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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수행을 시작하며 ]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4.23|조회수80 목록 댓글 0

[ 단식을 시작하며 ]

2월 어느 날엔가 큰스님과 말씀 중에 문득 단식 수행을 해 보겠냐고 물어보셨다. 어느 보살님이 몸도 안 좋은 것 같아 단식을 하고 싶다해서 큰스님께서 오랫만에 단식을 하시려고 결심하신 것이었다. 큰스님으로부터 단식의 장점과 수행에도 크게 도움이 되다는 것을 여러번 들었던지라 바로 하고 싶다 하였다.

지엄 큰스님은 막 출가하셨던 갓 스무살의 나이에 21일간 물 단식(물만 마시는 단식)을 하셨고, 그걸 계기로 축농증 등 만성 질환을 고치고 출가 수행자로서의 기본을 다질 수 있었다고 늘 말씀해 주셨다. 그 이후로도 중국으로 유학가시기 전까지 수차례 단식 수행을 하신 큰스님은 단식 수행의 전문가이시다. 단식은 음식에 대한 탐심을 내려 놓을 수 있고, 업식이 맑아져 수행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도 중국에 있을때부터 늘 단식 수행을 하고 싶어했으나 직장 생활을 하느라 도저히 시간을 낼 엄두를 내지 못 했었는데, 올해 들어 회사를 떠나 여유가 생긴지라 만사 제쳐 놓고 참여하기로 마음 먹었다.

봄철 합동 조상기도를 마친 4월 중순경으로 단식 일정을 맞추고, 어렵게 두분의 보살님이 추가로 참여하기로 하여 모두 5명의 단식 수행팀이 구성되었다. 수혜 보살님 자택을 수행장소로 정하고, 큰스님으로부터 예상 수행 일정표와 준비물을 전달받아 준비에 들어간 것이 3월 중순이었다. 이번 단식은 물 단식이 아니라 효소 단식이다. 물 단식은 너무 힘들어 보통 사람은 하기 어려워, 단식 중에 발효 효소액을 마시는 것이 바로 효소 단식이다. 물론 효소 단식도 식사는 하지 않는 것이고, 추가로 커피 관장(커피를넣고 끓인 물로 관장을 하는 것)을 매일 해야 한다.

총 7일간 단식을 하는 데, 6일은 효소를 하루에 두번 마시고 물도 마실 수 있지만, 마지막날은 물도 일절 끊는 완전 단식을 한다. 완전단식을 해서 장기를 깨끗하게 새로 태어나게 해야 회복기간이 짧게 걸려 빠른 시일내에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하게 된다고 하신다. 그렇게 고마운 완전 단식이긴 하지만, 완전 단식이 그리 힘든 일인 줄을 그때는 정말 몰랐다.

정식 단식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죽염과 식용 숯가루를 매일 아침 따뜻한 물에 넣어 마셨다. 마신 후 1-2시간 지나면 설사가 나오는 데, 온통 물이 시커멓다. 먹을 수 있는 숯가루가 있는 줄 처음 알았는 데, 그 숯가루가 내장에 있는 숙변을 제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처음엔 시커멓고 짠 죽염 숯가루물을 마시는 게 불편했는 데, 설사가 쉽게 나오고 속이 시원해 지는 걸 느끼며, 이건 평소에도 가끔 먹어도 될 것 같다. 큰스님께 여쭈니 그렇게 하면 좋을 거라 하신다. 앞으로매달 진행하는 팔관재계 수행 때 이것을 먹고 장을 깨끗이 청소하면 좋을 것 같다.

단식 시작 3일전부터는 감식을 시작하였다. 첫날은 평소 음식량의 반을 먹고, 둘째 날은 커피잔 2잔 분량의 죽, 셋째 날에는 커피 잔 1잔 분량의 묽은 죽만늘 하루 세번씩 먹었다. 단식전날 상현 회공을 참석하러 법당 계단을 올라가는 데, 나도 모르게 숨이 가쁘다. 아마도 감식을 시작한 영향인가 싶다.

상현 회공을 마치고 죽으로 점심 공양을 마치고 큰스님을 모시고 수혜 보살님 집으로 이동하였다. 짐을 간단히 부리고, 잠시 쉰 후, 마지막 저녁 공양을 마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내일부터는 새벽 5시 예불부터 시작하여 숨가쁘게 일정이 돌아갈 예정이다.

단식 첫날 새벽이 밝았다. 일찍 잠을 청해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런지 3:30부터 잠이 깬다. 자리에 일어나 면도를 하고 세수를 해 본다. 단식 기간에는 일체의 인공 세제, 비누, 샴푸, 화장품을 쓰지 말라고 하셔서 (이런 것들에 함유된 화학 제품들의 독성이 단식하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심) 물로만 간단히 닦고 나와 새벽 예불을 준비 한다. 거실에 좌복을놓고 큰스님을 모시고 다들 앉으니 거실이 아니라 법당 같은 느낌이다. “금강승 필비 염송 기도문”을 독송하고 백자명을 108번 염송한 후, 공양 의궤와 함께 호법 기도를 올린다. 단식 수행을 원만히 마치려면 호법 기도는 필수적이다.

50분 가까운 기도를 마치고 나니, 큰스님께서 바로 요가 준비를 하라고 하신다. 어제 우리가 해야 하는 요가 시범을 보여 주셨는 데, 뭐 제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 별로 없었다. 요가를 통해 몸의 혈을 뜷어주고 기를 돌려 주어야 단식 기간동안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요가는 또한 요가 동작을 통해 외부의 기를 몸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기에 식사를 하지 않아도 체력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신다.

큰스님의 요가 동작은 마치 발레 무용수들의 몸을 모는 것 같다. 60대 중후반의 몸이 어쩌면 그리도 유연하신지… 고관절, 다리, 상체 등 모두 유연하게 돌리며 동작을 취하며 따라 하라고 하신다. 우리는 반도 제대로 못 따라 하겠는 데… 안 되는 동작들을 보시며, 단식을 하면 기의 흐름이 좋아지니 수행기간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기운을 북돋아 주신다.

(2회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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