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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처럼

작성자등대|작성시간26.06.12|조회수15 목록 댓글 0

 

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처럼

잠시 후면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우리의 여정,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가 시작된다.

경기 시간이 오전 11시.
하필 점심시간과 겹쳐 직장인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시간대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이미 경기장 한가운데 가 있다.

이럴 때면 문득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떠오른다.

독일과의 준결승전.
전국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 넘쳐났고,
무려 700만 명이 거리 응원에 나섰다고 한다.

그 뜨거운 열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누구 하나 다른 색 옷을 입지 않았다.
모두가 붉은 티셔츠를 입고,
구하지 못한 사람은 분홍색이라도 걸쳤다.

도시는 거대한 붉은 강이 되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지역도 묻지 않았다.

그저 "대한민국"이라는 한 이름 아래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외쳤다.

아마 그래서 '붉은 악마'라는 이름이
그토록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도 그날 응원에 나섰다.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시청광장 대신 과천 경마장으로 향했다.
조금 더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네 식구 중 한 사람이 따라오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에 막 들어간 둘째 딸이었다.

친구들과 따로 응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설마 그 작은 아이가 밤새 거리를 누빌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자정 무렵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둘째가 없었다.

새벽 2시,
3시,
4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온 나라가 축제의 함성으로 들끓던 밤,
부모의 마음만은 타들어 갔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딸아이가 해맑은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

어디 있었느냐고 묻자,

"친구들이랑 시청 앞에서 밤새 응원했어!"

하며 웃는다.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너무 재미있어서 목이 다 쉬었어."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꾸중도 걱정도 모두 사라졌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람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무엇이 어린아이마저 밤을 잊고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게 했을까.

아마도 그날의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난 애국심과
공동체의 자부심으로 하나가 되었던 것 같다.

지역도,
세대도,
이념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하나만을
가슴에 품었던 시간.

그래서 2002년은 단순한 월드컵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하나였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부디 오늘의 응원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향한 분노와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향한 사랑으로 하나 되는 응원.

24년 전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던 함성처럼,

"대~한민국!"

그 네 글자가
다시 한 번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아름다운 메아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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