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심검도 홈페이지에 이런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해동검도를 조금 했습니다.
내가신장(기천문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음)이라고 해서 내공을 기르는 수련을 따로 하였습니다.
... [중략] ...
심검도에도 명상말고 따로 내공을 기르는 수련이 있나요?
단전호흡에 나오는 소추천, 대주천 같은 수련도 있습니까?
80년대 소설[단]과 국선도를 위시한 무수한 기공수련단체와 무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외공과 내공에 대한 개념과 수련법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건강을 위해 혹은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궁극(?)의 비법들을 체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수련단체와 무술들이 성행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열망이 비단 오늘날 만의 일이 아니라는건 옛 문헌들을 보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조선 정조 때에 출간된 [무예도보통지]에 권법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당송 이래로 그 술법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외가(外家)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內家)이다.
외가는 소림에서 가장 성했다.
소림사는 등봉현의 소실산에 있다.
일지록에 가로되 당나라 초기에 13인의 중이 왕세충을 토벌하는데 공이 있었다.
이것이 소림에 병법이 일어나게 된 까닭이다.
가정년간(嘉靖年間)에는 소림의 중 월송이 도독 만표의 격문을 받고 왜적을 방어하다 송상에서 전사하였다.
내가는 장송계(張松계)를 정통으로 한다.
송계는 손심삼노에게 배웠는데, 그 법은 송나라 때의 장삼봉에서 유래한다.
삼봉은 무당산의 단사(丹士: 단을 수련하는 도사)로 혼자서 적 백 여명을 죽여 그 절기가 드디어 세상에 이름이 났다.
삼봉 이후로 명나라 가정 때에 이르러 사명산에 전해져 송계가 제일이 되었다.
영파부지에는 소림의 법은 주로 사람을 때리는 것인데 발꿈치로 튀어 올라치고 이를 피하는 것이니 거칠지만 때때로 사람에 타격의 영향을 미친다.
송계법은 주로 적을 방어하는 것이어서 곤액을 당하지 않으면 발하지 아니한다.
발하면 맞은 곳이 반드시 저리며 틈이 없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내가의 술법이 더욱 좋은 것이다.
내가의 법은 사람을 칠 때 반드시 그 혈(穴)을 친다.
혈에는 훈혈, 아혈, 사혈이 있다.
가볍게 혹은 무겁게 이 혈을 때리면 죽기도 하고 벙어리가 되며 기절하기도 하는데 털끝만큼도 차이가 없다.
더욱 비밀스러운 것은 경, 긴, 경 근, 절의 오자결(五字訣)이다.
입실제자가 아니면 전수하여 주지 않는다.
대개 이 5자는 잘 쓰이지 않고 특별한 경우에만 쓰여 병가의 인, 신, 지, 용, 엄에 비유된다.
내가권법에서는 외가로 부터 소림에 이르면 그 술법이 정교하다고 하였다.
장삼봉이 이미 소림에서 배워 이것을 따르고 다시 뒤집어 내가라 이름하였다.
그 한두 가지만 얻어도 능히 소림을 이길 수 있다.
왕정남 선생이 홀로 단사남에게 배워 그 전부를 얻었으나 나는 그 조잡함을 얻었다.
그 요점은 수련에 있지 않았을까?
수련이 이미 성숙되면 돌아볼 필요가 없으니, 손이 나가는 대로 맞추고 가로세로 전후로 응하여 서로 긴밀하게 한다.
[무예도보통지 권법 중에서 발췌]
위의 기록에 보이는 내가의 권법을 무당의 단사인 장삼봉이 창시하였다는 설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입증된 것이 없지만 이 권법이 호흡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특히 타격점을 혈에 집중하였다는 것은 중국의 전통의학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내가권법이 [무예도보통지]에 실려 있다는 사실은 당시의 조선 무예계에 어느 정도의 수준일지는 몰라도 호흡을 중시하는 무술의 기법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양생학사상 4대 양생서가 있으니 곧 정유인(?~1561)의 [이생록(이生錄)], 조탁의 [이양편(二養編)], 이창정의 [수양총서류집], 그리고 서유구의 [보양지]가 그것이다.
허나 [이양편]이나 [용호결]은 있었으나 개인이나 가풍 수준의 건강이나 선도수련을 위한 것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지거나 보급되지는 않았다.
이렇듯 조선시대 각 집안의 가전양생술로써 혹은 무예수련의 과정으로써 내공수련의 단초는 엿볼 수 있으나 체계적인 전승이나 발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또 18세기에 이르러 중국의 [팔단금]에 조선의 [용호결]을 접목시킨 새로운 건강법의 체계가 성립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무예가 아닌 건강을 위한 의료체조적 성격의 것이었다.
[전통한의학과 한국무예의 관련성에서 발췌 / 이진수]
위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공]이란 말은 도가식 수련법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내공수련의 기반이자 중심으로 생각되는 단전이란 개념은 정확한 년원은 알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수,당시대의 도가 道家부흥기에 자리잡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우리나라에 도가가 공식적으로 전해진것은 삼국시대 고구려 말기에 있었던 살수대첩(612년) 이후인 624년 당으로부터 관방도교가 들어오면서 부터라고 역사서에는 기록되어 있습니다.
丹이란 어원은 도교 중국 연금술의 丹砂의 단에서 유래됩니다.
즉 丹자는 파군 남월에서 나는 붉은 돌을 가리킨 것으로 원래의 자형은 대를 쪼개어 그 안에 담아둔 단사를 나타낸 것이며, 붉다는 뜻이 있어 음양이 조화된 원기를 의미하며, 기에는 영지가 갊아 있어 영령한 기를 단이라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 단은 연금술적 측면에서의 외단을 의미했는데, 이런 단들을 제련하여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사상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런 단약들의 재료가되는 중금속들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늘어나자 대안적인 사상으로서 내단사상이 부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현재의 단전이나 호흡의 개념도 내단사상이 부흥하는 수,당시대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말)에 이르러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볼 것이 있는데, 그럼 우리나라는 수,당시대 즉 우리나라 삼국시대 말기 이전에는 단전이란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어떤 수련을 했을까? 아니면 내공수련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단전이란 개념이 동이족이나 발해만 근처에 있던 방사 혹은 선인들로 부터 중국 쪽으로 건너갔다는 주장을 하고, 여기에 대해서도 나름 할 말들이 많지만, 학술적인 가설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객관적 시각에서 생각해 볼 때 우리민족이 삼국시대 말기 이전에 우리가 했을 수련법에 대해 찾아보면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신라 화랑의 수련법인 [풍류 風流도] 일 것입니다.
최치원(崔致遠)이 [난랑비(鸞郞碑) 서문]에 쓴
우리나라에는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
이 풍류 사상은 유고와 불교와 도교를 포함한 것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교화시켰다.
가정에서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공자의 가르침과 같으며[1], 모든 일을 순리에 따라 묵묵히 실행하는 것은 노자의 가르침과 같고[2], 악한 행동을 아니하고 착한 행실만을 신봉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같다.
라는 글을 보면 단순히 어느 한 쪽의 사상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 뭔가 복합적인 사상과 수련법이 존재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또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신라의 주요사상과 문화가 불교적 색채가 매우 강했다는 것과 화랑이란 단체가 원래 향도(香徒) 즉 승속(僧俗)의 신앙단체를 지칭하는 말인것으로 보아 화랑의 수련법인 풍류도가 불교적 이념아래 여러사상을 포함한 복합적인 방법이었고, 최소한 우리가 생각하는 도가적인 내,외단의 수련법을 지향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결론이 도출됩니다.
글이 길어지면서 자꾸 제가 말하고자하는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 같고 ^^ "그러므로 심검도의 내공(?)수련법이 진짜 전통이고 정통이다."란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어 설명은 여기서 접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단전호흡만이 정통이고, 전래 되어온 전통수련법이다."란 소리나, "단전호흡 빼고 다른 수련법이 뭐가 있나?"란 얇은 생각에 빠지지 마시란 뜻으로 글을 쓴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오늘날 단전호흡만큼 체계적이고, 대중적인 수련법은 없는것 같습니다.
불교식 간화선이나 참선, 주력수련 등이 종교적 테두리 안에서 계승, 발전되고는 있으나, 말그대로 종교성이 강하여 일반인들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인도의 요가나 남방불교식 수련법들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새로운 시각에서 氣수련을 바라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교류기간이 짧고 두서없이 들어오다보니 그 피해 또한 만만치 않은것 같습니다.
다시 무술에서의 내공수련적인 관점으로 돌아와서 단전◎호흡◎수련만이 내공수련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수련법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므로 소주천, 대주천이 내공수련의 척도가 될 수도 없겠죠.
우리에게는 옛부터 전해지고 지금도 계승, 발전되고 있는 참으로 많은 수련법이 있으며, 이런 다양함이야 말로 각각의 시대에 어울리는 수련법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되지않나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심검도에는 어떤 수련법이 있으며, 단전호흡과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것은 직접 몸으로 배워가시길 바란다는 말로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버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궁금하신가요?
제가 좀 심술궂죠~잉?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