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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첫째날 - 커피 관장을 하다 ]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4.24|조회수92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첫째날 - 커피 관장을 하다 ]

요가는 큰스님께서 30여년간 직접 하시면서 정리한, 몸의 기와 혈을 푸는 데 필수적으로 도움이 되는 15가지 정도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마치는 데는 약 20-25분 정도 걸린다. 상해에 있을때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선요가 책자가 있었는 데, 봐도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어서 활용하지 못했는 데, 이번엔 제대로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러 동작 중에서 누워서 머리를 젗혀 정수리의 뒷부분을 땅에 댄 후 양팔과 다리 힘으로 버티며 몸을 활처럼 펼치며 들어올리는 동작이 있는 데, 제일 따라 하기가 어렵다. 모두들 하기 힘들어 하는 데, 꼭 해야 하는 동작이라고 시범을 보이시니, 우리는 이 동작을 일명 “올 것이 왔다”라고 불렀다. 잘 안 되는 데, 시도는 꼭 해야 하니까~~ 그렇게도 안 되던 동작이었지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시도하다보니 마지막날쯤 되자 대부분 그래도 흉내낼 수준까지는 되었다. 동작을 완성하고 보니 몸이 정말 시원하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요가가 끝나면 바로 이어서 “도인법” 동작을 한다. 오래 전에 큰스님께서 단식을 잘 마친 후 회복하는 과정 중에 반드시 피해야 하는 커피를 우연히 마셨다가 속이 마비되는 등 거의 죽을 뻔 하셨는데, 몸을 다시 살리기 위해 신선도를 수행하는 분을 찾아가 어렵사리 배운 수행이라고 하신다. 신선이 되고자 하는 도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법으로, 몸의 주요 혈맥을 자연스레 풀어내어 기의 흐름을 원만하게 만들어 준다. 보통 공개 안 하시던 기혈 수행까지 가르쳐 주시는 이유는 단식 수행과 함께 도인법을 실행하면 단식으로 빠지는 기력을 보완하여단식 수행을 원만히 마칠 수 있게 도와 주기 위함이라 하시니,큰스님의 은덕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릴 뿐이다.

도인법을 마친 후 가부좌를 하고 앉아 “구절풍”을 시행한 후, 가만난득, 수명무상, 윤회고통, 인과불허 등의 “외가행”의 핵심을 작은 소리로 되뇌이며 출리심을 일으킨다. 모든 불법 수행의 핵심은 고통으로 가득찬 윤회에서 해탈하겠다는 출리심이 가장 중요하기에 큰스님께서도 매일 새벽마다 하시는 외가행을 직접 시범 보여 주신다. 늘 외가행의 주요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이렇게 매일 좌선 시작전에 외가행을 실천해야 함을 다시 한번 잘 알게 되었다.

외가행을 마치고는 이어서 “자타상환” 수행을 실천한다. “서울 시민의 모든 고통을 내가 대신 받고, 내 공덕을 모두 그들에게 보낸다.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고통을 내가 대신 받고 내공덕을 모두 그들에게 보낸다” 등등부터 시작하여, 전 지구촌의 고통과 내 공덕을 바꾸고, 지옥/아귀/축생보 중생들의 윤회 고통과 나의 해탈의 지혜 공덕을 바꾸겠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자타상환수행을 큰스님께서 몸소 실천하시며 차분히 우리를 이끌어 주신다. 신기하게도 자타상환 수행을 하고나면 마음이 참 편해진다. 얼핏 말로만 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게 자타상환의 발원을 하면 그 보리심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기에 내 마음도 자연스레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는가 보다.

자타상환을 마치고 금강해모와 스승님의 관상을 거쳐 조용히 좌선에 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부좌를 튼 다리가 아파오려 할 때쯤 큰스님의 두번의 박수소리가 방선을 알려준다. 가부좌를 한지 겨우 10여분 밖에 안 되었다. 그런데도 벌써 다리가 저려오는구나… 오후부터는 좌선이 계속 있을텐데 좀 걱정이 밀려온다.

좌선을 마치자 이제 관장을 준비하라고 하신다. 관장이라… 지금껏 살면서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관장을 직접 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커피를 넣고 끓인 물을 식힌 후 관장기를 활용해 커피물을 대장으로 직접 넣어 주는 것이 커피 관장이다. 준비된 커피물 1리터를 관장기에 넣어서 방으로 들어와 눕는다. 처음이라 잘 못할 거라면서 큰스님께서 직접 항문에 관장기를 쑥~~ 넣어 주신다. 어라, 이거 뭐 쉬운데~ 라는 생각이 들며, 따뜻한 커피물이 죽 들어가기 시작한다. 따뜻한 느낌에 커피향까지 더해지니, 막연히 갖고 있던 관장의 두려움이 어느새 스르륵 사라지고 편안하게 누워서 시간을 보내본다.

10분 정도 지나 커피물을 모두 몸에 넣은 후 관장기를 빼낸다. 1리터나 되는 물이 대장에 들어갔으니, 속에서 부륵부륵 하고 소리가 난다. 커피물을 대장부터 시작해 소장 위장까지 보내기 위해 누워서 붕어 운동을 해 본다. 몸을 좌우로 흔들자 배에서 출렁출렁 하고 커피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10분정도 열심히 내장을 청소시켜 준 후 화장실로 가 설사를 한다. 향긋한 커피 냄새와 함께 지난 3일간의 감식기간동안 먹은 찌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앞으로 8일간 매일 관장을 통해 배속에 남아있는 숙변들을 제거해야 한다. 50여년 살아오면서 장기 구석구석에 찌들어 있으며 독소를 뿜어내 왔던 그 숙변들의 다 내보내는 것이 이번 단식의 제일의 목표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을 이제 막 내딛었다.

(3회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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