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는 집중이수제 때문에 20년 교사경력기간 동안 처음으로 도덕수업을 못했습니다.
실로 1년만의 도덕수업입니다. 감회가 남다른 하루였습니다,
도덕수업 안내지를 만들어, 출석부와 교과서를 함께 들고 흥분된 마음으로 교실로 갔습니다.
개학날, 그것도 6교시 수업을 하는지라 그런지 아이들은 좀 피곤한 표정이었습니다.
학급회장의 차려! 경례! 구령에 맞춰 일단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저는 준비한 도덕수업안내지를 나눠주었습니다.
안내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덕수업 안내
1.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박영하입니다. 1964년 9월 1일(양력)에 태어났고, 대학에서는 도덕.윤리교육을 전공하고 1992년 3월 2일부터 서울여상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 제가 현재 근무하는 부서는 취업지도부이고, 여러분과 1학기 동안 매주 2시간씩 도덕수업을 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가르치며 배우고 싶은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꿈을 이루는 방법’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람답게 사는 법’입니다.
3. 제 수업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인사 - 모두 일어서서 공수~ 인사~ 안녕하십니까?(시작)^^ 고맙습니다.^^(끝)
2) 꿈출석 - 앞으로 00을 하고 싶은, 00이 되고싶은, 00하는 사람이 되고싶은 000입니다.
3) 칭찬가 부르기
온 세상을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칭찬의 소리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칭찬합시다! 칭찬~
4) 아름다운 사람 칭찬하기 - 주변의 아름다운 사람을 칭찬합니다.(매시간 두 명씩)
5) 시 한수 - 좋은 시 한 수 소개합니다.
6) 노래 한 곡 - 좋은 노래한 곡 소개합니다.
7) 감동이야기 하나 - 매시간 책을 갖고 들어와 그 책 내용 중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영상을 보여줄 때도 있을 겁니다.
8) 행복일기 작성하기 - '행복노트'라는 제목으로 공책을 만들어 매주 1편,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를 스크랩하고 기사에 대한 느낌을 3-4줄 적고 자신도 행복하게 살기위해 노력한 경험담이나 실천내용을 글로 씁니다.
9) 교과서 공부하기 - 실습실(웹디자인실 2층)로 가서 교과서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웹기반 문제해결중심 학습을 자기주도적으로 합니다. 매시간 학습지를 나눠줄 예정입니다.
10) 질문과 대답 - 수업내용, 교과서 내용과 관련하여 학생이 질문을 하고 교사는 대답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안내지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인사방법을 '바로~ 절~' 로 했는데, '공수~ 인사~'로 바꾸어보았습니다.
곧바로 공수~ 인사~ 실습을 했는데, 나름대로 좋더군요^^
아이들은 처음엔 좀 낯설어하더니 이내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꿈출석도 불러보았습니다. 물론 저부터했지요.
'저는 교행일치하는 도덕교사가 되고싶은 박영하입니다!'라고 칠판에 써주고 꿈출석을 먼저 발표했습니다.
'교행일치'란 가르치는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분의 시간을 주고 아이들의 꿈출석을 기다렸습니다.
1번부터 25번까지 25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끝번호부터 시작했습니다.
교사가 먼저 꿈출석을 발표하고나서 그런지 아이들은 정한 시간이 지나자 조금은 쑥스러워하면서 발표하기시작했습니다.
간호사, 회계사, 세무사, 선생님,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이 나오고 '노력하는 사람', '꿈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 등
나름 성실히 발표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꿈출석은 '해탈하고 싶은 000입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오늘 2학년 250명 학생 전원에게 지난 해 여름 학생들이 방학과제로 해 온 롤모델 인터뷰(이른바 '꿈인터뷰') 리포트를 한 데 묶어 책으로 만들어 나눠주었습니다.
제가 94년부터 해마다 학생들에게 내준 숙제였는데 자료집으로 엮어 나눠준 것은 처음입니다.
나름 보람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자료집 발간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취업기능강화사업의 하나로 한 일입니다.
오늘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님이 오셔서 작년도 취업기능강화사업 현장점검을 하셨는 데 이 자료집이 우수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그 롤모델 인터뷰 자료집과 꿈출석의 중요성을 잘 조화시켜 설명하고 나니 아이들의 표정이 좀 진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칭찬가를 가르쳐주고 3번을 함께 불렀습니다. 늘 그렇지만 아이들은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합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 다소 딱딱한 표정과는 달리 교사인 제가 좀 망가지면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수업분위기도 살아나더군요.
칭찬가는 추임새가 들어가야 제 맛인데('맑은소리'에 뒤이은 '칭찬!칭찬!! '고운소리'에 뒤이은 '칭찬칭찬!'이 추임새입니다.)
2006년도 칭찬가 부르는 모습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115678
칭찬가를 마치고 '행복노트'와 작성법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행복노트는 제가 94년부터 2009년 선행록 -> 2010년 미덕노트에 이어 세번째로 시도하는 실천위주의 인성교육 방법입니다.
지난 해부터 행복카드와 행복노트를 개발중인데 아직 마무리가 덜되어 올해는 그냥 자유롭게 빈 노트에 쓰도록 했습니다.
수행평가 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행복노트 20점, 도덕노트 5점, 태도점수 5점...허허 점수^^
어느덧 정해진 수업시간이 다되어 인사하고 첫수업을 마쳤습니다.
맨 앞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던 1번 000 학생에게 오늘이 가기 전에 첫수업을 다큐소설로 써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정신없이 지낸 하루 속에서 1년만에 다시 한 저의 첫 도덕수업이 끝났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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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프라윈프리 작성시간 12.03.06 넘 기쁩니다!! 지난 1년 저도 마음이 넘 아팠습니다. 우라 나라 최고의 도덕선생님이 도덕 수업을 못하고 계시다는 현실 때문에...앞으로 더 많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선생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구요...'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정말 눈이 번쩍!! 가슴 찡!! 했습니다. 요즘 제가 부르짖으면서 다니고 싶은 말이라서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오늘 미덕 노트 주문했습니다. 버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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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error 작성시간 12.03.24 이수집중제 실시로 도덕샘들이 수업을 못하시면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건가요? 다른 수업? 아님 업무추진만? 말이 안됩니다. 이수집중제~ 생각해볼 문제 많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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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깊고 푸른 숲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3.24 작년에는 부득이 세계사 교사로 근무했습니다. 물론 획일적인 집중이수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2009년 입안당시부터 줄기차게 반대하고 철회운동을 해 왔지만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였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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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tmddk66 작성시간 17.02.28 선생님 전 신규교사인데 질문이 있어 글 남깁니다.45분수업동안 저렇게 진행하면 혹시 교과 활동할 시간도 충분히 확보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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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깊고 푸른 숲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7.02.28 교과서 진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가장 큰 변수인데 저는 당시 미리 범위를 정해주고 교과서를 읽고 질문거리 토론거리를 하나씩 갖고오도록 해서 강의보다는 문답식 수업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