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육과정)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이야기 (1)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미래엔 출판사의 2015 교육과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이하 2015 미래엔 한국사)에 대하여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7차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시작하여 2007, 2009 교육과정 한국사 교과서에 이어 이번 2015 한국사 교과서에도 미래엔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였다. 2015 미래엔 한국사는 2007, 2009에 이어 채택률 1위를 달성하였는데, 앞선 두 차례에 비하여 채택률은 10%p 정도 하락하였다. 그래도 2, 3위 교과서와 약 6~7%p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검정 통과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들이 그만큼 수준이 평준화되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이번에는 경쟁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였다.
내가 이글을 쓰는 것은 2015 미래엔 교과서가 1위 한 것을 과시하거나, 교과서를 새롭게 선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1인으로서, 집필 의도나 집필 과정의 고민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현장에서 2015 미래엔 한국사를 사용하시는 선생님이나 앞으로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선생님들께 작은 참고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과서는 어느 한 구석도 집필자의 의도나 고민이 담겨 있지 않는 부분이 없다. 거기에는 한국사 교과서의 현주소와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015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이야기 (1) - 대단원 도입에 대하여
(1) 2015한국사가 2009한국사와 비교하여 달라진 점 몇 가지
대단원 도입은 대단원이 시작하는 부분의 앞 부속(이 부분을 출판계에서 일본말로 된 대단원 ‘도비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을 지칭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2쪽 펼침 면으로 구성하는데, 이번 2015 미래엔 한국사는 3쪽으로 구성하였다. 왜 3쪽으로 구성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교육 과정의 변화와 관련하여 긴 사설이 필요하다. 그 얘기를 먼저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화 시도를 막아내고 새롭게 만들어진 2015 역사과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중학교 역사(한국사 부분)는 전근대사 중심, 고등학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역사 교육의 계열성을 확보한 점에 있다(이는 2007 교육 과정과 비슷하다). 아울러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교과서의 분량을 대폭 줄였다. 대체로 2007 한국사 교과서에 비해서는 100쪽 전후, 2009에 비해서는 50~70쪽 정도 줄어들었다. 100쪽 가까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지학사의 경우 424쪽 --> 328쪽). 왜 이처럼 분량이 크게 줄었을까?
일단 대단원 구성을 보자. 2009한국사는 총 6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되었는데, 전근대사 3개 단원, 근현대사 3개 단원이다. 서술 분량을 대략 45 : 55 정도로 근현대사의 비중이 좀 더 많았다. 2015한국사는 대단원이 4개인데, 전근대사 1개 단원, 근현대사 3개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말 한대로 근현대사 중심의 교과서인 까닭이다. 서술 분량도 대략 25 : 75의 비중이라고 보면 되는데, 대체로 전근대사 비중이 25%를 웃돈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 아래 성취 기준도 크게 줄었다. 성취 기준은 교과서에서 중단원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성취 기준 1개가 교과서의 중단원 하나라고 보면 된다. 성취 기준 둘을 합쳐서 중단원 1개로 쓰는 경우도 있다. 2009한국사의 성취기준은 38개였는데, 2015는 26개로 무려 12개가 줄었다. 이는 대부분 전근대사에서 줄어든 것으로 보면 된다. 전근대사 부분 성취기준은 17개에서 6개로 줄었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구분 | 2009 | 2015 |
전근대사 | 17 | 6 |
개화기 | 7 | 6 |
일제 강점기 | 7 | 6 |
광복 이후 현대사 | 7 | 8 |
계 | 38 | 26 |
하지만 대단원이나 성취기준의 수는 교과서 분량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기준 쪽수이다. 검정 교과서 집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요소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단원 구성(반드시 교육과정에 제시된 대로 해야 한다)과 기준 쪽수이다.
기준 쪽수는 2009한국사는 384쪽, 2015한국사는 328쪽으로 무려 56쪽이 줄었다. 기준 쪽수는 교과서 본문과 부속까지 모두 포함한 쪽수인데 본문 기준으로 10% 가감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8종의 교과서는 모두 320쪽에서 340쪽 사이로 편찬되어 있다.
위에 설명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전체 교과서 쪽수는 줄었다.
② 성취 기준도 줄었다.
③ 기준 쪽수도 줄었다.
④ 전근대사 서술 분량이 크게 줄었다.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전근대사 서술 분량은 2009한국사 156쪽에서 2015한국사, 74쪽으로 80쪽 가량 줄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2015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전근대사 부분 서술 분량이 80쪽 줄었는데, 기준쪽수는 대략 50~70쪽 정도가 줄었으니, 근현대사 부분 서술은 오히려 여유 있게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과정에서 성취 기준의 수가 늘어나지 않았고(21개-->20개), 학습 요소 또한 최소화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하여 근현대사 서술 내용을 기존 2009의 서술 내용 범위를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암묵적 동의가 출판사에 구분 없이 집필자들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2015한국사는 2009한국사에 비하여 기준 쪽수가 줄었음에도 교과서의 서술 공간은 매우 여유가 생겼고, 이는 각 출판사의 교과서들이 나름대로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번 8종의 교과서를 살펴보면, 본문 서술은 기존과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없지만, 특집이나 학생의 활동 등 체제 구성면에는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득실은 차후에 면밀하게 검토하여 비판한 필요가 있다.
(2) 미래엔의 2015한국사의 대단원 3쪽 구성
미래엔의 경우엔 여유로워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체제면에서 기존 교과서와 가장 차이나는 특징은 ‘중단원 도입’을 만든 것이다. 2015 미래엔 한국사는 4개 대단원에 중단원은 총 24개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중단원의 시작 부분에 어떤 식으로든 ‘중단원 도입’을 집어넣기로 하였다. 이 중단원 도입과 관련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2쪽 펼침면으로 편성하는 대단원 앞부속(대단원 도입)이 한 장을 넘기면서 3쪽으로 편성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그에 따라 대단원의 제3쪽을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교과서는 하나의 주제(소단원)을 왼쪽 면 위에서 시작하여 오른쪽 면 아래에서 끝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것은 교과서 편집의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2쪽으로 서술한 주제는 오른쪽에서 시작하면 한 장을 넘겨서 왼쪽에서 끝나게 되는데, 이는 가독성면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3쪽짜리 주제가 두 개 연속될 경우엔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한 장을 넘겨 오른쪽에서 끝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3쪽짜리 주제 뒤에 2쪽이나 4쪽짜리 주제가 오거나 2 또는 4쪽 주제 뒤에 3쪽짜리 주제가 올 경우에 마지막에 1쪽짜리 특집을 구성하여 주제의 마무리가 오른쪽 면에서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지금 교과서에 들어있는 1쪽짜리 특집은 대부분 이러한 측면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미래엔의 경우 1쪽짜리 중단원 도입을 하기로 했는데, 이를 왼쪽 면에 배치할 것인지, 오른쪽 면에 배치할 것인지 고민했다. 왼쪽 면에 배치하면 주제(소단원)의 시작을 오른쪽 면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엔의 집필자와 편집자는 중단원 도입의 배치를 오른쪽 면으로 배치하고, 주제는 왼쪽에서 시작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결정하였다. 미래엔과 달리 1쪽짜리 중단원 도입을 왼쪽 면에 배치하고, 첫 번째 오는 주제를 오른쪽 면에서 시작한 교과서도 있다.
중단원 도입을 오른쪽 면에 배치하게 되니 대단원 도입을 2쪽 펼침면으로 하면 안 되고, 3쪽을 한 장 넘겨 왼쪽 면까지 늘려야 했다. 대단원의 첫 번째 중단원의 도입을 오른쪽 면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까. 한 쪽을 백지로 비워놓을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대단원을 앞에 펼침면 2쪽은 예전 방식대로 비슷하게 채운다 치고(미래엔 편집자는 이런 부분에서 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일부 교과서는 이게 안 되어 좀 촌스러운 것들이 있다.), 대단원 3쪽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편집자와 내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민하였다. 아래 첨부된 사진은 그 결과물이다.
※ 대단원 3쪽과 중단원 도입이 합쳐진 모습
1~4단원 대단원 3쪽
우선 위 부분엔 성취 기준을 근거로 대단원의 학습 목표를 넣기로 하였다. 그리고 아래 부분에는 그 시대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삽화를 넣기로 했다. 그런데 삽화를 넣는데 문제가 있었다. 왜냐면 중단원 도입도 삽화를 활용하는데, 그 왼쪽에 또 다른 삽화를 넣는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편집자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간단한 선만으로 구성하는 단순한 그래픽(?)을 넣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것은 편집자가 알아서 할 문제이다. 시대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근현대사는 그런대로 이게 가능하지만 선사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전근대사를 어떻게 하나의 삽화로 구현한단 말인가? 4개의 삽화에 불과하지만, 교과서 집필 과정 마무리 단계에서 쉽지 않은 고민이 이어졌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한동안 이 생각에 몰두하였는데, 서서히 해결책이 보였다. 각 대단원의 3쪽을 한 번 살펴보자.
① 1단원(전근대사) : 시대의 특징을 특정하기 어려웠던 까닭에 그저 국가의 변화 과정을 나무 형태의 도표로 만들었다. 고조선은 한국사의 기본 근간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기둥 줄기에 배치하였다(이것이 적절한지는 입장에 따라 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고조선 이후 만주, 한반도에 등장하는 여러 국가들이 삼국--> 남북국--> 고려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안에서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다. 여기에는 지금 다시 분단국가가 되었구나 하는 아픔도 감춰져 있다. 더 복잡한 주제를 담으려면 이러한 단순 그래픽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② 2단원(개화기) : 여기의 주제는 근대 국민 국가 수립 운동과 그 좌절을 담고 싶었다. 원래 구상은 오재미로 박을 터뜨리는 모습, 아무리 던져도 근대 국민 국가의 박이 활짝 열리지 않는 모습을 구상했는데, 그래픽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종을 치는 장면. 처음에 그래픽에서는 종의 줄을 손에 잡은 것으로 나왔는데, 줄을 못 잡고 있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대한제국을 세모꼴로 표현한 것은 미래엔 편집자의 탁월할 아이디어이다.
③ 3단원(일제 강점기) : 민족 운동이 궁극적으로 국민 주권의 확립, 민주 공화국 수립을 지향하는 운동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3ㆍ1운동이 그러한 민족 운동의 기반임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④ 4단원(광복 이후 현대사 : 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4월 혁명, 부마 민주 항쟁, 5ㆍ18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촛불 혁명을 정하고, 이러한 운동이 평화, 인권, 자유, 평등 등의 민주적 가치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다음에는 중단원 도입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