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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맥주 시음기

세계의 맥주스타일 독일 밀맥주- 남부 독일 바이젠(6월호)

작성자형아|작성시간07.01.12|조회수359 목록 댓글 0

오랜 역사를 가진 밀맥주
  양조에 밀을 사용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조 방법인 벨기에의 랑비크(Lambic) 스타일 역시 밀맥주의 일종이다. 랑비크의 역사는 700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료로서의 밀의 특성
  밀은 맥주에 감칠맛 나는 매운 맛과 향긋한 과일맛을 더해준다. 하지만 밀은 양조하기에 까다로운 재료이다. 보리와 달리 껍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교처럼 찐득찐득해져 양조통을 막아버리기 일쑤다. 이런 까닭에 밀은 보리와 함께 쓰인다. 보리의 껍질이 밀이 양조통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보리는 자연 효소의 함량이 높아서 몰트로 만들지 않은 밀을 사용해도 자신은 물론 밀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어 주기까지 한다.

 

밀맥주의 퇴조
  그러나 라거 양조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함께 밀은 양조 곡식으로서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1800년대 중반 다크 라거가 뮌헨에서 완성되고 1900년대 들어 페일 라거가 대중화되면서 밀을 원료로 한 맥주 스타일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벨기에에선 한때 그 맥이 끊길 정도였고 독일에선 바바리아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1980년대 초까지 시골 할머니들이나 마시는 음료로 무시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날 밀맥주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바바리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70년대 영국의 CAMRA(Campaign for Real Ale)와 80년대 미국의 마이크로 양조장 운동의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통 영국 에일을 보존하자는 캄라 운동과 유럽 전통 맥주로부터 영감을 얻은 미국 마이크로 운동은 맥주 양조의 전통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밀맥주 가운데 독일 남부의 바바리아 지역에서 마시는 바이젠(Weizen)을 소개한다.

 

바바리아 사람들의 일상 음료, 바이젠
  바바리아에서는 아침에 어린 송아지 고기로 만든 흰 소시지(Weisswurst)와 함께 가볍게 바이젠을 마신다. 그리고 여름철 일요일엔 교회예배가 끝난 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느긋한 발걸음으로 비어 가든(Biergarten)에 가서 바이젠을 시원하게 한잔씩 비운다. 그래서 밀맥주를 바바리아에선 'Breakfast Beers' 또는 'After Church'라고 말한다.

 

맥주순수령과 밀맥주
  근자에 들어 인식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밀맥주는 농촌 맥주라는 투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때 스타일 자체가 쇠퇴하면서 바바리아의 농촌에서나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젠은 한때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로 귀한 맥주였다. 보리로 만든 갈색 맥주가 평민의 몫이었다면 흰색의 밀맥주는 귀족들이나 맛볼 수 있는 맥주였던 것이다.
  스타일로서의 밀맥주는 16세기 초 보헤미아에서 유래했다. 갈색의 보리 맥주만 마시던 뮌헨 사람들에게 흰색의 보헤미아 밀맥주는 인기가 좋았다. 당시의 뮌헨의 양조업자들이 너도나도 보헤미아 밀맥주를 모방하려고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 양조 곡식으로 보리만을 인정한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이 공표되긴 했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급기야 바바리아 왕실은 1567년 공식적으로 밀맥주 제조를 금지하기에 이른다. 이유인즉, 밀맥주는 영양분이 없어서 마셔도 힘을 솟아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금지령 이후 밀맥주는, 왕실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만들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맥주순수령과 금지령을 통해 밀맥주 제조를 규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왕실이 독점하고 있던 보리 재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맥주 양조에 다른 곡식, 특히 밀을 사용함으로써 양조용 보리 공급에서 얻는 수익이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15세기 이래 밀맥주를 만들어온 데겐베르크(Degenberg) 가문만은 예외였다. 그러나 밀맥주 양조권은 1602년 왕실의 소유가 된다. 데겐베르크 가문의 대가 끊기면서 막시밀리안(Maximilian) 1세에게 양조권이 넘어간 것이었다. 이때 이후 근 200년간 바바리아 왕실은 밀맥주를 독점한다. 뮌헨의 궁정 양조장(Hofbrauhaus)를 중심으로 20여 곳의 궁정양조장을 통해 밀맥주 생산과 판매를 하는데, 오늘날로 치면 정부독점의 체인사업을 구축한 셈이다. 또한 밀맥주 양조권을 '특별히' 허가해 주면서 받은 금액도 천문학적이었다고 하니 밀맥주로부터 얻은 막대한 이익이 왕실 재정에 화수분 같은 존재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평민들이 밀맥주를 자유롭게 마시기 시작한 것은 1610년 막시밀리안이 뮌헨의 여관에서 평민들한테 밀맥주를 팔도록 허가하면서부터였다. 여관 주인들은 궁정양조장에서 맥주를 사다가 손님들에게 팔 수 있었는데, 막시밀리안이 밀맥주 판매에 얼마나 관심이 높았는지 알 수 있다.
  1850년대에 이르면 밀맥주를 둘러싼 귀족적 신비는 깨진다. 이미 18세기 말부터 밀맥주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궁정 소유의 밀맥주 양조장들을 개인 양조업자에게 처분하거나 임대해주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왕실의 독점을 고수해온 뮌헨에서도 사업에서 물러나기 시작한다. 왕실은 1850년 뮌헨의 양조업자 게오르그 슈나이더에게 뮌헨의 궁정양조장을 임대하고 밀맥주 양조에 대한 라이선스를 준다. 1872년에는 양조권을 슈나이더가 사들이면서 200여년간 지속된 왕실의 독점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 해 슈나이더는 뮌헨 탈(Tal) 거리에서 새 양조장을 얻어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라거 양조의 성장으로 밀맥주의 인기가 전만 못했지만 슈나이더의 사업은 켈하임에 2번째 양조장이 필요할 정도로 번창했다. 탈 양조장은 2차 대전 때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되고 남아있지 않다. 현재는 그 자리에 슈나이더의 바이스 브로이하우스(Weisse Brauhaus)가 있는데, 뮌헨의 명소로, 슈나이더의 밀맥주를 맛볼 수 있다. 2번째 양조장이 들어선 켈하임은 레겐스부르크 근처, 다뉴브와 알트뮐이 만나는 계곡에 위치한다. 양조장은 스페인과 고딕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로 1607년 세워졌는데, 현재 운영중인 밀맥주 공장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밀맥주의 종류
  옛 스타일 대부분이 그러하듯 전통 밀맥주 역시 여과를 하지 않고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한다. 여과공정이 발전하기 전에는 병에 담긴 맥주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위해선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병에 담는 과정에서 발효성 당(fermentable sugar)과 효모(yeast)의 수준이 딱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너무 적으면 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반면 어느 쪽이든 너무 많으면 '폭발'해 버리고 만다.
  오늘날에는 보다 정교한 방법이 사용된다. 원심분리를 통해 원래의 이스트를 제거하고 새로운 이스트를 측정된 양만큼 정확히 주입하거나 당을 보충하기 위해 맥즙(wort)을 첨가함으로써 이스트와 당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슈나이더를 포함한 일부 양조업자들은 1차 발효와 2차 발효에서 동일한 에일 이스트(top-fermenting yeadt)를 사용한다. 밀맥주를 상면 발효하는 전통에 충실한 것으로 이러한 방법은 밀맥주 본래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얘기된다.
  하지만 오늘날엔 대부분 2차 발효에 라거 이스트(bottom-fermenting yeadt)를 이용한다. 독일 밀맥주를 대표하는 루트폴트(Luitpold), 에딩거(Erdinger),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를 포함한 많은 양조업자들이 쓰는 방법이다. 이는 보다 질적으로 균일하면서 생산기간은 단축되고 유통기한이 길어지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보다 적합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밀맥주 특유의 과일 맛과 매운 맛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여과를 하지 않고 2차 발효시킨 밀맥주는 헤페 바이젠(Hefe-weizen)이라 한다. 라벨에는 헤페 바이젠 또는 'mit Hefe'로 표현된다.
  반면 필터로 이스트를 여과한 밀맥주는 크리스탈 바이젠(Kristall)으로 부른다. 프랑스가 반대하기 전까진 샴페인 바이젠(Champagner Weizen)으로 불렸다. 병 속에서의 발효 과정이 없기 때문에 깊은 맛은 덜하지만 보다 부드럽고 깨끗하고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바이젠 둔켈(Dunkel)은 밀맥주에 다크몰트(Dark malt)를 조합한 것으로 밀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보다 풍부하게 해준다. 16 Plato(1064) 이상의 센 놈은 바이젠 복(Weizenbock)이라고 한다. 바이젠복은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료로 마시거나 늦은 밤 영화를 보거나 할 때 이상적이다.

 

여름에 좋은 맥주, 바이젠
  슈나이더 바이스(Weisse)는 뚜렷한 바나나, 정향, 그리고 육두구의 아로마를 갖는다. 입에서는 약간 톡 쏘는 듯한 신맛을 느낄 수 있다. 끝 맛은 크림 같은 질감과 과일맛이 난다. 버블껌 특성은 많은 사람들이 밀맥주를 마실 때 기대하는 맛으로 효모에 의해 생기는 페놀과 과이어콜(Guaiacol)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물은 츄잉껌을 만들 때 사용되는 열대나무 수액에서 발견되는 것과 화학적으로 유사하다. 바이젠복의 일종인 슈나이더의 아벤티누스(Aventinus)는 루비 빛에 가까운데, 잘 볶은 카라말트(Caramalt)를 넉넉히 사용한 덕분이다. 아로마와 맛은 풍부한 향신료와 초컬릿이 느껴지고 끝맛에서는 향신료 맛이 보다 강해지고 과일과 정향이 느껴진다. 현재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바바리아 남부의 밀맥주로는 에딩거와 프란치스카너가 대표적이다. 독일 최대의 밀맥주 생산업체인 에딩거의 맥주는 가볍고 깨끗하고 섬세한 맛이 특징이다. 밀맥주 마니아보다 대중의 취향에 제품을 포지셔닝하고 있다. 반면 프란치스카너는 헤페 바이젠의 경우 밀 몰트 함량이 75%로 특이하게 높다. 그만큼 맛이 강렬한 반면 섬세함은 약한 편이다. 프란치스카너는 현재 바바리아 밀맥주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전전하고 있다.
  밀맥주는 가끔 잔에 레몬 슬라이스를 띄어서 먹기도 한다. 이는 나무딸기(Raspberry)나 선갈퀴(Woodruff) 시럽을 타먹는 베를린 스타일과 숙성과정에서 나무딸기나 체리를 넣는 랑비크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래가 어쨌든 레몬 슬라이슬를 더하는 것은 밀맥주의 신선한 특징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밀맥주 고유의 신맛을 배가한다. 바나나 향에 밀 몰트 특유의 톡 쏘는 듯한 신맛과 정향의 매운 맛, 호프의 쓴맛은 적당하고 탄산함량이 높은 밀맥주의 성질은 여름에 적합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 호에서는 독일 밀맥주 두 번째로 베를리너 바이스(Berliner Weisse)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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