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잘 아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솅키에비치(H.Sienkiewicz)가 쓴「쿠오바디스」라고 하는 소설입니
다. 로마의 네로 황제의 박해가 절정에 달하자 당시 로마시에 머물고 있던 교회 지도자 베드로는 신변의 위협을 절
실하게 느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때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도들이 와서 눈물을 흘리며 간청을 했습니다. "
사도님, 우리는 죽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사도님께서 만일 우리를 떠나시기라도 한다면 로마 교회는 완전히 흩어
지고 맙니다. 그러니 부디 몸을 피하십시오." 성도들이 하도 눈물겹게 간청을 하자 베드로는 환난이 지나기까지 당
분간 몸을 피하기로 하고 밤중에 로마시를 빠져 나왔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오는 무렵에 그는 그 유명한 아피안 가
드로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날이 밝기 시작했습니다. 동쪽에서 황금빛 찬란
한 빛을 뿜으며 떠오르는 태양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그 태양을 보는 순간 현란한 태양 빛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환상으로 보고는 깜짝 놀라서 다급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주여 어
디로 가시나이까?" 그 당시 사용하던 라틴어로 말하면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입니다. 또 신약성경
이 기록된 헬라어로 바꾼다면 '퀴리에 푸 휘파게이스'(kyrie pou hypageis)라는 말입니다. 그때 예수님은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네가 나의 백성을 버리고 나오다니 내가 가서 그들을 위해 한번 더 십자가에 못 박혀 죽
으려고 한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베드로는 한참동안 고개를 떨군 채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침묵 속에 돌부처처럼 앉아 있던 베드로는 드디어 결심이 선 듯 몸을 일으켜 자기가 오던 길로 다시 발걸음
을 돌렸습니다. '예수님이 그곳으로 가신다는데 나도 따라가야지.' 로마로 돌아간 그는 결국 십자가형을 받게 되었
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와 같은 죄인이 어떻게 스승 되신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똑바로 못 박힐 수 있겠느냐라며
자기를 거꾸로 매달아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의 요청대로 십자가에 거꾸로 달림으로 영광스런
순교의 재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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