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조팝나무
오랫동안 나무와 함께 살아오다 보니 사람들은 종종 나를 찾아와 나무 이야기를 묻곤 한다.
얼마 전에도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자네는 평생 나무 일을 해왔으니 잘 알 것 아닌가. 다년생이면서 키가 크지 않고, 꽃도 예쁘게 피는 나무 하나 추천해 주게.”
뜻밖의 질문이었다.
나무라면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런 조건에 딱 맞는 나무를 떠올리려니 쉽지 않았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 불쑥 끼어들었다.
“영산홍이 좋지요. 작은 꽃나무로는 영산홍만 한 게 없잖아요.”
하지만 정작 추천을 부탁한 지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야. 뭔가 다른 나무가 없을까?”
순간 나는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세상에 아름다운 꽃나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꽃은 주변 나무와의 조화 속에서 더 아름다워지는 법이지요.”
사실 조경을 하다 보면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면 빛을 잃고, 평범한 꽃도 좋은 이웃을 만나면 눈부시게 돋보인다.
그러자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알지. 그래도 단독으로 심어도 예쁘고, 키도 작고, 꽃도 오래가고, 자주 피는 그런 나무 없겠나?”
욕심 같으면서도 이해가 되는 부탁이었다.
‘세상에 그런 나무가 어디 있을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 대신 이렇게 답했다.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좋네. 생각나면 꼭 연락 주게.”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지만, 이상하게도 그 부탁이 마음에 남았다.
며칠 동안 틈만 나면 생각했다.
작고, 꽃이 예쁘고, 관리도 쉽고, 꽃도 오래 즐길 수 있는 나무….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바로 삼색조팝나무였다.
삼색조팝은 꽃만 예쁜 나무가 아니다. 새순이 돋을 때마다 연분홍과 크림빛, 연둣빛이 어우러져 마치 꽃이 피어 있는 듯 아름답다. 게다가 전지를 하면 다시 새잎이 돋고, 또 꽃이 피어 정원에 늘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곧바로 지인에게 연락했다.
“키를 조금 높게 키우고 싶으면 일본조팝을, 낮고 풍성하게 덮는 느낌을 원하면 삼색조팝을 심어보세요. 두 나무 모두 전지에 강하고, 전지 후에도 꽃을 잘 피웁니다. 작은 꽃나무 가운데서는 참 괜찮은 선택이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화단에 삼색조팝을 심었는데 너무 만족스럽다는 것이었다.
“내가 찾던 나무가 바로 이 나무였네.”
그 한마디에 며칠 동안의 고민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좋은 나무를 만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도 닮았다.
너무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곁을 지켜주고,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손길을 줄 때마다 기쁜 응답을 보내주는 존재.
삼색조팝은 그런 나무다.
혹시 작은 정원이나 화단에 심을 꽃나무를 찾고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삼색조팝을 추천하고 싶다.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잎으로, 그리고 사계절 내내 정겨운 모습으로 사람 곁을 지켜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