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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욕이 아닌데, 년은 심한 욕이 되는 까닭?

작성자미관彌款|작성시간16.07.10|조회수953 목록 댓글 0


전라도 말에 '잡놈'이라는 말은 雜스럽게 아무 자리에나 잘 끼고, 잘 어울리고, 비위 좋고, 넉살 좋고, 악의 없고, 사람 좋은 남자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잡'은 잡화점, 잡지처럼 원래 여러 가지, 여러 방면 등 여럿이나 많은 등의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잡놈이라 하면, 남의 술자리나 도박판에 잘 끼어 분위기를 살려 주고, 갱편을 얻고, 상가집의 침울한 분위기를 살려주어 웃음판으로 만들고... 등등의 역할을 합니다.

 

몇년 전부터,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녀석'이라는 말이 '놈' 대신 무차별, 무제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프로그램에 50번 이상 녀석이라는 말이 쓰이는데, 고래도 녀석, 생쥐도 녀석, 캥거루 어미도 녀석, 알 낳는 물고기도 녀석입니다. 놈 보다 친근하다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지만 사실 '녀석'은 매우 제한된 의미의 단어입니다. 아마 이렇게 '녀석'이라는 말을 선호하는 이를테면 '녀석군단'의 구성작가들 대부분이 여성 초보 작가지망생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 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녀석'이 어린 사내아이의 애칭이라는 것을 모르고 쓴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잡년'은 같은 뜻으로 해석해서 나쁜 의미가 됩니다. 서양 속담에 'Good girl goes to heaven, bad girl goes to everywh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착한 소녀는 천국에 가고 나쁜 소녀-잡년은 아무데나 간다라는 뜻이죠. 여자와 바가지는 굴리면 깨진다 라는 속담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술자리에 잘 끼고, 도박판에서 갱편 뜯고, 상가집에서 어릿광대 노릇하고... 그런 여자의 잠자리는 아마도 고려의 상열지사에 나오듯, 그 같이 덧거친 데 없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남녀에 대한 관념의 차이는 사실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려시대만 해도 남녀가 어울려 프리섹스를 나눌 수 있는 춘사가 있었다고 봅니다. 春社는 원래 상고시대 인류창생의 신인 여왜(혹은 여와)가 인간에게 창생의 권한을 물려주었던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유풍이 다리 밟기, 탑 돌기 등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다리는 사람의 다리와 물을 건너는 다리가 같기 때문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가 튼튼하다 하여 군중 속의 남녀가 밤을 새워 다리를 오가다보면 옷깃이 스치고, 팔끼리 부딪치고, 눈길이 오가다보면 으슥한 곳에서 다리를 밟고 밟히는 일도 생겼을 것입니다. 그렇게 봉건 농경사회에서 성적 충동을 해소하기도 했을 겁니다. 

 

(사진:여자가 호랑이를 기르거나 올라 탄다? 이해가 가십니까? 까뮤의 '전락'에 보면 사자조련사가 면도를 하다가 베면 사자 입에 머리를 넣을 때 사자가 입을 다문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피맛을 본 사자가 조련사의 머리를 으깨어 잡아먹는다가 되겠지요? 그런데 여자가 호랑이를 탄다... 한달에 한 번씩 잡아먹힐 일이 있나요?

 

이 그림은 산해경의 '서왕모'가 세속화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서왕모는 얼굴은 할머니이고 호랑이 몸에 표범의 꼬리를 하고, 가끔 으르렁거린다고 했습니다. 중국어로 왕모는 할머니라는 뜻이죠. 상제의 지상별장인 곤륜구를 지키며 다섯가지 형벌을 주관한다 했습니다. 신도와 욱루라는 호랑이 부하들을 시켜 곤륜구를 지키는데, 밤에 귀문을 통해 지상에 내려온 귀신들이 인경이 울린 후에 지각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한 귀신을 왼 새끼에 묶어 죽여 호랑이 먹이로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신은 '신의 기원'에서 서왕모를 누조, 상아, 항아, 여왜(혹은 여와)와 같은 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왜는 복희씨의 동생이자 아내인데, 성경의 이브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신나게 아이들을 만들다가 시들해져서 새끼줄을 진흙탕에 담갔다가 휘둘렀더니 튀긴 진흙이 인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싫증이 나서 너히들끼리 붙어 먹어라 하고 만든 것이 춘사입니다. 말하자면 프리섹스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모계사회에서는 미덕이었겠지만, 부계사회에서는 악덕이다가 유교에 이르러 패악이 된 것이겠지요)

 

상고시대, 우리나라도 모계사회였습니다. 여자가 낳은 아들이 노동력이고 가세요, 부의 원천었던 시대가 모계사회이죠. 그러다가 강력한 부계사회의 등장으로 모계소유권보다는 부계혈통권으로 이행합니다. 자연 여자는 한 남자의 씨를 받아 혈통있는 자손을 낳아야 하는 의무가 부과됩니다. 그 의무 대신 사냥에서 죽을 가능성 대신 신변보호와 의식주와 부를 남자와 가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여자가 잡스럽게 아무 남자와도 히히덕거리고 어울리고,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되면 관계가 있는 남자들의 본능적 질투를 유발하게 되고, 출산을 하게 되더라도 그 혈통을 증명할 수 없게 되며, 그 여자가 속한 가족 공동체의 결속이 와해되고 이윽고는 가문이 더럽혀진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요.


사촌이 아무리 친해도 친동기처럼 될 수 없는 것처럼, 가족이란 서로 닮은, 혹은 같은 유전자적 공감대 속에서 피로 결속되는 초이성적, 초윤리적 집단입니다. 그것이 깨진 사회, 그 동인이 여자의 잡스러움에 있다면 '잡년'이라는 말이 보다 쉽게 이해가 되리라 믿습니다.


2016년 補遺

여성의 생리를 왜 '그것'이라고 하느냐...는 힐란성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다. 국가가 내 정조까지 관리를 하느냐는 우스개소리도 있었습니다. 정치 사회 윤리가 잠재의식화한 결과로 심한 왜곡으로 이어지는 건 사실은 가부장적 질서를 지키려는 안쓰러운 안간힘일 수 있습니다.

년이 욕이 되는 세태에 반발하느냐, 수용하느냐, 적응하느냐...그 선택은 개인의 몫이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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