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장지우 기자) 뮤지컬 ‘렘피카(Lempicka)’가 타마라 드 렘피카와 라파엘라를 각각 세 명의 배우가 맡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을 통해 막바지 공연의 무대 밀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 대전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과 욕망을 지키려는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와 그의 뮤즈 라파엘라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과의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렘피카’는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불리는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생애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생존을 넘어 욕망과 예술적 자아를 지키려 했던 여성 예술가의 삶을 대담하게 그리면서, 주체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 서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여기에 클래식과 현대적인 팝, 록이 결합된 넘버가 더해지며, 강한 비트와 함께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을 드러내는 구성으로 무대가 채워진다.
타마라 드 렘피카 역에는 김선영, 박혜나, 정선아가 이름을 올렸다. 세 배우는 각기 다른 해석으로 같은 인물을 그리며, 시대를 통과하는 여성 예술가의 면모를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응하는 라파엘라 역에는 차지연, 린아, 손승연이 함께하며,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타마라의 삶을 뒤흔드는 뮤즈의 존재를 서로 다른 결로 풀어낸다.
김선영은 오랜 시간 무대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다운 무게감으로 타마라의 궤적을 이끈다. 그는 강인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깊이 있게 짚어내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대담한 예술적 여정으로 전환된 과정에 집중한다. 이와 함께 무대를 장악하는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앞세워,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가 쌓아 온 선택과 감정의 층위를 강조한다.
박혜나는 특유의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색을 바탕으로 타마라의 또 다른 얼굴을 그린다. 그는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인물의 단단한 성격을 세밀하게 따라가며, 폭넓은 음역과 탄탄한 성량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해석을 통해 타마라가 겪는 전환의 순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인물로 자리 잡게 했다.
정선아는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타마라를 맡아,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는 자유를 갈망하며 욕망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아르데코의 여제로서의 화려함과, 내면의 복잡한 심리를 동시에 드러내는 연기를 선보인다. 세밀한 표정 연기를 통해 변화하는 심리를 따라가게 하면서,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흐름의 긴장을 유지하도록 이끈다.
라파엘라 역에서는 차지연이 강렬한 뮤즈의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한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에너지와 함께 내면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함께 드러내며, 자유로운 영혼 너머에 숨은 고독과 상처를 무대에서 드러낸다. 압도적인 기세와 깊이 있는 표현이 병치되면서, 타마라가 마주하는 예술적 영감의 근원이자 인간으로서의 라파엘라를 동시에 보여준다.
린아는 부드러움과 치명적인 매력을 함께 지닌 라파엘라를 구현한다.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타마라의 인생을 뒤흔드는 운명적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리며, 인물이 품은 갈망을 관능적이고도 세련된 결로 표현한다. 여기에 폭발적인 가창이 더해지면서, 캔버스 밖으로 걸어나온 듯한 뮤즈의 이미지를 무대 위에 형상화한다.
손승연은 발랄함과 개성을 앞세워 또 다른 라파엘라를 제시한다. 파워풀한 보이스와 보컬 역량을 토대로, 격변의 시대 속 인물들이 품었던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풀어낸다. 이러한 표현은 현대적인 팝 록 사운드와 맞물리며, 관객이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든다.
타마라와 라파엘라 두 축 외에도 ‘렘피카’에는 다양한 인물이 함께 등장한다. ‘마리네티’ 역에는 김호영과 조형균, ‘타데우스’ 역에는 김우형과 김민철, ‘수지’ 역에는 최정원과 김혜미가 참여해 각자의 캐릭터로 극의 흐름을 채운다. 여러 배우들이 합세하면서, 렘피카의 삶과 주변 인물들의 선택이 얽힌 이야기가 무대 전체에서 전개된다.
뮤지컬 ‘렘피카’는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제77회 토니 어워즈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한국 초연에서는 클래식과 팝, 록이 절묘하게 섞인 음악과 더불어, 여성 예술가와 그 뮤즈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와 선택은 시대적 배경과 맞물리며, 무대 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변주된다.
한편 뮤지컬 ‘렘피카’의 한국 초연은 서울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오는 20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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