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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품 합평작

15차시(2026.6.13.토)/김주열4/권성호3/이성호3/김기모2/정영희4

작성자캔디|작성시간26.06.10|조회수6 목록 댓글 0

1. 손맛을 알기나 하나/김주열4
2. 소음이 풍경이 되는 순간/권성호3
3. 그는 클릭하고 클릭 된다/이성호3
4. 동행/김기모2
5. 무대위의 인생/정영희4

1. 손맛을 알기나 하나 / 김주열4 대기업 퇴사후 택시 운전함

1. 재래시장이면서 으로 소고기 야시장 으로도 유명한 소문난 수암시장 앞이다. 소고기 야시장은 뒤에 써먹지 않아서 쓰지 말자. 여느 때처럼 손을 드는 손님을 태우려 차를 세운다. 가까이서 보니 작은 배낭을 메신 초로의 할머님이시다. 어르신들은 차를 타고 내릴 때 다소 시간이 걸린다. 동작 하나하나가 젊은이들보다 굼뜨고 무엇보다 내 차는 SUV차량이어서 다리를 올리는데 힘들어 하신다.
“에구구, 차가 와이리 높노. 기사양반, 신화마을로.”

“태아줘서 고맙데이, 요즘 택시가 잘 세아주지 않아가 애묵는다 아니가.”
배낭을 안으로 훌쩍 던져 넣고는 혼잣말을 하시며 문을 닫으신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신화마을로 가지고 한다. 막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 하신다.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도 하시며 혼잣말처럼 말을 건네며 간간이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 룸 밀러에 잡힌다.
2. 김치장사를 근30년 하셨고 이제는 힘에 부쳐 아들에게 맡겼단다. 하지만 하면서 매일 시장에 나와 하루를 챙긴다고 하신다.한다. 가까이서 뵈니 연세가 제법 드신 것 같아 조심스레 여쭈니 여든이라며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다며 웃으신다.웃는다.
“요즘 젊은 것들이 손맛을 알기나 하나!”
느닷없이 언성을 높이시기에 왜 그러시냐고 응대를 하니 김치를 직접 집에서 담아서 먹느냐는 질문을 하신다. 아내와 둘 뿐이어서 거의 사먹는 편이라고 답하자 누가 사러가고 어디서 사느냐고 물으신다. 은근히 할머니 비위를 건드릴까 염려도 되고 어떻게 답을 드려야 좋은 답인지 망설이자 더 큰 목소리로 나를 책망하신다.
“집사람 도와준다고 장보는 건 좋데이. 그런데 와 젊은 여자가 파는 가게를 가는 이유를 모르겠어. 맛보다는 헤죽헤죽 웃어주는 가게에 미친긴가. 또라이들.”
첫 대면의 할머니는 노기에 가득찬 혼잣말로 출발했다.
요즘 것들 김치의 참맛을 모른다고 또 책망이다.
3. 할머니 말씀으로 30년을 지킨 시장에서 김치가게로 돈도 제법 벌었고, ‘신화마을 김치 아줌마’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없다고 했다. 지금은 김치가게가 다섯집이나 되었다 한다. 손맛의 달인으로 자존감에 가득한 할머니가 세상의 변화에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 것 같다. 옛 시절에는 젓갈을 넣은 김치가 잘 팔렸고 김장을 담을 때는 갈치나 청각을 빠뜨리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 것들은 단것만 좋아한다며 탄식을 하신다. 손맛의 달인으로 자존감에 가득한 할머니가 세상의 변화에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 것 같다.
4. 얼마 전, 낮 시간 근무 휴식 중에 인터넷 홈쇼핑에서 00집 총각김치와 배추김치와 배추김치를
총각김치를 샀다. 선전을 보다가 쇼핑호스트의 설명과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아내와 상의도 없이 이 말이 들어가야 아들한테 보낸 것이 비밀이 된다. 선뜻 구매한 것이다. 우리가 먹을 것은 물론이고 맞벌이하 손자를 양육하는 며느리를 위해 아들집에까지 보냈다. 택배로 도착한 김치를 보고 아내는 나 혼자 다 먹으라며 언성을 높이고 안 시킨 일도 잘 한다며 핀잔을 했다. 사실 맛이 그게 그건데 뭣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아들 집에 보낸 것은 것도 후한이 두려워 절대 비밀로 하라고 아들에게 즉시 문자를 넣었다. 그랬다. 맛을 보고 구매를 하지 않았고 쇼핑호스트의 간드러진 목소리와 먹는 시식하는 모습이 구매를 결정하게 된 동기다. 할머니의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5. 이런저런 생각과 말씀을 들으며 신화마을에 도착하니 할머니 배낭에는 을 챙겨 내린다. 저 배낭에, 세월의 손맛이 우러난 맛좋은 레시피가 들었을 것 같다. 갖은 자연 조미료로 버무린 양념은 맛깔나는 김치를 만들어내고 재래시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단골 반찬이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개량스푼으로 만들어내는 맛보다 한 움큼 손에 집어 던져 넣는 손맛.이 궁금해 진다.
6. 우리가 사는 맛을 얘기할 때가 가끔 있다. 서로 다른 생활을 하면서도 사는 맛이 같은 것을 쉽게 찾으라면 손맛은 어떤 것일까 할머니가 손주들을 반기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업어주며 자장가를 불러 주시던. 때로는 김치를 물에 씻어 밥 위에 얹어 주며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하던. 잠시 모신 정성의 맛이 아닐까. 신화마을 할머니가 오늘 많은 것을 알려 주셨다.주었다. 손맛을 잃지 않도록 주말에는 아내와 김치를 담그자고 해야겠다. 카파통에 나눠 담고 아들집으로 딸 내 집으로 보내자고. 내일이나 모레쯤, 할머니의 손맛을 보기 위해 수암시장에 들러야겠다.

2. 소음이 풍경이 되는 순간 / 권성호3 좋은 글이다.

1. 두 달에 한 번은 아내와 국내 여행을 가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래저래 일정이 겹치다 보니 약속은 자꾸만 뒤로 밀렸고, 오랜만에야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선다. 출발지를 쓰면 기행문이 된다.
2. 오늘의 목적지는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이다. 몇 년 전, 하동 최참판댁을 우연히 들렀다가 섬진강 너머 언덕을 하얗게 뒤덮은 매화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아내에게 "다음엔 꼭 저곳에 한번 가보자" 라고 했던 해묵은 약속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침 매화축제 기간이라 하니 오랜만의 여정에 마음이 설렌다.
​3. 평일인데도 매화 축제장은 살짝 기대했던 아늑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초입부터 밀려드는 차량으로 주차는 전쟁터 같고, 행사장은 먹거리 장터와 각설이 타령, 호객 행위로 정신이 없다. 하얀 매화 세상을 아내와 조용히 거닐고 싶었던 나에게 눈앞의 소란스러움은 못내 실망스럽다.기대 밖이다. 혼자 너무 낭만적인 기대를 품고 온 내 잘못인가 섣부른 기대인가 싶기도 하다. 사람들의 행렬에 등 떠밀리듯 마을을 대충 둘러보고,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장터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서둘러 길을 빠져나온다.
4. 밀려오는 아쉬움을 달래 차를 돌려 강 건너편으로 향한다. 한적한 강변에 차를 세우고,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건너편 매화마을을 바라본다.
5. 그 순간, 잔잔한 탄성이 흘러나온다. 조금 전까지 소음과 복잡함으로 가득했던 그곳이, 섬진강이라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그저 평온하고 눈부신 하얀 눈꽃 세상이다. 강 언덕에 아스라이 앉아 있는 그 풍경이 참 예쁘다. 강물 위로 번지는 하얀 꽃그림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문득 은퇴 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지나온 내 일터가 겹쳐 보인다.
​6. 삼십 년 넘는 직장 생활은 늘 축제장의 한가운데처럼 숨 가쁘고 정신없었다. 쫓기듯 처리해야 했던 과업에 대한 부담과 자리가 주는 중압감에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올랐다. 위아래를 두루 살펴야 하는 위치에서 오는 고단함, 조직 간 이해관계와 사람 사이의 갈등을 푸느라 밤잠을 설치던 날들도 있었다. 그 치열함 속에서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때로는 조바심을 내곤 했다.
​7. 하지만 이제 현직에서 물러나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지금, 그때의 기억은 강 건너 매화마을처럼 참으로 아련하게 다가온다. 나를 밤새 괴롭히던 갈등과 무거웠던 책임감은 흐르는 강물에 씻겨 간 듯 희미해졌다. 오히려 그 거친 풍파 속에서도 서로를 다독이며 버텨냈던 동료들의 뜨거운 정, 작은 성취에도 함께 기뻐하며 어깨를 두드리던 순간들이 하얀 매화꽃처럼 활짝 피어올라 나를 반겨준다. 가까이서 겪을 땐 스트레스이자 고통이었던 것들이, 한 걸음 물러서니 내 삶을 단단하게 키워준 소중한 풍경이 된 것이다.
​8. 미처 보지 못했던 삶의 진짜 모습을, 한발 물러선 '거리 둠'을 통해 매화 마을과 관련 없다. 이제야 깨닫는다. 청춘을 바쳤던 그 소란스럽던 일터도, 오늘 아쉬움을 남겼던 광양의 매화마을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지금에야 비로소 진짜 아름다움으로 마음에 남는다. 섬진강 맑은 물결 위로, 은은한 매화 향과 함께 행복이 깊어가는 오후다.

3. 그는 클릭하고 클릭 된다 아이/이성호 3
게임 중독은 과하고 클리고중독이나 다른 말로 순환시키자
1. 꺼벙한 사내아이가 저쪽 세계에서 왔다. 내가 이십여 년 전에, 한 여인에게 인편으로 보낸 인연 보따리다. 이십여 년 전, 별 세계에서 한 사내아이가 왔다. 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얘기다. 그는 한때, 배꼽인사도 잘하고“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여드름이 자라면서 날마다 구석에서 웅크린 채 눈과 귀가 멀어져 갔다. 말하지 않았다. 눈을 맞추지 않았다. 이상한 짐덩이었다. 사춘기의 아이를 얘기함.
2 .그는 포탄의 불꽃으로 아침을 열고 총탄의 굉음으로 저녁을 맞는다. 게임시작을 얘기함. 컴퓨터 화면에는 5. 4. 3. 2. 1 숫자가 카운트되고 경보가 울린다. 별들의 전쟁에 스스로 징집되어 적진을 향해 바람처럼 질주한다. 방아쇠를 잡고 더듬이를 작동시키자, 적의 은신처가 드러난다. 적의 심장을 겨눈다. 클릭 한 번에 포탄이 발사되고 적진은 검은 버섯구름이 솟구친다. 하늘을 날고 땅 위를 달리면서 총을 쏘고 칼을 후린다.
3. 장검을 들고 침투하는 적과 맞선다. 그는 먼저 공격하고 미리 방어한다. 적이 휘청하는 사이에 허공을 가르고 칼을 내리친다. 빛의 속도로 키보드를 찍어 목을 겨눈다. 용맹과 지략을 겸비한 전사는 적보다 칼끝이 빨라 레벨이 쌓인다. 그가 펼치는 전술은 작은 승리를 많이 거두는 것이다. 전투 정신은 ‘불가능은 없다’이다. 게임얘기는 중복이라 버린다.
4. 불꽃이 튀고 칼과 칼이 부딪는 소리가 땅을 흔든다. 방어벽을 넘고 넘어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곳에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적의 진지를 점령하고 승리의 발도장을 찍는다.
5. 갈고리로 금을 캐고 채굴기로 구리와 광물질을 긁어모은다. 자원을 얻기 위해 앱을 설치하고 제한 시간 내 최대한 많이 금을 모아 재정을 확보한다. 커서를 부지런히 옮겨, 보급품을 아군에게 지원한다. 무념무상 표 콜라를 마시고 밀리터리 라면을 끓여 먹고 다가오는 적을 향해 레이저 건을 날린다. 그는 중세와 현대전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만능 멀티플레이어다. 그러나 마우스를 주인으로 모시는 아바타일 뿐, 휴식은 없다. 쥐의 손길이 그를 조정하고 깜깜한 구석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 장시간 전투로 그의 눈은 피멍이 들고 몸은 땀으로 질벅거린다. 방어벽을 넘고 넘어 적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곳에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적의 진지를 점령하고 승리의 발도장을 찍는다.
5. 갈고리로 금을 캐고 채굴기로 구리와 광물질을 긁어모은다. 자원을 얻기 위해 앱을 설치하고 제한 시간 내 최대한 많이 금을 모아 재정을 확보한다. 커서를 부지런히 옮겨, 보급품을 아군에게 지원한다. 무념무상 표 콜라를 마시고 밀리터리 라면을 끓여 먹고 다가오는 적을 향해 레이저 건을 날린다. 그는 중세와 현대전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만능 멀티플레이어다. 그러나 마우스를 주인으로 모시는 아바타일 뿐, 휴식은 없다. 쥐의 손길이 그를 조정하고 깜깜한 구석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6. 세면장에서 칫솔질할 때도 주인은 그에게 명령한다.
“공격 앞으로”, “전진, 전진”
후다닥 전쟁터로 달려간다. 총을 잡고 적의 허리를 자르고 불벼락을 날린다. 경계를 넘어오는 적들은 인해전술로 온다. 그는 비밀의 병기, 천둥 대포를 날려 침투하는 적을 물리치고 망루를 점령한다. 전공을 크게 세우면 장군의 직위를 하사받기도 한다. 그때부터 그는 스타가 되고 작전을 짜고 이름을 알린다. 장시간 전투로 그의 눈은 피멍이 들고 몸은 땀으로 질벅거린다.
7. 쥐의 손길에는 마력이 있다. 한 번 손을 잡으면 뿌리칠 수 없다. 불덩이를 내장하고 있기에 그 사랑이 사람의 뇌와 눈과 손에 스며든다. 전투에 몰입해야 한다. 경계를 소홀히 하거나 전투 중 전공이 저조하면 강등이 된다. 그때 주인은 전사의 손을 끌어당겨 자판 쪼는 속도를 올리게 한다. 그는 총부리를 돌리면서 명중률을 올리고 침투하는 적을 물리친다. 입을 앙다물고 커서를 회전시키기도 한다. 적을 넘어뜨리면서 머릿수를 셈한다. 레벨을 올린다. 전투에서 불안을 느끼거나 우울할때 매운 라면을 먹는다. 게임얘기
8. 사내아이는 전투적 DNA를 갖고 있다. 철야 전투를 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이다. 젊은 시절, 나는 바둑광이었다. 나 역시 전투 바둑을 주로 했다. 주말마다 기원을 들러 밤낮으로 바둑을 두었다. 지나간 달력의 낱장을 넘겨보면, 그때의 내 광기가 아들아이에게 배달된 것 같다. 그는 포진에 뛰어나고 발이 빠르다. 공격이 우선이다. 먼저 보고 먼저 쏜다. 저격수다. 전우들과 승리를 거두고 세계평화 전쟁을 준비 중이다.
9. 그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달이 차기 전에 어머니 몸을 열고 나왔다. 전쟁터를 떠도느라 귀가도 하지 않고, 날마다 감감무소식이다. 앞을 못 보고, 못 듣는 아이가 밤이슬 맞고 칼을 휘두르고 다닌다. 광기로 가득한 눈빛은 날카롭고 아지트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적을 찾는 중이다. 시시각각 전해오는 전황을 파악하느라 온몸은 땀으로 끈적거린다.
10. 밤늦은 골목길에서, 나는 아들을 아이를 기다린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후우' 한숨 소리에 내 목이 두루미 목처럼 자라고, 머리털이 빠진다. 어느 별, 어느 하늘 아래에서 세계평화 대전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곳저곳 수소문해도 그를찾을 길이 없다. 그는 변신에 능하고 눈치가 재바르다. 뻔한 곳에 은신하지 않는다. 지구를 사수하기 위해 클릭하고 클릭을 요구받는다.
밤이 늦어서야 가로등 아래 눈이 풀린 실루엣이 걸어온다. 옷깃에는 열기가 남아 땀 냄새만 난다.
“야! 이놈아, 공부 좀 해라.”

4. 동행 김기모/02 안동출신. 넓은 의미의 동행보다는 디테일한 동행 제목이면 더 좋겠다.

1. 높은 곳을 향해 정상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산행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됨. 쉼 없이 기어오르느라 지쳤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고른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새벽 불어오는 바람 작은 떨림이 스친다. 상쾌하다. 첫장면은 배경이다. 아이비가 베란다에서 자라는 것을 표현.
2. 20여 년 전, 강변도로를 뒤로 둔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우리집은 아파트는 도로와 바로 맞닿아 있었다. 통행량이 많은 도로라 많아 창문만 열면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저층 세대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목재 울타리를 비교적 높게 설치했다. 울타리에는 목재가 많이 사용되었고, 입주민들의 조망권을 위해 중간중간 투명 아크릴을 창문 모양처럼 넣어 두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넝쿨식물인 아이비를 줄지어 심었다.
3. 아이비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하고, 줄기에 난 덩굴손으로 담이나 나무를 잡으며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담장이나 울타리에 많이 심는다.
4.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식물에 관심이 많다. 일반적이지 않다. 도시사람도 있다. 아이비가 어떻게 자랄지 궁금했고, 언젠가 울타리를 푸르게 뒤덮을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집을 드나들 때 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변화를 바라보았다.
5. 메마른 땅에서 어린 식물이 자라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떤 것은 옆으로 쓰러지고, 또 어떤 것은 울타리에 몸을 기대며 겨우 자리를 잡아 갔다. 눈과 비를 맞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비는 조금씩 모양을 갖추며 자라났다. 시간이 흐르자 수많은 줄기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나무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는 듯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앞에 있는 줄기는 길을 내어주고, 뒤에 있는 줄기는 미끄러지지 않게 서로를 받쳐 주며 함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6.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앞에 있는 줄기는 길을 내어주고, 뒤에 있는 줄기는 미끄러지지 않게 서로를 받쳐 주며 함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아이비로 인생을 비유함.
7. 따뜻한 봄날도 있지만 폭풍설이 몰아치는 겨울도 있는 법이다. 어느 날 거센 태풍이 지나간 뒤 담장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직 뿌리를 단단히 내리지 못한 넝쿨들이 태풍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오랜 시간 힘겹게 올라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언제 다시 자리를 잡고 벽을 타고 오를 수 있을까.’ 인생살이의 과정
8. 안타까운 마음에 한동안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시간의 흐름은 문단을 바꾸면 된다. 아이비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또 다시 높은 곳을 향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신비로웠다.
9. 나무부분에 자리를 잡은 줄기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위로 뻗어 갔다. 하지만 미끄러운 아크릴 쪽에 자리를 잡은 아이비는 번번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먼저간 올라간 줄기들을 붙잡고, 서로 기대며 한 걸음씩 위를 향해 나아갔다. 힘겨워하는 줄기에게 몸을 내어주고 서로 의지하며 함께 올라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식물도 서로 기대고 도우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0.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 울타리 부분은 푸른 잎으로 무성해졌고, 휑하던 아크릴 부분에도 조금씩 초록빛이 번져 갔다. 힘겨워하는 줄기에게 몸을 내어주고 서로 의지하며 함께 올라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식물도 서로 기대고 도우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1.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울타리 중간까지는 아이비가 어우러져 짙은 초록으로 가득 덮여 있다. 서로 기대며 올라간 덕분에 예전엔 허전했던 아크릴 부분도 많이 채워졌다. 비록 끝내 발붙이지 못한 자리도 남아있지만, 아이비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단단히 뿌리내리고 울타리를 아름답게 감싸고 있다.
12. 끊임없이 위를 향해 뻗어 가는 그 끈기는 우리 인간에게도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13. 우리 삶 또한 아이비와 닮아 있다. 부모는 자식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되어 주고, 자식은 다시 부모를 지탱하는 존재가 된다. 또 형제자매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세상을 배워 간다. 결국 사람의 삶도 아이비처럼 얽히고 기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사례가 있으면 좋겠지만 주제는 확실하다.

5. 무대위의 인생/정영희4

1. 몇 년째 다니고 있는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석하던 날이었다. 강사로 활동하는 한 분이 내게 아동인형극을 해 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목소리와 발성이 좋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 가슴 한편에 묻어 두었던 꿈이 떠올랐다. 무대를 향한 지난날의 열망이 스쳐갔다. 묻어 두었던 꿈은 실천이 안되었다는 얘기다.
2. 어릴 적,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레이디 호크'라는 영화였다. 거대한 스크린과 웅장한 음향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날 이후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챙겨 보았다. 늦은 밤까지 영화를 보며 울고 웃다가 엄마를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잠에서 깬 엄마는 큰 소리로 웃고 박수까지 치며 영화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3. 그 시절 텔레비전 속 세상은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꿈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던 내게, 화면 속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실제 삶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매력을 느꼈다. 평범한 나를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경험해 보고 싶어졌다.
4. 연기를 배우려면 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서울로 올라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고자 부산의 산업체 고등학교에 지원했다. 그렇게 부산으로 가게 되었다.
5. 부산에서의 삶은 생활은 외롭고 서글펐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말마다 찾던 영화관은 고된 일상 속 유일한 위로였다. 그 무렵 연기학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적은 월급으로는 학원비를 마련하기가 턱없이 어려웠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해야 했기에 결국 마음속 꿈을 접어야 했다.
6.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년이 지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오게 돌아와 되었다. 매일 쳇바퀴 돌듯 바쁜 직장 생활을 했다. 문득 자신을 위해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운전면허증도 땄다. 몇 년 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적금으로 작은 경차도 장만했다. 집과 직장을 오가며 살아가던 어느 날, 멀지 않은 곳에 연기학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7. 조금씩 돈을 모아 오디션을 봤고, 다행히 합격했다.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연기와 이론 등 다양한 공부를 무사히 마쳤다. 서울 방송국 견학도 다녀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 뿌듯했다.
8. 학원에서는 극단과 연결해주는 만남도 있었다. 공연 연습 중이던 극단을 찾아가 사람들과 얼굴도 익히고 무대에도 올랐다. 막상 무대에 서 보니 낯설고 두려웠다. 짧은 역할이지만 성실히 임했다. 선배들의 격려에도 연기는 늘 부족하게만 느껴졌고, 자신감은 쉽게 자라지 않았다. 결혼과 함께 연기에 대한 꿈도 다시 멀어지는 듯했다. 접어야 했다.
9. 그렇게 연극은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현실이라는 무대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에게 시선이 꽂혔다.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었다. 서로를 알아봤고 반가워했다. 과거 함께했던 극단 대표님이었다. 연극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극단으로 찾아오라는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다시 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하고, 결국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10. 극단은 시청 옆 건물의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표는 목소리가 아직 살아 있다며 3년만 같이 해 보자고 말했다.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말주변도 없고 거절도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11. 연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무대는 잘하는 사람만 서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좌절한 적도 많았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그곳에서는 소심한 나도 마음껏 웃고 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대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사람을 배워갈 수 있었다. 약속한 3년을 뒤로하고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극을 하면서도 늘 새로운 도전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복지관에서 아동 인형극 제안을 받게 되었다.
12.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공연이었고, 외솔기념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대본을 받고 역할을 맡아 연습을 시작했다. 특히 녹음을 하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다. 마이크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의 울림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작년에 복지관에서 했던 성우체험이 떠올랐다.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매력에 끌렸었다. 새로운 인생의 무대가 생겼다.
13. 어릴 적에는 텔레비전 속의 세상과 무대 위의 세상을 동경했다.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가장 소중한 이야기는 내 삶 속에 있었다. 기쁨과 좌절, 만남과 도전이 쌓여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글로 만들고 싶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울리고, 작은 용기도 심어주는 대본으로 말이다.
14.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아직 막이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생의 무대 위에서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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