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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게릴라 글에 달린 리플.

작성자밤락의 김밥~(*)))))))|작성시간03.01.04|조회수38 목록 댓글 0
광화문에 다녀와서... 추천수 : 34
코끼리, 2003/01/01 오후 7:46:06
어제 광화문에 갔었다.
동생과 방에서 넷서핑을하다가 안되겠다! 우리도 나가서 소파개정도 하라고 하고, 이라크도 고만 괴롭히라고 하고, 그놈의 전쟁도 지겹고, 북한 봉쇄정책도 결사반대한다고 하자!

광화문 역을 아싸리 무정차하는 지하철때문에 잘 모르는 서울길을 땀나게 걸었다.
도착할 즈음... 장애인이동권보장, 철거민 돕기...뭐 여러 시위명목으로 서명운동도 하고 성금도 모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 소외된 사람들이 평소 언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얘기한번 해보겠나.
여하튼 촛불시위를 할 양으로 나왔으므로 사람 많이 모인 곳으로 동생과 걸어갔다.

참 뻘쭘하게도 서있었다. 광화문대로에....
아는 사람 찾아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자주 뭐니, 애국 뭐니...하는 깃발이 학생인 나에게도 이처럼 생경스러울 수 있을까?
인간촛불띠잇기가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기왕에 함께하기로 한 것 잘 해보기위해 움직였다. 뒤로 돌아서 나오자 경찰 차로 길이 다 막혀있었다. 미군경찰이네 폭력경찰이네 내 나이 또래 넘들하고 참 서로 못할 짓 한 것같다. 시위대를 뒤에 두고 경찰한테 이유없이 욕해대는 아저씨나, 웃통을 벗어 제끼는 술취한 아저씨나, 그렇다고 차안에서 가만 못 있고 뻑하면 나와서 인상쓰던 경찰 그넘들.... 제길.. 뭘 위해 여기있나.
동생이 화장실 가야겠다고 해서 화장실 찾아헤매다가 결국 지하철 역안으로 들어갔는데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 놔두고 삥 돌아서 들어가란다. 뭐 이래저래 짜증나는 곳이었다.
다시 나와보니 인터넷에서 말하던 자유발언대가 설치되어 있던 모양이었다. 옳다구나~! 그래, 이제 좀 참여해보자.....
여전히 범대위 주관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 나와서 얘기하면 뭔가 필~이 꽂혀 곧 감동의 도가니 탕이 되겠거니 했다.
근데 계속 보자니 이거 영 아니올시다다. 범대위는 시민이 말을 끝내면 곧, 복창하랜다. 조지부시 사과하라! 무릎꿇고 사과하라! 한미소파 개정하라! 전면 개정하라! ... 그리고 함성...야~~ 소리 안지르는 거기 몇명을 지적하기도 하고.
나는 반전을 위해 나왔다. 소파개정때문에 나오기도 했다. 부시사과 받으면 열라 좋겠다....
다만, 이런 시위가 얻어낼것이 단지 무릎꿇은 조지부시는 아닌데 시위내내 왜 그런 자극적인 말로 일관하는 것일까? 직접사과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소파개정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넓게 우리는 stop the war!를 외쳐야했다. 한반도 평화유지와 그 많은 외신들 앞에서 우리의 시위가 단지 어줍잖은 민족주의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
발언대에 나온 시민 한 분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또 중학생 한명이 전경아저씨들도 깃발과 촛불대신 방패와 곤봉을 들었지만 마음만은 우리와 같을 것이라고 말하자, 범대위는 "전경을 규탄하는 발언"이었다고 코멘트를 달았다. 흣.
또, 조아세(조선일보없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나온 어떤 사람은 노무현에게 조금 우호적인 말을 한마디 했다가 바로 단상에서 쫓겨났다. 주변에서 우.... 내려가...를 외쳤으니까.
아무리 시위 자제를 요구했다쳐도 그렇지 대통령되면, 그 순간부터 시민과 적이 되는건가..
대체 자유발언대가 뭔데? 자유롭게 말도 못하는가.
내가볼때 "조아세를 아십니까?" 했을때 "네.."라고 대답했던 사람들이 내려가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땅의 수구언론을 응징하기 위해 발로 뛰는 사람인데 최소한 말은 다 들어보고 내려가라고 해야하잖냐?
뭘 위한 발언대냔 말이다. 정부를 규탄하고 미국과 부시만 때려잡으면 환호하는 그 무리 속에 더는 있을 자신이 없었다. 동생과 다시 쏘다녔다.
조금 있으니 광화문이 놀이터가 된 듯 했다. 한쪽에서 락음악이 여러 사람을 붙잡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쪽에선 풍물가락에 많은 사람이 어울려 놀았다.
대단한 우리의 2002년을 보내는 마당에 민중가요나 범대위의 커다란 마이크보다 보다 그런 곳에 있는 no more war라는 플랜카드, 혹은 몸에 걸고 나온 소파개정이라는 문구가 훨씬 호소력이 있지 않았나싶다.

범대위에 대한 실망은 나뿐만이 아닌걸로 안다. 그것도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큰 거부감을 심어주었을것이다.
나는 다음 촛불 시위도 물론 나가고 싶다.
다만 주체는 거기 모인 일반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말하고 싶다. 민족자주도 중요하지만, 세계시민으로서 지구촌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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