균해야 하며 주위도 언제나 청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대나 중세와 같이 sanitation(살균) 작업을 할 수 있는 약품이나 세제가 없던 시대에는 온도를 낮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인간이나 맥주의 맛을 변질시키는 미생물이나 활동이 위축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중세의 방법이라면, 수메르인이나 이집트에서는 발효가 시작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바로 마셔버렸기 때문에 부패균이 작용할 시간을 짧게했습니다.

3월에 담금을 하여 9월까지 변질되지 않게 하려면 대단히 신경을 써서 맥주를 만들었으므로 3월맥주는 평판이 좋았고 이러한 전통을 concept으로 하여 지금도 메어젠비어(Maerzenbier = march beer = 3월맥주라는 의미)라는 브랜드가 남아 있게 된 것입니다.
또한 무라까미씨가 인용한 야마모도(山本幸雄)씨의 <맥주찬가 designtimesp=1987>의 내용을 보면 바이에른의 나루부르크 수도원의 연대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기술한 부분이 있습니다.

"맥주는 따뜻한 온도에서 상면 발효에 의해 제조되었으나 1474년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하면 발효에 의한 맥주제조가 시도되었다. 이 맥주는 여름용 맥주로써 장기간 저장 숙성시켜야 했다."

하면발효에서는 주발효가 섭씨 7∼15도에서 7일 내지 10일 정도 소요되며 주발효가 끝난 미숙성 맥주(young beer)는 저장탱크로 옮겨져 낮은 온도에서 약 1달 전후의 숙성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하면발효에서는 저온에서의 숙성과정을 라거링 (Lagering)이라고 부르는데 술이 익는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라거링(Lagering)이라고 하는 숙성과정에서는 탄산까스가 맥주에 포화되게 하여 신선한 맛을 더해주며 혼탁을 일으키는 단백질, 떫은 맛을 내는 탄닌류 그리고 호프찌꺼기를 탱크바닥으로 가라앉게 하는 작용이 일어날 뿐 아니라 맛을 그윽하게 하는 신비한 신의 조화도 함께 합니다.

양조장이(brewmaster)들은 양조를 예술이라고 표현하기를 서슴치 않는데 이는 숙성의 오묘한 메카니즘을 꼭 집어서 설명할 수 없는 어설픈 양조장이들이 멋을 부려 표현한 것이 아닌가하는 건방진 생각도 해봅니다.

가까운 옛날 부뚜막에서 가마솥으로 밥을 지을때 불꽃이 진잔불로 뜸을 들이는 것.... 술이 익는 시간의 흐름과 같다는 느낌이 드시지요. 숙성은 맥주의 모든 것을 안으로 간직한 신비 그 자체입니다.

19세기 이후 세계를 석권하기 시작한 하면발효맥주(라거)의 특성은 바로 장시간 저온저장에 의한 맛의 숙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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