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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맥주 시음기

강장제(?) 맥주 블랙비어(Black Beer)

작성자비어인생|작성시간07.02.25|조회수333 목록 댓글 1

맥주에 설탕을 넣으면 맥주가 아니다 VS. 설탕을 넣어도 맥주는 맥주다

2004년 7월 12일, 독일 법정은 ‘맥주’에 설탕을 넣은 양조업자 헬무트 프릿슈(Helmut Fritsche)에게 25,000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구체적인 죄명은 설탕을 넣은 맥주에 감히 ‘맥주’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맥주순수령에 따르면 ‘맥주’란 오직 몰트로 만든 곡식과 물과 호프 그리고 이스트만으로 만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독일에선 순수령을 어긴 맥주는 라벨에 ‘맥주’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설탕 넣은 맥주를 양조한 헬무트는 이를 양조업자의 창의적 권리를 제한한다며 승복하지 않았다. 그에 의하면 맥주에 설탕을 첨가한 것은 “차나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이나 우유를 넣는 것과 비슷하다. 일부는 블랙으로 마시고 다른 사람들은 화이트로 마시기도 한다. 그것은 맛이 약간 다를 뿐이다.”

폴란드 국경 근처 노이젤에서 양조업을 하는 헬무트가 정부를 상대로 한 전쟁을 시작한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독일 재통합 이후 독일 정부는 동독 정부의 재산을 일부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이 해에 헬무트는 정부 대리인으로부터 국영 양조장 하나를 인수한다. 양조장은 그가 인수하기 전부터 인근의 다른 양조장들과 마찬가지로 설탕 시럽을 넣은 ‘맥주’를 만들고 있었다.
서독의 엄격한 순수령과는 달리 동독 정부 하에서 맥주 제조법은 보다 관대했다. 그런 까닭에 이들 설탕을 넣은 맥주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통합 이후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순수령이 동독 지역에도 적용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즉, 라벨에 맥주라는 용어를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전의 “OOOO맥주”라는 라벨표기는 이젠 “OOOO맥주로 만든 스페셜티, 역당 시럽이 첨가되었음”의 형태로 바뀌어야만 했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맥주 순수령도 적용에 예외가 있긴 하다. 가령 베를린 지역의 베를리너 바이스와 같은 지역 특수 맥주는 허브나 산딸기로 만든 시럽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헬무트는 자신 역시 지역 맥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브란덴부르크 주 당국에 정식으로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요청할 때마다 거절 당했고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된 것이다. 현재 소송은 최고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설탕과 달걀을 넣어 마신 맥주, 분단과 함께 잊혀지다
위에 언급된 헬무트의 설탕 탄 맥주는 슈바르쯔 비르(Schwarz bier) 또는 블랙비어를 가리킨다. 작센 일대, 특히 쾌스트리츠(Kostritz)의 명물로 오랜 동안 독일인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동서독 분단 이후 동독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에서 거의 잊혀졌던 맥주이다.

분단 이전만 해도 독일 사람들은 쾌스트리처에 설탕과 달걀을 넣고 무슨 건강음료 마시듯이 마셨다. 술집에서 맥주를 저그(jug)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서는 각자 입맛에 맞게 설탕을 타거나 날계란을 넣고 저어 마시기도 했다. 1950년대까지 블랙 비어는 드래프트로만 팔았지만 곧 이어 병맥주로 출시되는데, 특이한 것은 설탕을 탄 버전과 타지 않은 버전 두 가지로 나왔다는 점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집에서 설탕을 타먹는 것을 보고 착상을 얻은 것 같다. 하지만 재통합 후 맥주 순수령이 다시 옛 동독 지역에 적용되면서 설탕 탄 병맥주는 없어지거나 나오더라도 ‘맥주’라는 이름을 달지 못했다.

오늘날 설탕과 달걀을 넣은 쾌스트리처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분단 이전 세대인 나이 든 사람들은 설탕과 달걀을 타서 마셨던 쾌스트리처의 맛을 잊지 못한다.

괴테, 쾌스트리처를 마시며 병을 이기다
블랙 비어는 전통적으로 몸을 보하는 강장제(tonic)로 간주되었다. 시인 괴테와 쾌스트리처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아팠을 때 한 친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몇 병의 쾌스트리처가 있다.” 한편 몇몇 독일의 시에서는 블랙 비어를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음료로 표현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산모들이 스타우트를 강장제로 먹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약간의 설탕과 함께, 날계란을 넣고 저어 먹으라고 종종 권장되었다.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음료라는 이미지는 독일인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듯 하다. 베를린 장벽이 철거된 직후 비트부르거(Bitburger)는 쾌스트리처를 생산하는 양조장을 인수하는데, 여기에는 사업적인 마인드 외에 소유주이자 설립자 가문의 후손인 악셀 지몬의 개인적인 동기가 크게 작용했다. 어머니는 종종 악셀에게 젖을 먹이면서 쾌스트리처를 마시곤 했고 10대에 처음으로 마신 맥주 역시 쾌스트리처였다고 한다. 그는 쾌스트리처를 쾌스트리츠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미 수백만 마르크의 돈을 양조장의 보수에 들였다. 대부분의 서독 양조업체들이 동독의 양조업체들을 인수한 후 폐쇄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동독의 양조장들은 대부분 시설이 노후해서 수리하는 비용보다 본거지와 가까운 곳에 새로 짓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인구 4,000명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허름한 양조장을 다시금 튀링겐의 스페셜티를 생산하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은 이성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감성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쾌스트리처는 독일의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던 것 같다. 25마일 떨어진 예나에서 학생들은 양조장 근처 선술집에서 파는 맥주를 맛보기 위해 쾌스트리츠까지 말을 타고 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한번 오면 3일 동안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양조장 입구 건너편에 선술집이 있다.

<쾌스트리처 : 블랙 비어의 고전은 구 동독의 바트 쾌스트리츠에서 만들어진다. 전통적으로 강장제로 여겨진 쾌스트리처는 특히 산모를 위한 음료로 유명하다. 독일 분단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맥주가 되었다. 완전한 흑색에 독특한 쓴 초콜릿 맛이 난다. 지금도 일본에서 만들고 있는 블랙 비어는 쾌스트리처 맥주에서 영감을 받았다.>

모래 목욕의 신비, 요양소로 유명한 바트 쾌스트리츠
슬라브계의 마을 이름은 이곳이 원래 보헤미안 마을이었음을 말해준다. 고타, 에르푸르트, 바이마르, 예나의 바로 동쪽, 헤라의 6,7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인구 4000명의 작은 마을에 불과한 이 곳은 독일 바깥에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분단과 함께 동독에 속하면서 독일인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유럽에선 온천들이 인기가 있었는데, 쾌스트리츠는 모래 목욕으로 유명했다. 모래 목욕(sand bath)은 당시 류머티즘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베로 흐르는, 엘스터 강의 모래 둑을 타고 내리는 물은 분명히 마술 같은 성질을 갖고 있었다. 치료소가 1865년 세워지고 50년 후에는 증축되었는데, 그때부터 마을은 바트(Bad=bath) 쾌스트리츠로 알려지게 되었다.

양조를 했다는 최초의 기록은 1505년이다. 그리고 마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은 1543년 보인다. 쾌스트리처는 오늘날 하면 발효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상면 발효는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작센 지방에 여전히 존재했다. 하면 발효 효모 도입에 대한 양조장의 기록을 고려하면 1600년경부터 1870년경까지는 상면 발효로 제조했으리라 짐작된다. 반면 일본의 블랙 비어는 처음부터 하면 발효로 만들었다.

쾌스트리츠는, 바바리아 경계를 넘어서 보다 남쪽에 있는, 바이로이드, 쿨름바흐, 밤베르크, 에를랑겐 그리고 뮌헨과 같은 옛 양조 중심지와 멀지 않다. 이 지역에서는 훌륭한 다크 라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크 라거와 비교하면, 블랙비어는 볶은 몰트를 사용해서 색이 더 짙고 더 불투명하다. 또한 담금 온도(mashing temperature)를 내내 높게 유지하고 발효를 억제하기 때문에 보디가 보다 풍부하고 쓴 초콜릿 맛이 난다.

쾌스트리처 슈바르쯔비르(Kostritz Schwarzbier)는 완전한 흑색에 독특한 쓴 초콜릿 맛이 난다. 에르푸르트산 페일 몰트 그리고 뮌헨 몰트, 약간의 볶은 몰트로 만든다. 비터링을 위해 휠러 호프, 아로마를 위해 할레타우어 미텔프뤼를 쓴다. 쓴맛의 정도는 35 IBU이다. 아로마로는 블루베리와 같은 검은 열매, 몰트로 만든 빵, 쓴 초콜릿이 느껴진다. 크림 같은 두텁고 부드러운 맛이 뒤따른다. 끝맛은 길고 좀더 많은 검은 열매, 커피, 초콜릿 맛이 느껴진다. 홉이 잘 뒷받침 해준다. 잔에 따르면 크림같은 베이지색의 헤드가 생긴다.

독일 블랙 비어, 일본 블랙 비어를 낳다
일본인들이 맥주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은 지난 세기인 19세기였다. 일본은 오늘날 색이 옅은 라거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방문객들은 도르트문더 엑스포트, 뒤셀도르프 알트, 바바리안 바이스, 잉글리쉬 스타우트 그리고 프랑코니아 지방의 다크 라거, 작센 지방의 블랙 비어와 같이 가끔씩 즐기는 맥주들 역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일본에서 만들고 있는 블랙 비어는 쾌스트리처 맥주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과 구 동독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려진 기록은 없다. 일본은 1892년경부터 블랙 비어를 생산해 왔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다크 라거보다 블랙 비어가 우세한 편이다.
삿뽀로가 만든 블랙 비어(5%)는 이 스타일의 고전이다. 페일 몰트, 크리스탈 몰트, 뮌헨 몰트 그리고 초콜릿 몰트로 만든다. 쌀이 약간 들어간다. 호프는 아로마 호프 종과 일본내에서 자란 것과 수입한 것을 사용한다. 삿뽀로 블랙 비어는 잔에 따르면 풍성한 헤드(head)를 만든다. 아로마는 강렬하고 다크 몰트가 지배적인데, 다크 몰트는 볶은 커피를 연상시킨다. 맛은 블루베리와 같은 검은 과일과 호프, 몰트를 느낄 수 있다. 끝맛은 커피, 쓴 초콜릿, 호프의 맛이 풍부하다.

기린 블랙 비어(5%)는 부드럽고 날곡식 같은 맛으로 시작해서 볶은 커피와 말린 감초 뿌리의 맛이 뚜렷해진다. 아사히 블랙(5%)은 삿뽀로 보다 검은 색이 약하다. 검은 색에 붉은 빛의 갈색이 느껴진다. 맛과 끝맛이 달다. 종종 라거와 섞어서 맥주의 카라멜 맛을 입맛에 맞춘다.


<삿뽀로 블랙비어 : 삿뽀로가 만든 블랙 비어는 쌀이 약간 들어간다. 잔에 따르면 풍성한 헤드를 만들고 아로마는 강렬하고 볶은 커피를 연상시킨다. 맛은 블루베리와 같은 검은 과일과 호프, 몰트를 느낄 수 있다. 끝맛은 커피, 쓴 초콜릿, 호프의 맛이 풍부하다.>


출처 :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8&dir_id=80603&eid=qkIUIwVki+lEueWsBElwZgILatmK6MnA&qb=SUJ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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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크엔젤 | 작성시간 07.03.20 사용한 몰트로 봐선 딱 둥클레스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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