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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조건(옮겨온 글)

작성자202|작성시간22.09.28|조회수35 목록 댓글 0

수행의 조건


수행은 마치 오다가다 우연히 알아서 흥미를 느껴서 하는 것처럼 가볍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행을 하려는 의도에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수행을 하려고 처음부터 단단히 작정을 하고 시작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수행을 적당히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수행은 지나치게 큰 기대를 가지고 바라는 마음으로 하면 안 됩니다. 

처음부터 집중이 될 수 없음에도 강하게 집중을 하려고 하면 자신이 바라는 것이 충족되지 않아서 흥미를 잃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수행을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잘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에는 잘 되지 않아서 계속하지 못합니다. 수행은 마음을 길들이는 일인데 야생마 같은 마음을 단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아와서 마음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수행을 잘하려고 하면 탐욕으로 합니다. 

그러면 이내 성냄이 일어나고 결국 그만두는 어리석음이 생깁니다. 수행은 믿음을 가지고 굳은 뜻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 알지도 못하는 것에 강한 믿음을 가질 수 없고 굳은 뜻도 세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믿음이 강할수록 맹목적인 마음이 생겨 수행을 지속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모든 조건이 적절하게 성숙되어야 합니다. 수행을 하려면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믿음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지만 이런 믿음은 수행을 하면서 지혜가 났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은 선업의 공덕을 쌓은 사람이 할 수 있으며 괴로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괴롭지 않으면 감각적 욕망의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수행은 여러 가지의 적절한 조건이 필요하므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조건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도반의 도움과 스승의 가르침입니다. 왜냐하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정신세계는 절대 혼자서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건을 갖출 때 필요에 따라 적절한 힘을 안배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행에 대한 신념이 강할수록 마음이 경직되어 스스로 부담을 느낍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서 쉽게 포기하거나 오히려 별것 아니라고 비난하며 그만두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수행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어떻다고 스스로 단정합니다. 

사실 이렇게 쉽게 속단하는 마음가짐 때문에 괴로워서 수행을 하는데 다시 수행을 할 때도 이런 마음으로 하면 결코 괴로움의 출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행을 할 때는 어떤 것이나 즉각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서 그간 지녀온 습관으로 하지 않아야 합니다. 새로운 정신세계는 반드시 그간 살아온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기존의 방법으로 살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인도에서 불교중흥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신 아소카대왕은 거리를 가다가 어린 사미가 탁발을 하는 경건한 모습을 보고 불교에 귀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선업의 과보가 있어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만나는 인연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우연히 만난 사미스님의 경건한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오다가다 만난 사소한 인연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나 바른 목표는 설정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실천함에 있어서는 아무런 바람이 없이 그냥 필요한 일이라서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수행을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그만큼 욕망으로 하게 되어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지혜를 얻어 깨달음을 얻는 위빠사나 수행은 대상을 분리해서 알아차리기 때문에 대상에 개입해서 강력한 힘으로 하면 안 됩니다. 단지 있어서 보고, 필요해서 하고, 무엇인가를 알았으면 안 것으로 그치고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볼 때는 단지 볼 뿐이 되어야 하고, 들을 때는 단지 들을 뿐이 되어야 합니다. 단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선악에 대한 분별이 일어나지 않아 고요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런 고요함이 지혜를 얻게 하여 괴로움이 소멸하는 결과를 얻습니다. 이런 결과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단순하게 대상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모든 수행자들이 주 대상으로 삼는 호흡도 큰 의미가 있어서 알아차리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몸을 알아차릴 때 가장 알아차리기 쉽고 두드러진 대상이라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흡을 알아차리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이 일어나지 않아 마음이 번뇌에 물들지 않는 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호흡에 무상, 고, 무아의 진리가 모두 담겨있지만 이것은 나중에 집중이 되고 지혜가 났을 때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호흡에 집중하여 온갖 번뇌로 찌들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도 호흡을 알아차려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단지 필요해서 하는 것으로 그쳐야 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단순하고 청정한 마음일 때 대상의 성품을 꿰뚫어보는 지혜가 납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이런 지혜를 얻어서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지 수행을 잘해서 어떤 성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현재 잘 안 되는 상태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수행은 단순한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잘하려고 하면 없는 힘을 내게 되어 억지를 부리거나 대상과 싸우게 됩니다. 수행자는 전사가 되어서 대상과 싸워서는 안 됩니다. 잘하려고 번뇌와 싸워서는 결코 번뇌를 이길 수 없습니다. 대상과 싸우면 오히려 내가 대상에게 영양을 공급해서 더 분노를 부채질하는 것입니다.

수행은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나의 내면을 정화하여 지혜를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면 나의 힘에 맞게 가야 합니다. 그래서 수행은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와 같습니다. 없는 힘을 내서 하는 것이 욕망으로 하는 것입니다. 욕망을 없애려고 욕망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을 잘못하면 오히려 욕망을 키우는 악순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나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보다 더 훌륭한 행위는 없습니다.
출처: 한국 명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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