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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연우

작성자해피|작성시간26.06.15|조회수26 목록 댓글 0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 연우

 

 

   조카만의 규칙

   보이지 않는 선을 그려놓고 나는 넘어오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은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오른손은 송곳니 없는 개의 입 왼손에는 칼을 쥔다 아직 울지 마요 이모가 바라는 걸 구해올게요 말한다

   무엇을 구해올 거니?

   할머니를 구해올 거예요

   어디에서?

   할머니 안에서요

   나는 등뼈 하나를 놓친다

   데구르르 굴러가다 고모가 밟고 넘어진다

   고모는 우울증 환자라 실비도 없는데 큰일 났대요

   울지 않는 아이들은 씩씩하게

   옷장 속에서 튀어나오고 쌓아둔 방석 위로 뛰어내린다 정말 용감하구나

   그 안에 뭐가 있었니?

   방금 전까지

   할머니가

   더 낮게

   허리를 접는다

   무너지지 않게 손끝으로

   아이의 말 밑을 받친다

   조카는 벽을 두드린다

   벽이 아니라 뻥 뚫린 초원을

   할머니를 내놔!

   두 주먹이 하얗다

   그러면 뱀처럼 얇고 길어진 할머니가 쑥 하고 튀어나올 것처럼

   아이는 뛰어다니며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 대해 간섭한다

   조카가 손가락질하면 다들 입을 뗀다

   밥맛이 좋군요

   비가 오지 않네요

   그제야 주변이 생겨난 것처럼

   조카는 옆 호실에 뛰어들어갔다가 하얀 그릇을 손에 쥐고 나온다 그건 돌 려줘야 한단다 하지만 어른들이 내게 쥐여 줬어요 밥을 꼭꼭 씹어먹으라고 했어요

   아이는 수저로 식탁을 두드리다

   가장 아낀다는 분홍 스티커를 할머니 사진에 붙인다

   내가 정말 아끼던 사람이었어요

   아이니까요

   아이니까

   그래서 더 무섭다

   조카가 내 등을 두드린다 무언가가

   쑥

   뼛속에서 나오려는 것처럼

   나는 무릎을 모으고

   작아진다

   그제야 조카가

   기쁜 얼굴로 나를 안아 준다

   ​ - 연우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전문.2026 신춘문예 당선시집 (문학 마을)

 

 

<감상문>

첫 행에서 조카만의 규칙이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그려놓고 나는 넘어오지 말라고 한다어른들의 고정된 세계와는 다른 세계인 아이들 세계를 지배하는 파동의 형태가 있다.

오른손은 송곳니 없는 개의 입 왼손에는 칼을 쥔다에서 조카의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성질이 중첩된다. 다중 역할이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할머니를 구해올 거예요/ 어디에서?/ 할머니 안에서요에서 할머니의 부재와 현존 상태가 공존하며 중첩되어 있다. 이는 양자의 중첩과 궤를 함께 한다.

"할머니 안에서요"라는 말에 화지는 놀란다. “나는 등뼈 하나를 놓친다/ 데구르르 굴러가다 고모가 밟고 넘어진다/ 고모는 우울증 환자라 실비도 없는데 큰일 났대요에서 화자는 파동을 느껴 등뼈 하나를 놓침으로 해서 화자와 고모가 얽히게 된다. 이는 양자의 얽힘과 궤를 함께 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중첩이 되어 있는 것이 양자 중첩으로 자연의 모든 현상과 법칙들이 에너지의 중첩과 얽힘의 논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할머니는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할머니의 위치는 다양한 형태의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불확정성을 지니고 있다. 불확정성이란 사물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만약 한 쪽이 확정되면 다른 쪽의 명확성이 사라지는 상태이다. 상자 안에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아니면 죽어있는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가 동시에 중첩이 되어 있다는 논리인데, 이것을 관찰자의 효과라고 한다.

할머니가 죽었다면 죽음의 입자만 남고 나머지 가능성은 사라진다. 만약 할머니가 내면에 존재한다면 내면의 존재만 남고 나머지 가능성은 사라진다. 텍스트에서 할머니 안에서요라는 응답으로 물리적인 부재와 내면의 현존이라는 양상에서 할머니의 존재 위치가 내면의 현존으로 확정되고 부재는 무너진다.

아이는 옆 호실에 뛰어들어가는 종횡무진한 행동을 감행한다. 뛰어다니며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 대해 간섭을 한다. “조카가 손가락질하면 다들 입을 뗀다// 밥맛이 좋군요/ 비가 오지 않네요/ 그제야 주변이 생겨난 것처럼에서 간섭으로 인해 침묵을 지키던 파동이 중단되고 말을 하게 된다. 이는 두 개 이상의 파동이 만나 새로운 패턴을 형성하는 현상으로 양자 역학에서 간섭과 궤를 함께 한다.

조카는 벽을 두드린다/ 벽이 아니라 뻥 뚫린 초원을/ 할머니를 내놔!”에서 벽이라는 현실적인 장애물을 뻥 뚫린 초원이라는 상상의 영역으로 붕괴시킴으로 현실에 대한 간섭과 강한 도전정신을 나타낸다. “할머니를 내놔!”라는 강조는 할머니라는 존재의 확률 파동을 멈추려는 의지이다.

아이는 수저로 식탁을 두드리다/ 가장 아낀다는 분홍 스티커를 할머니 사진에 붙인다/ 내가 정말 아끼던 사람이었어요분홍색은 빨간색과 흰색의 결합으로 뜨거운 사랑과 순수성이 중첩된 상징물이다.

사랑의 주체를  아이니까요로 확정하는 순간 아이들 세계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어디까지 확장될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조카가 내 등을 두드린다 무언가가/ / 뼛속에서 나오려는 것처럼에서 화자의 내면은 조카의 간섭에 의해 붕괴된다. 드디어 나는 무릎을 모으고/ 작아진다” 화자는 조카의  규칙에 순응하게 된다. 이는 타자의 방식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그제야 조카가/ 기쁜 얼굴로 나를 안아 준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목이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이다. 무엇이 괜찮은 것일까? 첫 행에서 언급했던 조카만의 규칙에 순응해줘서 조금 늦었지만 괜찮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고정된 세계와는 다른 세계인 아이들 세계를 지배하는 파동의 형태가 있음을 알린다. 이는 할머니의 부재를 인정하지 않고 내면의 존재를 인정하려는 의지도 포함한다. 이 시에서 입자는 할머니의 죽음이 아니라 내면에 존재하는 할머니인 것이다.현실세계를 믿지 않으려는 아이들 세게를 펼쳐보인다. 

- 감상자 이구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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