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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사랑에 목숨을 걸다

작성자등대|작성시간26.06.23|조회수11 목록 댓글 0

 

러브버그, 사랑에 목숨을 걸다

요즘 서울 도심은 러브버그가 극성이다.

산책을 나서면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귀찮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작은 벌레들만큼
사랑에 진심인 생명체도 드물다.

도대체 얼마나 사랑이 깊기에
몇 날 며칠을 뒤꽁무니를 붙인 채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일까?

혹시 모두 변강쇠와 옹녀의
후손이라도 되는 것일까?

자세히 보면 더욱 흥미롭다.

둘이 붙어 하늘을 날 때면
한쪽만 부지런히 날갯짓을 한다.
다른 한쪽은 그저 몸을 맡긴 채
구름 위 퍼스트클래스에 앉아
사랑의 여운을 즐기는 듯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러브버그의 성충 수명은 고작 3~4일.
그런데 교미 기간은 무려 2~3일이나 된다고 한다.

평생의 70% 이상을 사랑하다가
생을 마치는 셈이다.

이 정도면 변강쇠와 옹녀도
"우린 취미 수준이었네..."
하며 명함을 거둘지 모른다.

인간으로 치면
태어나자마자 연애를 시작해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곧바로 인생을 졸업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오래 붙어 있을까?

답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다른 수컷이 끼어들어
자신의 짝과 후손을 남기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천연 경호원이자
살아 있는 정조대 역할을 하기 위해서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알을 낳을 장소를 함께 찾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연애도 함께 하고,
신혼여행도 함께 하고,
출산 준비도 함께 하는 것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렇게 붙어 있는 동안
절대로 한눈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긴,
한눈을 팔다가는 전봇대에 들이받거나
나뭇가지에서 추락할 수도 있으니
그럴 여유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는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휴대전화 속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같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마음은 천 리 밖을 헤매곤 한다.

심지어 배우자가 임신한 동안에도
외도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니 말이다.

그런 인간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러브버그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도대체 누가 벌레라는 거지?"

물론 러브버그도
낭만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고,
짝을 지키는 데에는 본능과 전략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인간이든 곤충이든
생명을 이어가는 일은
결국 함께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서로를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는
저 작은 곤충들의 모습에서는
이상하게도 부부의 정과 동지애마저 느껴진다.

자연은 때때로
가장 작은 생명들을 통해
가장 큰 교훈을 들려준다.

사랑은 화려한 고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키는 데 있으며,

행복은 오래 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이라도
진심을 다해 함께하는 데 있다는 것을.

그러니 러브버그를 보며
무조건 짜증부터 내기보다는,
평생의 대부분을 사랑에 바친
이 작은 곤충의 열정에
한 번쯤 웃으며 박수를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을 연구한 시인보다,
결혼 상담을 하는 전문가보다,

어쩌면 평생의 70%를
한 사람만 바라보다 떠나는 러브버그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더 잘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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