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소나기와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수국이 피어난다.
이름 그대로 물을 머금은 꽃처럼 싱그러운 수국.
한자로는 '수국(水菊)'이 아니라 '수구화(繡球花)',
곱게 수놓은 공처럼 둥글게 피어나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수국은 다른 꽃나무들보다
유난히 물과 반그늘을 좋아한다.
비가 자주 내리는 초여름이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화사한 꽃송이들을 펼쳐 보인다.
수국의 꽃말은 진심, 감사,
그리고 변덕과 처녀의 꿈.
어쩌면 한 가지 모습으로 머물지 않고
계절과 환경에 따라 다른 빛깔을 보여주는
수국의 성격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여러 가지 색의 꽃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나무이다.
토양의 성질에 따라 꽃빛이 달라진다.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빛을 띠고,
중성 토양에서는 보랏빛으로,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분홍빛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토양의 성분을 조금만 달리해 주어도
꽃의 색을 바꿀 수 있는,
참으로 신비로운 꽃나무가 바로 수국이다.
어쩌면 수국은
자신의 색을 고집하기보다
주어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국을 보며
토양의 성질을 짐작하기도 하고,
자연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6월,
장미가 화려한 무대를 내려오면
"이제는 내 차례다."
라고 말하는 듯,
수국이 풍성한 꽃송이를 피워 올린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혹은 산책길 담장 아래에서
꽃말과 꽃빛의 비밀을 떠올리며
수국을 바라보는 것도
초여름이 주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