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배관, 계량기, 창틀은 전유부분? 공용부분?
기자명 한국아파트신문
승인 2022.03.26 10:14
[사설] 서울시, 경기도의 관리규약 준칙을 보니
공동주택에는 공용부가 있다. 이웃과 함께 이용하고 소유권도 공동의 몫인 시설들이다. 부대·복리시설이 아무리 적어도 공용부가 없는 아파트는 존재할 수 없다.
내 가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세대 전유부분 이외의 모든 곳은 다 공용부분이다. 계단·복도 외에도 옥상과 지상·지하주차장, 어린이놀이터, 단지도로, 재활용 쓰레기장, 운동시설, 조경시설, 각종 배관과 설비, 노인정, 관리사무소와 경비실까지 모두 공용부분에 해당한다.
공동주택 관리란 본래 공용부분 관리를 말한다. 전유부분 외의 모든 건물과 시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하는 일이 관리사무소 본연의 업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변기가 막히면 관리사무소에 수리를 요구하는 일이 흔했다. 요즘 관리사무소는 최소한의 인력만 갖춰 세대 문제를 해결해 주기 어려운 형편인데, 이런 현실을 서운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언뜻 보면 전용과 공용의 구분이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엔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구분을 각 아파트 관리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뜻이다. 전국 아파트의 관리규약은 해당 광역지자체의 관리규약 준칙을 기준으로 삼는다. 지자체들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준칙을 표준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경계의 모호함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가 배관과 계량기, 창틀, 현관문이다. 두 지자체의 준칙엔 공통적으로 전유부분에 설치된 배관이라도 2세대 이상이 함께 사용하는 시설은 공용부분, 전기·수도·가스·급탕·난방 계량기와 그 부속설비 역시 공용부분으로 정하고 있다. 과거엔 이런 규정이 따로 없어 계량기가 고장 나면 누가 교체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해당 세대와 관리사무소가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서울시 준칙은 ‘문틀, 문짝과 이에 부수된 시건장치 등의 시설’을 전유부분이라고 뭉뚱그려 적어놓았다. 경기도 준칙은 현관문 중 외부도장면은 공용부분, 창틀 중 방수를 위한 실란트는 전유부분이라고 명확히 구분해 놓고 있다. 건물 내부의 도장공사를 시행할 때, 현관문 칠을 일괄 진행하려면 경기도 준칙처럼 하나하나 명시해 주는 게 좋다.
또 장마철에 창틀 코킹부분에서 빗물이 세대로 유입돼 분란을 겪기도 한다. 이런 부분도 경기도처럼 ‘방수를 위한 실란트는 전유부분’이라고 명확히 해주면 분쟁 예방 효과가 있다. 경기도는 공동주택관리 규약준칙을 개정할 때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현장 관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협의기구를 만든다. 이런 노력을 하니까 준칙이 현실적으로 잘 정비된다.
아파트 관리가 진화해도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다. 법과 공권력의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공동주거시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안에 100만 실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오피스텔이다.
입주민 삶의 터전이면서도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오피스텔에 언제부턴가 ‘복마전’이란 별명이 붙었다. 전유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공용부분의 관리비를 내면서도 입주민들은 구체적인 사용내역조차 확인할 수 없는 형편이다. <관련기사 3월 23일자 1면>
시청과 구청 공무원이 찾아가도, 경찰이 요구해도 관리사무소는 묵묵부답이다.
법 규정이 없으니 강제할 도리가 없다. 오피스텔은 1~2인 가구가 대부분이어서 입주자가 외부활동이 많고, 집에서 잠만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단합된 힘을 모을 기회조차 없다.
입주민의 불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인가. 아파트보다 법의 보호가 더 절실한 오피스텔, 오히려 그늘진 구석에 방치돼 있다. 오피스텔에도 국민이 산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투명하고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오피스텔을 공동주택관리법의 ‘의무관리’ 대상에 편입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