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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봄이 저 멀리 있을까?(퍼시 비쉬 셸리)

작성자miramonte|작성시간26.06.07|조회수40 목록 댓글 0

겨울이 오면 봄이 저 멀리 있을까?

퍼시 비쉬 셸리(1792~1822)

 

● 해리엇에게

당신의 사랑스러운 얼굴에는 내 영혼의

난폭한 열정을 달래주는 힘이 깃들어 있고,

당신의 상냥한 말씨는 인생의 쓰디쓴

사발에 떨어뜨린 향유 방울 같아서,

나는 슬픔을 모른 채, 오로지

이런 최고의 축복들만 누리며 살았소.

 

해리엇! 당신 눈의 따뜻한 햇살 속에서

살기를 갈망하는 모든 이가

온갖 고통을 넘어 대가를 치르고도 -

당신의 멸시에 죽을 수밖에 없다면,

당신의 증오를 받아도 싸지만 너무 늦게

당신이 선택한 이의 심장소리를 듣게 될 거요.

그러니, 부디, 마음이 아주 견고하여

화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이 되어주오.

증오의 세상에서 당신만이

고결하고,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어,

약간의 인내력으로 한 동료 인간의

영원한 행복을 승인해주길 바라오.

 

그의 볼은 고통으로 핼쑥하고,

숨이 가쁘고, 눈도 흐릿하고,

말을 뱉기도 전에 당신의 이름이 어른거리고

팔다리도 약하여 바들대고 있으니,

자비를 베풀러 그가 치명적인 치유의

고통을 감내하지 않게 해주오.

 

오, 딱 한 번만 무결한 안내자를 믿고!

무자비한 감정을 쫓라버리기를.

그건 악의요, 복수요, 오만이지,

절대 당신이 아니라오.

오, 부디 더 고귀한 자존감이 입증케 하고

당신이 사랑할 수 없다면 동정을 베풀어주기를.

 

-해리엇 웨스트브룩-(1795-1816)은 셀리의 첫 부인으로 셀리에게 버림을 받아 1816년 12월에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접해 있는 서펀타인 겅에 몸을 던져 익사하였다. 1814년 5월에 지은 이 시는 셀리가 해리엇에게 보내는 일종의 이별 통보로, 셀리는 그 해 7월 말에 메리 고드윈-훗날 셀리의 두 번째 부인-과 유럽으로 도피여행을 떠났다.

셸리가 해리엇을 버렸다고 알려져 있으나, 해리엇이 셸리와 절친했던 친구 제퍼슨 호그(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셸리와 함께 퇴학당한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하는 셸리 전기도 있다.

 

●변화

우리는 한밤의 달을 덮는 구름과 같다.

얼마나 들떠 날아가면서, 반짝반짝, 흔들거리며

어둠을 찬란하게 질주하는가! - 하지만 금세

밤이 사방을 감싸고 구름은 영원히 길을 잃는다.

(이하 생략)

 

●—-에게

아! 저기에 대기의 정령들과,

저녁 산들바람의 수호신들과,

황혼의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별빛처럼

고운 눈의 상냥한 유령들이 있소

저토록 사랑스러운 사절들을 만나려고

당신은 인간을 등지고 외로운 발깇을 돌리곤 했네요.

(이하 생략)

 

●시: 무제

(1)

밑에서는 차가운 대지가 잠들어 있고,

위에서는 차가운 하늘이 빛났다.

그리고 온 사방에서, 냉랭한 소리와 함께,

얼음 동굴과 눈 벌판 들에서

밤의 숨결이 죽음처럼 가라앉는

달밑으로 흘렀다.

(2)

겨울의 산울타리는 거무스름하고

녹새 풀은 보이지 않았다.

새들은 벌거벗은 가시나무 품에서 쉬고,

그 나무의 뿌리들이, 오솔길 옆에서,

둘 사이에 서리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틈을 겹겹이 동여매고 있었다.

(3)

너의 두 눈이 꺼져가는 달빛의

섬광 속에서 빛났을 때,

굼뜨게 흐르는 시내 위에서 도깨비불 하나가

희미하게 빛났고, 거기에 달이 비치더니

밤바람에 나부끼던

너의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 노랗게 물들었다.

(4)

그 달빛에, 내 사랑, 너의 입술이 파리해졌다.

바람에 너의 가슴은 서늘해졌다-

밤은 너의 사랑스런 머리에 언 이슬을

내렸고, 너는 누웠다

헐벗은 하늘의 쓰라린 숨결이

마음대로 너를 찾아가도 좋을 곳에.

 

●위대한 독수리

위대한 독수리여!

그대는 안개 낀 산

숲 위로 드높이 비상하고

아침 햇살 한가운데

찬란한 구름처럼 날고

밤이 내려 진용을 갖춘

폭풍의 경고에도 당당히 맞서는구나!

 

● 죽음

우리는 죽고 죽은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 고통이

열린 무덤 곁에 앉아 그들을 부른다.(중략)

 

●서풍부(西風賦)

오 거친 서풍,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그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해 죽은 나뭇잎들이

날린다, 어느 마법사에게서 달아나는 유령들처럼,

노랗고, 까맣고, 희멀겋고, 병 걸려 빨간

흑사병 - 걸린 무리들: 오 그대가,

어두운 겨울 침실로 나래 달린 씨앗들을

몰고 가면, 그것들은 저마다 무덤 속의 시체처럼

추운 그곳에 몸을 낮추고 누워 잇다가,

그대의 하늘색 누이 ㅂ모이 꿈꾸는 대지 위로

클라리온을 불면, (달콤한 새싹ㄷ르을

양 떼가 먹기 좋게 허공에 퍼뜨리면서)

살아 있는 색조와 향기들로 들판과 언덕을 채우리라.

거친 정령, 그대가 도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파괴자며 보호자여, 들어라, 오 들어라!

그대의 흐름, 가파른 창공의 동요 속에서,

느슨한 구름들이 대지의 죽은 잎에서 떨어진다,

비와 번개의 전사들, 하늘과 대양의

뒤엉킨 가지에서 흔들려 나와: 그대의 바람 놀

푸른 표면에 몰려오는 폭풍의 머리타래가

펼쳐져 있다, 어느 격렬한 마이나스가

치켜 올린 머리의 빛나는 머리칼같이,

아득한 수평선에 끝에서

드높은 창공 끝까지, 그대, 저무는 해의

만가(輓歌)여, 그 곡조에 맞춰 닫히는 이 밤은

어떤 거대한 무덤의 둥근 지붕이 되리라,

그대가 온 힘을 모아 수증기 지붕을

만들면, 그 단단한 대기에서

검은 비와, 불과, 우박이 폭발하리라: 오, 들어라!

그대는 바이아에 만 어느 부석 섬 옆에서,

수정 물결 소용돌이를 자장가 삼아

누웠다가, 잠 속에서

너무 고와, 묘사하는 감각마저 기절케 하는

온통 푸른 이끼와 꽃으로 뒤덮인

고궁과 탑들이 파도의 강렬한 빛 속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푸른 지중해를,

그의 여름 끝에서 깨웠다, 그대가

나아갈 길을 트려고 대서양급의 권력자들이

자신을 쪼개어 틈을 내는 동안, 먼 해저의

바다- 꽃들과 질척질척한 나무들도 대양의

수액 빠진 이파리를 걸치고 잇다가, 그대 목소리를

알아보고는, 갑자기 공포에 질려 잿빛이 되더니,

바들거리다가 제풀에 떨어지고 만다, 오, 들어라!

내가 죽은 나뭇잎이라면 그대가 실어 갈 텐데,

내가 빠른 구름이라면 그대와 함께 날아 갈 텐데,

그대의 위력에 헐떡이는 파도라면, 그대 힘의

추진력을 공유할 텐데, 아무래도 그대보다

자유롭지 못한 것을, 오 제어할 수 없는 이여!

만일 내가 소년기에 있다면 그대 하늘 방랑길의

동무가 될 수 있으련만, 하늘을 나는 그대 속도를

앞지르는 일이 한낱 꿈으로만 보이지 않았던

그때처럼, 그랬더라면 그대와 함께하고파,

이토록 간절히 기도하지는 않으리라,

오, 나를 파도, 나뭇잎, 구름처럼 들어 올려 주오!

나는 인생의 가시밭에 추락한다! 피를 흘린다!

시간의 무거운 짐이 그대와 똑같던 이를 사슬 채워

굴복시켜 버렸다: 길들일 수 없고, 재빠르고, 당당한 이를,

나를 수금(竪琴)으로 삼아라, 숲이 그렇듯이!

나의 잎들이 숲의 나뭇잎처럼 떨어진들 어떠하랴!

그대의 강력한 화음들이 엮어 내는 소동이

깊은 가을 곡조에서, 슬프지만 고운

곡조를 타리라, 그대, 거친 정령이여,

나의 정령이 되어라! 그대 내가 되어라, 맹렬한 자여!

나의 죽은 생각들을 우주 너머로 몰아가라,

시든 잎들이 새 생명을 재촉하듯이!

그리고 이 시의 주문(呪文)을 따라,

흩뿌려라, 꺼지지 않은 화로에서 솟는

재(災)와 불꽃같은, 나의 말들을 인류에게!

나의 입술을 통해 깨어나지 않은 대지에,

예언의 나팔이 되어라!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저 멀리 있을까?

(Ode to the West Wind, 1819)

마이나스(Maenad)는 숲과 식물의 신, 디어니소스(바쿠스)를 숭배하는 여신도들로 ‘흔히 광란하는 여자‘를 가리킨다. 바이아에 만(baiae's bay)은 나폴리의 서쪽에 있다.

 

● 노래

(1)

어쩌다, 어쩌다가 찾아오는 그대,

기쁨의 정령이여!

그 많은 낮밤을 내게 남겨 두고

그대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가 달아나고 난 뒤로,

지루한 밤낮이 수없이 지나갔다.

(2)

나 같은 이가 어찌하면 그대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까?

즐겁고 자유로운 자들과 함께,

그대는 고통을 비웃으리.

부당한 정령이여! 그대는 그대가 필요 없는

이들을 빼고는 모두들 잊어버렸구나.

(3)

떨리는 나뭇잎 그늘에 숨어 있는

도마뱀처럼,

그대가 슬픔에 겨워 절망할 때,

비탄의 한숨들조차

그대가 곁에 없음을 질책한다.

그대가 듣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4)

나의 슬픈 노래를

즐거운 선율로 바꿔 다오.

그대는 동정에 겨워 찾아오진 않으리라,

그대는 쾌락을 위해 오리라.

그러면 동정심이 저 잔인한 날개를

잘라서 그대를 머물게 하리라

(5)

나도 그대가 사랑하는 모두를 사랑한다.

기쁨의 정령이여!

새 잎을 차려입은 기운찬 대지와,

별 총총한 밤,

가을 저녁과,

금빛 안개 태어나는 아침을.

(6)

나도 눈과, 반짝이는 서리가 만드는

dshrkw 형상을 사랑한다.

나도 파도와, 바람과, 폭풍,

자연의 소유이며,

인간의 불행에 물들지 않는

거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7)

나도 고적한 고독과,

조용하고, 슬기롭고, 선한

그런 세상을 사랑한다.

그대와 내가

뭐가 다르랴? 내가 구하는 것을

그대가 소유한 채 똑같이 사랑하고 있을 뿐.

(8)

나는 사랑한다 - 그는 날개가 달려,

빛처럼 도망칠 수 있지만.

하지만 이 세상 다른 무엇보다도,

정령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는 사랑이자 생명! 아, 어서 와서,

다시 한 번 내 가슴이 그대의 집이 되게 해 다오.

 

● 종달새에게

그대를 환호한다, 쾌활한 정령이여!

천상에서 또는 그 근처에서

즉흥적인 예술의 풍성한 곡조로

마음껏 퍼붓는

그대는 새가 아니리.

 

높이 더 높이

대지에서 그대는 솟아오른다.

불 구름처럼.

짙푸른 창공으로 그대는 날아가고,

노래하며 비상하고, 비상하며 줄기차게 노래한다.

맑게 빛나는 구름 아래로

가라앉는 태양의

황금 빛살 속에서

그대는 유영한다.

경주가 막 시작되어 채 실현되지 않은 기쁨처럼.

 

연보라색 저녁이

그대의 비행을 감싸며 녹아내린다.

밝은 대낮에

하늘의 별처럼,

그대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그대의 새된 기쁨이 들린다.

 

청명한 흰 새벽에,

은색 구체, 그 강렬한 램프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우리는 거기 그대로 있다고 느끼지만-

가늘어진 때의 빛살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대지와 허공에 온통

그대의 소리로 드높다.

마치 텅 빈 밤에

어느 외로운 구름 사이로

달이 빛 비를 퍼부어 하늘에 철철 넘치듯이.

 

그대의 존재를 우리는 모른다.

그대를 제일 닮은 게 무얼까?

무지개 구름에서도,

그대가 쏟아 내는 소나기 가락만큼

눈부신 방울은 흘러나오지 않으리.

 

세상이 외면하는

희망과 두려움을

공감하여 화합할 때까지

환영받지 못하는 찬가를 부르며

사색의 빛에 숨어 사는 어느 시인처럼;

 

어느 궁전 탑에서,

침실에 흘러넘치는,

사랑처럼 달콤한 음악으로

은밀한 시간에

사랑 때문에 무거운 영혼을 달래는 고귀한 처녀처럼;

 

시야를 가리는,

꽃과 풀 사이에서,

남몰래 영묘한 색조를

흩뿌리고 있는,

이슬 젖은 계곡의 금빛 반딧불처럼;

 

온풍에 꺾였으나

그 무거운 날개의 도둑들을

기절시킬 때까지

너무도 달콤한 향기를 발산하며

초록 잎사귀에 싸여 있는 한 송이 장미처럼;

 

반짝이는 풀에 떨어지는

봄 소나기 소리,

비가 일깨운 꽃들,

지금까지 존재한 기쁘고, 맑고, 신선한

모든 것을 그대의 음악은 뛰어넘는다.

 

가르쳐 다오, 정령 또는 새여,

그대의 달콤한 생각들을;

나는 저리도 성스러운 환희의 홍수를

숨차게 내뱉는

사랑이나 술의 찬미를 들어 보지 못했다.

 

그대의 노래에 비하면,

결혼 합창이나,

t으리의 찬가도

무언가가 빠진 듯한

하찮고 텅 빈 허풍에 불과하리라.

 

그대의 행복한 노래 샘에는

어떤 물상이 있는지?

어떤 들판이나 파도나 산이 있는지?

창공이나 벌판은 어떤 모양인지?

그대 종족의 사랑은 어떤지? 어찌 고통을 모르는지?

 

그대의 선명하고 날카로운 기쁨에는

시름이 없으리라.

괴로움의 그림자는

그대 곁에 얼씬도 못 했으니.

그대도 사랑한다 - 하지만 사랑의 슬픈 만족을 몰랐다.

 

깨어 있든 잠들었든

그대는 죽음에서

우리 인간이 꿈꾸는 이상의

w니실하고 심오한 것들을 생각하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곡조가 어찌 그리 수정물결처럼 흐를까?

 

우리는 앞과 뒤를 보고,

부재하는 무언가를 연모한다.

우리의 가장 진실한 웃음에도

약간의 고통이 담겨 있고,

우리의 가장 달콤한 노래도 가장 슬픈 생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증오와,

오만과, 공포를 경멸할 수 있다면,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존재로 태어났다면,

우리에게 그대의 기쁨을 헤아릴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

 

시인에게는 그대의 기예가

즐거운 소리의

온갖 곡조보다 낫고,

책에서 발견한

온갖 보물보다도 뛰어났다. 그대, 땅의 경멸자여!

 

그대의 머리가 알고 있을

기쁨의 절반만 내게 가르쳐 다오.

나의 입술에서

저 조화로운 광기가 흘러나와,

세상이 귀를 기울일 수 있게- 지금 내가 듣고 있듯이.

 

● 세상의 방랑자들

(1)

말해다오, 별이여, 빛의 날개로

불같이 비상하는 이여,

이제 밤의 어느 동굴에서

그대의 나래를 접으려나?

(2)

말해 다오, 달이여, 파리한 잿빛

집 없는 하늘 길의 순례자여,

이제 밤 또는 낮의 어느 심연에서

그대의 평안을 찾는지?

(3)

지친 바람이여, 세상에서 버림받은

손님처럼 방황하는 이여,

그대의 은밀한 둥지는 아직도

나무나 파도 위에 있는가?

 

●윌리엄 셸리에게

(1)

파도가 온 해변에 차오르고

돛배는 무르고ㅛ 약하다.

바다는 검게 보이고, 바다에 인접한 구름들이

어둠 속에서 폭우를 흩뿌린다.

어서 가자, 즐거운 아이야,

어서 가자구나, 파도가 거칠고,

바람 불어도, 우리는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그러면 법의 노예들이 너를 빼앗아 갈 거야.

 

(2)

(중략)

 

● 도망자들

(1)

바닷물이 번쩍거리고,

하얀 우박이 튀고,

번갯불이 스쳐 가고,

서리 빛 물보라가 춤을 춘다 -

떠나자!

회오리바람이 맴을 돌고,

천둥소리 울리고,

숲이 흔들거리고,

사제가 종을 쳐 댄다-

어서 떠나자!

대지가 태양처럼

잔해더미 속에서 요동친다;

새, 짐승, 사람과 벌레가

폭풍 밖으로 기어 나왔다-

어서 떠나자!

(중략)

 

● 죽음에 대하여

별 하나 없는 밤의 유성 빛이,

어김없는 침 해의 여명 전에

바다로 에워싸인 어느 고적한 섬에 흘리는

핼쓱하고, 차가운, 달빛 같은 미소는,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우리의 발길을 지나치는

너무도 변덕스럽고 창백한 삶의 불꽃.

오, 인간이여! 영혼의 용기로 그대 세상길의

(중략)

 

● 고통에 기원

오라, 행복하라! -내 곁에 앉아라,

음영 옷을 입은 고통이여;

나의 자랑스러운 옷, 쓸쓸함을

걸치고 슬퍼하는, 수줍고,

마지못해 하고, 말 없는 신부여 - 신 같구나!

오라, 행복하라! - 내 곁에 앉아라.

너에게는 내가 슬퍼 보여도,

내가 너보다 훨씬 행복하나니,

당당한 이마에

절망의 관을 두른 처녀여.

(중략)

 

● 나폴리 근교에서 시름에 잠겨 쓴 시

태양은 따뜻하고, 하늘은 맑다.

파도는 줄기차게 춤추며 빛나고,

푸른 섬과 눈 덮인 산들은

보랏빛 한낮의 투명한 위용을 걸치고

(중략)

 

● 몽블랑 -샤무니 계곡에서 쓴 시

(1)

만물의 영구한 우주가

정신 속으로 흐르고, 쉼 없이 파도친다.

(중략)

 

● 비가

(1)

오, 세계여! 오 인생이여! 오 시간이여!

나는 너희의 마지막 계단에 올라,

내가 예전에 서 있던 곳을 보며 전율한다.

너희 청춘의 영광은 언제 다시 돌아올까?

더 이상은 - 오, 결코 다시는 아니리!

(2)

낮과 밤 밖으로

기쁨은 날아가 버렸다.

기운찬 봄과, 여름과, 서리 빛 겨울이

내 무력한 가슴을 슬픔으로 요동치게 한다. 하지만 환희는

더 이상 - 오, 결코 다시는 없다!

 

● 알라스터 또는 고독의 정령

대지, 태양, 대기, 사랑스런 형제애여!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가 내 영혼에

자연스런 경건 같은 무엇을 불어넣어, 너희의

사랑을 느끼고, 내 사랑으로 보답게 했으니,

이슬에 젖은 아침과, 향기로운 한낮과, 저녁과,

일몰과 일몰이 거느린 눈부신 종들과,

장엄한 한밤의 설레는 고요,

마른 나무가 내쉬는 가을의 공허한 한숨과,

순결한 눈과 별빛 총총한 얼음 관으로 잿빛

잔디와 헐벗은 가지들을 옷 입히는 겨울,

봄이 달콤한 첫 키스를 마구 뿜어낼 때의

요염한 헐떡거림이 내게는 그리도 소중했고,

어떤 화려한 새, 곤충이나, 온순한 짐승도

의식적으로 해를 입힌 적이 없이, 늘 사랑하며

이들을 나의 친족으로 품었으니,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이 자랑을 용서하고, 이번에도 너희의 한결같은

호의를 일부라도 거둬들이지 않기를!

 

-중략-

 

한 시인이 있었다. 그의 때 이른 무덤을

어떤 인간의 손길도 경건하게 세워 주지 못했고,

가을바람의 마술 같은 회오리만이

그의 썩어 가는 뼈 위에 스산한 오지에서

썩어 가는 잎들로 피라미드를 쌓아 주었을 뿐이다.-

사랑스러운 젊은이, -슬픔에 겨워, 눈물짓는 꽃이나,

봉헌의 삼나무 화환으로 영원한 잠에 빠진

그의 외로운 잠자리를 장식해 준 처녀도 없었다.-

유순하고, 용감하고, 관대한 젊은이, -그의 슬픈 운명을 생각하며 애절한 한숨을 토해 낸 외로운 시인도 없었다.

그는 홀로 외로이 살다가, 죽고, 노래했다.

낯선 이들이 그의 정열적인 노래를 듣고는 눈물짓고,

무명의 그가 지나찰 때, 처녀들은 그의 열띤 눈에

젖어 있는 다정한 사랑을 연모하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그 상냥한 동공에 깃든 불꽃이 꺼지자,

그 목소리에 홀딱 반했던 침묵이

제 무언의 음악을 자신의 단단한 방에 가둬 버린다.

 

(중략)

 

이른 청년기가 지나자,

그는 미지의 세계에서 낯선 진실을 찾고자

자신의 식은 벽난로와 외떨어진 집을 떠났다.

드넓고 쓸쓸하고 얽히고 설킨 수많은 야생이

두려움 없는 그의 발길을 유혹했고, 그는 고운

목소리와 눈으로, 야생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음식을 샀다. 자연의 가장 은밀한 발걸음을

그는 마치 그녀의 그림자처럼 쫓아갔다. 붉은

화산이, 타는 연기로 눈과 얼음기둥 벌판을

덮거나, 암갈색 호수가 까맣게 헐벗은

뾰족 섬들을 자잘한 파도로 하염없이

두드리는 곳으로 또는 탐욕과 오만이

근접할 수 없는, 불과 독기를 내뿜는 샘들

사이에서 꾸불꾸불, 울퉁불퉁한 검은

비밀동굴들이 다이아몬드와 황금 별빛

총총한 지붕드을, 수정기둥과, 투명한

진주 제단과, 반짝이는 감람석 옥좌 가득한,

 

(중략)

 

그래서 그는 야생을 집 삼아,

고적한 골짜기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중략)

 

그의 배회하는 발걸음은

고귀한 상념을 따라, 장엄한 고대의 폐허들을 방문했다.

 

(중략)

 

그동안 어떤 아랍 처녀가 아버지의 텐트에서

자기 몫의 하루 음식을 그에게 가져다주고,

자기 돗자리를 그의 잠자리로 깔아 주고, 의무와

휴식도 저버린 채 몰래 빠져나와 그의 발걸음을 보살폈다.

 

(중략)

 

시인은 계속 배회했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와, 험난한 카르마니아의 황야를 헤치고,

얼음 동굴들에서 인더스와 옥서스의 강물을 쏟아 내는

까마득히 치솟은 산들을 넘어

기쁨과 환희에 젖어 길을 나아갔다.

 

(이하 생략)

 

[시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젊은 시인입니다. 그는 평범한 인간관계와 일상적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진리와 아름다움의 궁극적인 모습을 찾아 세계 곳곳을 방랑합니다. 고대 문명의 폐허를 찾아다니고, 자연의 신비 속에서 어떤 절대적인 존재를 갈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한 신비로운 "베일 쓴 여인"을 만납니다. 그녀는 현실의 여인이 아니라, 그가 평생 추구하던 이상적 아름다움과 영혼적 동반자의 형상입니다. 시인은 그 환영에 깊이 매혹되지만, 깨어나자 그녀는 사라집니다.

그 후 그는 그 이상적 존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더욱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갑니다. 현실의 사랑이나 인간적 관계를 거부한 채 오직 자신의 이상만을 좇다가 결국 쇠약해지고, 외로운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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