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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첫째날 - 결가부좌하고 좌선을 하다 ]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5.02|조회수73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첫째날 - 결가부좌하고 좌선을 하다 ]

냉수마찰, 온수 샤워를 하고 나니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온다. 감식한 3일을 포함하면 어느새 나흘째 곡기를 확 줄이고 새벽부터 바삐 달려온 시간이었기에 피곤할만 하다. 각자 방에서 쉬고 2시부터 좌선하러 나오라고 하신다.

침대에 누워 잠깐 잠들었을까… 어느새 1:30분이 넘었다. 이제는 곧 즐거운 좌선시간이다. 방에서 나와 거실에 큰스님 좌복을 준비해 드리고 다른 법우님들과 큰스님 나오실 때까지 기다린다. “딸깍”하는 문소리와 함께 큰스님께서 조용히 걸어나오셔서 여느 때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으신다. 가부좌를 하고 앉으라고 하시며 간단히 좌선하는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곧게 펴고, 턱은 아래로 지긋이 당기고, 시선은 앞에 1미터 정도 되는 것에 자연스럽게 떨구고, 혀는 접어서 입천장에 대고, 호흡과 몸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면서 자기 이마 위에 “아(티벳 글자의 아를 말함)”자 광명을 관상합니다. 지금부터 30분간 좌선하고 20분 쉬고 다시 좌선합니다. 가부좌한 다리가 너무 아프면 반가부좌로 바꿔도 되고, 발을 바꿔 해도 됩니다.”

손바닥을 세번 치는 것으로 죽비 소리를 대신하고 다같이 좌선에 든다. 화두 참선을 참구하는 분이라면 화두를 들어도 될 것인데, 우리는 금강승 닝마파 전승의 참선법을 따라 좌선에 든다.

순식간에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고요함이 방안을 가득채운다. 옆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계시는 큰스님을 따라 모두들 집중하며 정에 든다. 나도 모르게 입에 자꾸 고이는 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려 함부로 침을 삼키기도 부담스럽다. 이런저런 잡념들이 눈 앞에 왔다 갔다 한다. 제멋대로 일어났다 제멋대로 온갖 그림을 그려내는 잡생각들이 선정을 방해한다. 잡념들이 그대로 내 번뇌이고 업식의 발현이기에 생각이 일어나면 나는대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내버려두고 선정해 집중해 본다. 미친년 널뛰듯 나대던 잡념들이 제 풀에 지쳤는지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간다.

서서히 다리가 저려오면서 통증이 밀려온다. 분명 다리가 많이 아플텐데, 옆에 앉은 보살님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보살님들 대단하시네. 아까 분명히 가부좌를 처음한다고 했는 데…”라는 생각과 함께, 늘 회공 기도를 수행하면서 두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 독송을 하던 수행력 덕분인가 보다. 다리가 아파올수록 다리를 좀 풀고 앉아볼까하는 유혹이 다가온다. 그럴때마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좌선하시는 큰스님과 어떻게든 버텨보려하는 도반님들을 곁에 모시고 나만 헛수롭게 자세를 풀 수는 없다. “그래, 갈때까지 가보자. 아프면 아픈대로, 편하면 편한대로 그냥 그대로 가보자”하고 다짐하며 다시 한번 좌선에 집중해 본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큰스님께서 손뼉 두번을 치신다. 드디어 방선이다. 방선을 알리는 손뼉과 함께 여기저기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여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간단히 다리를 푸신 큰스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20분 후에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말씀하시고는 무심한 듯 방으로 들어가신다. 저려오는 다리를 펴려고 하자 잘 펴지지가 않는다. 겨우 폈어도 발목을 조여오는 통증이 만만치 않다. 열심히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연신 주무르며 아픈 다리를 위로해 본다. 30분을 말없이 좌선하며 집중해서 그런지 모두들 약간의 한숨섞인 신음 소리만 낸채 아무런 말도 없이 방으로 절룩거리면 돌아간다. 결가부좌를 하며 집중하며 선정에 든 첫 좌선시간이 그렇게 지나간다.

(6회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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