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작성자등대|작성시간26.06.05|조회수7 목록 댓글 0

 

밤꽃

초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익숙하면서도 묘한 냄새가 풍겨온다.

"어? 이 냄새는..."

바로 밤꽃이다.

그런데 밤꽃 냄새가 정액 냄새와 비슷하다는 말,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정액에 들어 있는
스퍼민(spermine),
스퍼미딘(spermidine) 같은
폴리아민(polyamine) 계열 물질이
밤꽃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냄새가 우연히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일부 성분이 실제로 겹치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폴리아민이라는 물질이
식물의 성장과 개화,
열매 맺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결국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에
어딘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물질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밤꽃 향기를 맡으면
묘하게 좋다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돌리며 질색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여성들은 은근히 끌리는 향이라고 말하고,
어떤 남성들은 불쾌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늘 상상력을 보탠다.

"옛 기억이 떠오르는 것 아닐까?"

"본능이 반응하는 것 아닐까?"

"그냥 기분 탓 아닐까?"

근거는 없어도
이야기는 그럴듯해진다.

또 재미있는 것은
밤꽃 냄새를 맡고도

"무슨 냄새?"

하며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들으면서도 못 들은 척.

어쩌면 밤꽃 향기에는
사람을 슬쩍 웃게 만드는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

밤꽃 자체도 꽤 독특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송이 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의 꽃차례 안에
여러 개의 꽃이 모여 있다.

그중 아래쪽에는 암꽃이,
위쪽에는 여러 개의 수꽃이 자리한다.

마치 여왕 한 명을 중심으로
수많은 신하들이 둘러선 모습 같다.

그래서인지
밤꽃에서 그런 향이 난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과학은 과학대로 흥미롭고,
상상은 상상대로 재미있다.

초여름이 되면
산과 들에 퍼지는 밤꽃 향기.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 번 맡으면 잊기 어려운 향기다.

오늘도 밤꽃처럼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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