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몸의 일부
길을 걷다 보면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걷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작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앞을 보지 않고 걸어오는 사람을 피해 이리저리 길을 비켜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 아침에도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가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다가 내 발끝을 치고 갔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혹시 "캐리어가 부딪힌 것이지 내가 부딪힌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따르던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도 흔하다.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등산 배낭을 멘 채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을 오가며 다른 사람의 몸을 치는 경우도 자주 본다. 배낭의 버클이나 금속 장식이 맨살에 스치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기 마련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신의 몸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자신이 들고 다니거나 몸에 지닌 물건까지는 책임의 범위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리어도, 배낭도, 우산도, 스마트폰도 결국 내가 움직이는 순간 함께 움직이는 나의 일부다.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것 역시 내 행동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다.
공동체에서의 배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잠시 앞을 살피고, 주변을 확인하고, 실수했다면 "죄송합니다" 한마디를 건네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몸뿐 아니라 내가 지닌 물건까지도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거리와 대중교통은 지금보다 훨씬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