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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시부문 당선작- 가을비외 4편/황준, 겨울 계룡산 외 4편/서대원

작성자강명수|작성시간21.11.10|조회수192 목록 댓글 1

제 6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시부문 당선작

 

 

 

가을비 외 4편

황준

 

 

 

겨울 계룔산 외 4편

서대원

 

 

 

 

 

 

제 6회 ⟪미당문학⟫신인작품상 시부문 당선작

 

가을비 외 4편

 

황 준

 

파란 함석지붕에

우두 두둑 떨어지는 비

처마 밑에 묶어둔 참깨단에서

깨가 쏟아지는 소리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둑방에는 고개 꺾이는 억새풀들

 

오늘은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처서

 

땡볕도 제풀에 숙여 더위 가시고

빗소리 서늘한 시골집 창가에 서 있는데

거미줄 늘어진 거실 액자에는

고흐의 밀밭 위를 나르는 까마귀

울음이 말라붙어 있다

 

빗물은 추억 속으로 자꾸 흐르는데

 

어지러진 나무 탁자 위에는

주름진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두 개의 머그잔이 비어 있다

 

 

 

우화시

 

 

서울특별시 강남공화국 1번지

돈마니너나힐츠 아파트 100평에서 살았던 적도 있었지

스카이라운지에 오르면 내 고향 데모산이 보이는데

숲길 찾아오는 성형외과 원장 사모님 눈에 꽂혔던 거야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궁궐 같은 곳으로

이사를 왔던 거지

고문기술자에게 고문당한 것도 아닌데도

사는 곳 이름도 바뀌어 살았지

나는 잡풀에 지나지 않는데 난초라고 부르니

딱히 할 말도 없고

아침 저녁으로 보살핌에 생머리만 자랐는데

어느 날 복부인에게 팔려갔던 거야

숱한 밤 숱한 새벽이 지난 후

내 정체는 느닷없이 드러났지

홍 여사! 무신 똥풀을 키워 놓고 1억짜리 춘란이라고 하는 거야

복부인은 아파트 문을 쾅 닫고 사라졌지

순간 화분속의 나는 머리채를 잡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창밖으로 내던져졌지

때마침 돌개바람이 불어오는 거야

나는 운 좋게 날아가 데모산자락

 

 

내 고향 터에 내려앉았지

이제야 넓은 들판이 보이고

온몸을 흔들며

오랜만에 바람과 함께 누웠다 일어섰지

 

 

 

 

 

 

 

그대 말고 누가

내 마음을 연둣빛으로 물들일 수 있나요

땅은 안절부절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도로가에 은행나무들도

어린 잎들을 새 혀처럼 내밀어

풋풋하게 속삭이는 지금

청춘이라는 돌기(突起)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지금

 

그대 말고 누가

내 마음을 흔들 수 있나요

연인이라는 속삭임 앞에서

내 입술이 떨리는 지금

그대에게 가지 못한 말들이

내 혀를 하염없이 맴돌고 있는 지금

되돌아온 화살이

심장을 쿵쿵 뛰게 하는 지금

 

 

 

 

 

더위가 기우는 오후

 

 

한낮 더위가 기우는 오후

작은 화단 한가운데

화려했던 모란꽃이 지고 있다

 

노년 부부가 나무 의자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할머니는 모란꽃이 피었던 자리

흔적 지우는 것을 바라보고

할아버지는 모란꽃잎이 나무 주위에 모이는 것을 바라본다

 

꽃잎 조각들이

꽃나무 상처난 흔적들을 덮고 있다

 

부끄러울 거 없는데,

숨길 거 없는 삶이었는데,

 

모란꽃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긴 하루

 

 

해장국집 자판기 커피 향기는

짙고 부드럽다 하루의 각오가 피어오른다

비포장길 주차된 노란 승합차에 오르고 나면

서로 눈 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본다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에

익어가는 벼가 가을 앞에 고개 숙인다

코스모스는 옛 추억을 떠올린다

꽃잎을 따 단발머리 소녀 얼굴에 꽃도장 찍고

도망쳐 가는데

승합차는 현장에 멈춘다

 

라디오 첫 뉴스는

코로나 소식부터 시작한다

언제까지 마스크 쓰고 힘든 일을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

문 닫은 인력시장도 많아져서

이렇게라도 불려온 게 천만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던 조장은

룸미러를 힐끔 쳐다보더니 혼잣말을 뱉는다

중고시장에서 차를 구입했는데

한 오 년은 쓸 수 있을 게다

30년 넘게 공사현장 누볐는데도

겨우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며

남은 건 뼈마디와 연골이 닳아

아파 쉬어야겠다고 한다

 

새벽에 모였던 인력시장 앞에서

모두 씁쓸한 커피향처럼 흩어지는데

커피에 스며있는 노예들 땀방울보다

돌처럼 굳어 있는 발바닥보다

내 눈꺼풀이 더 무겁다

 

 

 

 

 

 

 

 

 

 

 

 

l 수상 소감 l

l 수상 소감 l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시밭 일구겠습니다

 

 

텃밭에 심은김장 배추와무가모두말라죽어속상한 마음으로 뽑아내고 있었는데땀에 젖은바지 주머니 속에서 전화벨이요란하게울렸습니다 흙 묻은장갑을 벗고 전화기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니 미당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었다며 축하한다는 목소리가 가슴 떨리게 들려왔습니다 굽었던 허리를 꽃꽂이 펴 반대쪽 귀에 전화기를 붙여대고 선생님의 말씀이새어나 기지않도록 들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자 선생님께서는 수상소감을 작성해 이메일로 보내달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올해 배추 농사를잘 지어아내와 맛있는 명품김치를 담겠다던약속이 물거품이 되어상심하던 차에 뜻밖에 소식을전해듣고 나니헛농사를 짓지 않았구나 세상을 헛되이 살지 않았구나를 혼자서되뇌이는데타들어가던 갈증이 풀렸습니다

오늘 행사에참석해 주신전한국문인 협회회장님이신문효지선생님의도움으로 시집 <기억의바다>를미네르바에서 출판하고 내심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늦게나마 등단이라는 꼬리표를달아준 미당문학의 김동수 회장님과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함께 참석한 가족과도 좋은 추억을간직할 수있게 되어 함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오늘 수상을발판 삼아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더 좋은시밭을일구며 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결실이 맺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준 본명 황선일, 1987년 동인⟪시세계⟫에서 활동, 2019년 계간⟪미네르바 ⟫에서 시집 『기억의 바다』를 상재함

 

 

 

l 제 6회 ⟪미당문학⟫신인 작품상 시부문 당선작 ㅣ

 

 

 

겨울 계룡산 외 4편

 

 

서대원

 

 

언제 그랬냐는 듯

겨울나무는 하늘의 뜻인 양

제 자리에서 통통통 튕기는

새소리를 풀어놓고

작은 새들은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앉으며

몸짓만한 음표를

걸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참새 동박새보다 몸짓이 더 큰

콩새 산까치들은 보다 더 큰 음표를 그리며

자신들의 천국인 양 노래합니다

 

왜일까요?

떠나버린 꽃과 잎, 열매들로

꽉 찼던 숲속이 헐렁해진 사이

경계를 허물고 들어온 것일까요

 

골짜기 물소리마저

겨울잠에 깊이 들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반딧불

 

 

 

초저녁, 누굴 찾으러 나왔는가

꽁지에 램프불 하나씩 켜고

야음을 타고 노를 저으며

임 마중 나가는가

 

징검다리 건너 건넛마을

누가 죽어 문상 가는가

 

풀숲에선 달빛 찌르는

풀벌레들의 콩 볶는 아우성

달님은 아무도 없다는 듯

산등성이 깔고

오줌 누는 듯 돌아앉았는데

 

이밤 누가 잠못 이루어 찾아가는가

이밤 누가 서럽게 죽어 문상 가는가

어느 집 창가에 등불 밝혔는가

어느 집 문간에 곡소리 들리는가

 

 

하늘엔 달이야 하나인데

무리 지어 날아가는 반딧불들

무얼 하러 가는가

줄 지어 등불 하나씩 켜들고

 

 

 

 

 

 

 

꽃다발

 

 

 

자연농원에 왔는데, 우와

활짝 핀 저 얼굴들 좀 봐!

 

 

어디서 왔는지

두 쌍둥이 다섯 쌍둥이 열 쌍둥이들이

방긋방긋 웃고 있어

티없이 맑은 아기얼굴이야

가슴에 안고 서 있는 사람들 좀 봐

 

자신이 낳은 아기같이

사랑스러워 하고 있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기 같애

환한 이마가 아기 같애

자신이 낳은 아기들인 양

꼬옥 껴안고 사진을 찍네

 

김치! 김치!

외치면서 사진을 찍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도

꽃들은 방긋방긋 웃기만 하네

 

제 이름이 장미꽃인데

사람들은 왜

김치, 김치, 외치면서

사진을 찍는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보이네

 

우와!

나도 언제 저런 꽃다발을 받아 보나?

저런 아이를 안아보나?

 

 

 

 

 

채소가게

 

 

 

시장 바닥에는

내 어린 날 아버지 얼굴 같은

싱싱한 무청,

어머니 넓다란 치마폭 같은 배추잎

고모 얼굴 같은 상추잎

이모 얼굴 같은 우엉잎

누나 얼굴 같은 쑥갓

막내둥이 같은 당근

모두 나와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내 어린 날도 저러하였으리라

쑥부쟁이 언덕에 올라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며 가슴이 뛰었지

내가 좋아했던 건 도라지꽃

도라지꽃 밭둑에 앉아

콧노래 부르며 해 저무는 줄 몰랐지

 

무를 뽑는 날은

아버지 팔뚝만한 무가

배추를 뽑는 날은

어머니 치마폭 같은 배추가

새 세상 맞은 듯 신났었지

 

나는 아버지를 따라

누나는 어머니를 따라

막내둥이는 고모와 함께

밭둑길 돌아나오면 서산 위에

초저녁 별들이 한 가족처럼 나와

눈짓하며 반겨주었지

 

시장 바닥에는 싱싱한 무, 배추,

상추, 우엉, 쑥갓, 당근, 토란, 감자......

가족처럼 모두 나와 모여 있다

 

 

 

 

엉겅퀴꽃

 

 

 

온몸에 톱니의 가시 달고 있는

너는 고슴도치처럼

저주의 몸짓이었다

바람과 손 잡고 청산 가는 나비

손 흔들어 주지만

뭇짐승들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서서 배 고픈 줄 모르고

네가 뽑아올린 꽃대궁은

태초의 어머니 젖줄,

 

하늘이 노하여 소나기 퍼부어도

꼿꼿이 서서 노래 부르는 너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고 있으니

 

비단길 열며 터벅터벅 피 흘리며

사막을 걸어간 낙타의 지친

발자국소리 들었느냐

 

온몸에 톱니같은 가시 바르고

뽑아내는 너의

붉은 목청 아름다웠다

 

 

 

 

 

서대원 1994년 대구 출생, 2014년 경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입학, 2018년 경북 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생회장, 2019년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장, 20222월 경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예정

 

l 당선소감 ㅣ

 

 

 

 

자신감을 얻되 겸손한 마음으로

 

 

 

서대원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나도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제 전공이 불어불문학과이다보니, 대학생 시절에 프랑스 시, 프랑스 현대 소설 수업을 들었고,직접 시와 소설도 많이 읽으면서 문학에 대한 애정은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노벨 문학상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에서 어깨 돌을 짊어지고 매번 올랐다가 다시 돌이 떨어져서 다시 올라가는 남자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론 '의미 없는 반복'이라고 볼 것입니다. 하지만 알베르 카뮈는 그 행동은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며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로 앞으로 문학 활동과 사회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l 제6회 ⟪미당문학⟫ 시부문 심사평 ㅣ

 

회화성과 서정성, 그리고 경쾌한 리듬감으로 표현하다

 

최종심에 오른 시작품은 황준의 「가을비」외 4편, 서대원「겨울계룡산」외 4편, 이진선의 「그해 여름」외 4편 등 모두 15편이었다.

응모한 작품들 중에서 우선 모순을 담고 있는 내용이나 모순이 있는 언어(시어)들을 담고 있는 시는 일단 제외시켰다. 왜냐하면 “시자언지詩者言志”라는 말이 있다. 즉 ‘시라는 것은 뜻이 담긴 말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의 말에 모순되는 말이 있는 시는 안 되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덜 익은 발상이나 덜 익은 표현들이 보이는 작품도 제외시켰다. 번쩍 눈에 뜨이는 작품은 아닐지라도 비교적 무난한 작품을 골랐다는 말이다.

현대의 시가 그 표현기법으로 ‘은유’나 ‘상징’을 도입하는 이유는 직설적으로 표현했을 때에는 그 뼈대가 너무 앙상하게 드러나기때문인 것이다. 맨살로 맨 몸으로 독자들에게 뛰어들면 시의 맛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거기 비유나 상징으로 옷을 입혀 상상력과 언어의 여백을 두려는 것이다. 이번 신인상에 오른 작품들이 표현의 묘미를 살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힌다면 이들의 작품들이 요즈음 흔히 말하는 난해시나 난삽한 시는 아니다. 난삽하게 비틀어서 독자들을 우롱하는 속임수의 작품을 만든 이는 없다.

특히 황준의 「가을비」를 선택한 이유는 화화성과 서정성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고, 작품을 무난하게 이끌고 가는 힘이 있는 것 같아서였다. ‘주름진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두 개의 머그잔이 비어있다’는 구절에 이르면 잠시 가을비 내리는 소슬한 분위기를 맛보게 한다.

서대원의 「겨울 걔룡산」도 우선 모순되는 표현이 보이지 않았고 마치 ‘겨울 게룡산’은 스케치하듯 경쾌한 리듬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사뭇 동시적童詩的으로 이끌어가려는 데 비하여 이 작품은 그런 느낌이 없고 동시는 아니다.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작품은 아니지만 눈을 잠시 쉬어가게 하는 힘은 있는 것 같아서 뽑기로 하였다.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후보작으로 충분조건을 갖춘 건 아닐지라도 대체로 시를 많이 써본듯한 느낌이었고 시적 연조가 쌓인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작품을 써주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 송하선 시인 (글)

심사위원 : 김동수 시인, 이구한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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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해피 | 작성시간 21.11.11 6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당선된 황준 시인과 서대원 시인에게 축하 드립니다 이제 시작이니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미당문학의 발전을 위해 전진하시길 빕니다 해피! 이구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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