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여성심리, 남성심리

사랑하는데 왜 설레지 않을까?

작성자마음나무|작성시간15.12.22|조회수837 목록 댓글 1

 

 

 

잃어버린 심장박동, 헤어져야 할까요?

 

지난 주말, 저는 그와 3주년을 맞았습니다. 그와 저는 20대 중반에 만나 지금은 20대의 바짓가랑이를 겨우 부여잡고 있는 나이예요. 3년간 한번도 갈라진 적 없이 시멘트 두껍게 바른, 그런 연애했습니다. 축하할 일이겠죠. 하지만 기분 낸다고 찾아간 레스토랑, 어두운 조명 아래 아롱대는 촛불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게 사랑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연애초반, 어떻게 이런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볼도 비틀어보고 그랬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만큼 좋았으니까요.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왔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엔 한 뼘짜리 하이힐에 새끼발가락이 뭉개지거나 말거나 1초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 달려가곤 했어요. 나의 부족한 부분이 딱 채워져서 마치 내가 완벽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제 설레발의 이유는, 그가 그 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에요.

 

과거의 연애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울고 불고 소리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이걸 반복하다 지치면 헤어지고. 견딜 수 없으면 다시 만나고. 또 울고 불고 소리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네, 등짝 스매싱 후려 맞을 연애만 골라서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내가 그들을 참 많이 좋아했구나. 사랑이었구나. 확신이 있기에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괴로웠고 아팠던 시간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제가 말도 안 되는 투정을 해도 늘 넉살 좋게 받아주었습니다. 제가 싫다고 말한 것은 바로 고쳤습니다. 술, 담배? 할 줄 모릅니다. 별 거 아닌 기념일마다 소소하더라도 제 취향을 헤아린 작은 선물을 건네는 남자입니다. 그래요, 그와 저는 3년동안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당연히 저는 그 때문에, 이 연애 때문에, 눈물 흘려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그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더 이상 가슴 설렐 일도 없는 것 같아요. 두근거리던 심장도 조신해진 지 오래됐고.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 겁니다. 이게 사랑일까. 그 때문에 가슴 아프지도, 가슴 설레지도 않는데 이게 과연 사랑일까. 그렇다면 사랑하는 만큼 아팠다고 생각했던 지난 연애들은 다 뭐란 말일까. 그러니까 사랑꾼 이츄님께서 정답을 주세요. 저, 그와 헤어져야 할까요? 우리는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이, 식은 거 아닐까요?

 

 

아무도 우리에게 무엇이 사랑이라 일러주지 않았네

 

사랑이 어떤 모양인지, 어떤 증상을 수반하는지 우리는 단 한번도 배운 적이 없어요. 왤까요. 배울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사랑은 봄볕처럼 설레고, 누군가의 사랑은 한여름 광장의 직사광선처럼 강렬하고, 누군가의 사랑은 가을 햇살처럼 느긋하지만 또 다른 이의 사랑은 겨울 바람처럼 매섭기만 할지 몰라요. 그런데 왜 우리는 사랑의 모습이 애틋하고 설레고 가슴이 절절한 것이라고 믿는 걸까요. 그 누구도 사랑의 증상에 대해 일러준 적 없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맨 처음, 어디서 사랑을 배웠을까요? 드라마, 영화, 책, 만화, 가요 등, 대중문화 속에서 배우게 됐죠. 매체 속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은 사랑이라는 환상으로 포장되곤 했어요. 대중문화가 묘사하는 사랑의 모습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컨텐츠로써 소비되기 위해 자극적인 모습을 띨 수밖에 없어요. 비극적이고 비현실적일수록? 재밌으니까. 평화롭기만 멜로 영화, 순탄하기만 한 연애 드라마, 안 볼 거잖아요. 때문에 우리는 대중매체 속 사랑, 드라마나 영화 같은 사랑만이 진짜 사랑인 것처럼, 숭고한 사랑인 것처럼, 그것이 사랑의 진정성인 것처럼 오해하기 쉬워요. 물론 고통, 괴로움, 불안. 이 또한 사랑의 다른 얼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사랑을 결정짓는 필수요소라고는 할 수 없죠. 그러니까 사연녀 언니, 지금 하는 그거, 사랑 맞아요. 순풍에 돛 단 듯이 순항 중인 사랑!

 

 

이토록 뜬금없는, 메리지 블루!

 

격정의 연애 역사를 겪어오며 심신이 지친 사연녀 언니는 일요일 오후의 거실 쇼파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그를 만나 마침내 깨 볶는 연애를 시작했군요. 그 동안의 연애가 힘들기만 했던 이유는 그들과의 사랑이 더 큰 사랑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날 만났던 구남친들이 나쁜 남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사연녀 본인이 성숙하고 안정감 있는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였을 거예요. 어렸을 테니까, 사랑이 서툴렀을 테니까. 다치고 깨지고 아프고 나서 이제야 편안하고 튼튼한 사랑을 할 줄 알게 된 거겠죠. 사연녀 당신도 그 역시도.

 

 

 

촛불이 잘못했네.

 

아마 사연녀는 그가 마지막 연애 상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파란만장한 연애시대를 마감하고 그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결혼 전, 누구나 겪는다는 메리지 블루를 조금 더 일찍 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렇다면 반대로, 사연녀 당신은 그를 결혼 상대로 생각할 만큼 깊은 사랑을 하고 있네요. 수련회의 마지막 밤, 종이컵 안에 든 촛불을 들고 눈물을 쏟았던 학창시절의 고백시간처럼. 우리는 촛불 앞에 괜히 약해진다니까요.

 

* 메리지 블루?

결혼을 앞둔 이들이 겪는 우울감. 정말 이 사람이 최고의 사람일까? 내 젊은 날은 이제 끝난 걸까? 이제 나는 정말 어른이 되는 걸까? 갑자기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등등….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바심 때문에 우울해지는 증상. 이 증상으로 아무 잘못 없는 상대가 괜히 미워 보이기도 하고, 문제 없는 연애가 지겨워지기도 한다.

 

출처:이츄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혜정(서울) | 작성시간 15.12.23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