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원산지 표시 단속
서울시가 여름 보양식 성수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염소고기의 유전자 분석을 활용해 국내산과 외국산 여부를 가려내겠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힘든 유전자 분석을 동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수입산인지 국산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맛으로도, 육안으로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도 판별할 수 없는 것을 굳이 찾아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공정한 거래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생산 농가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목적과 생산자들의 요구 역시 적지 않게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얼마 전 염소고기를 먹었다. 양념을 하고 조리한 뒤에는 개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좋았고,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과 만족스러운 품질이지, 그것이 국산인지 수입산인지가 반드시 최우선 기준은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소비자는 원산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농가 보호도 중요하지만, 기후와 국토 여건에 맞지 않는 축산업까지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때는 '신토불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지만, 오늘날 세계 경제는 각 지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분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바나나는 필리핀에서, 오렌지는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듯이, 우리 역시 우리 환경에 잘 맞고 국제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작물과 축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국산 우선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