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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첫째날 - 첫날을 마무리하다 ]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5.04|조회수48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첫째날 - 첫날을 마무리하다 ]

20분이 지나자 어김없이 큰스님께서 문을 열고 나와 자리를 잡고 앉으신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좌선을 세번 더 하니, 얼추 다섯시가 다 되었다. 대략 좌선만 오롯이 두 시간을 한 셈이다. 좌선할 때마다 관상이 잘 되다가도 때로는 이런저런 잡념에 휩쓸려가기도 했지만, 큰스님의 직접 지도와 가피하에 좌선을 하고 나니 다리는 아플지언정 마음만은 뿌듯하고 날아갈 듯 하다. 좌선이 끝났어도 “아”자 광명이 어딘가에서 늘 같이 있는 것 같다.

하루 수행의 마지막 순서인 초연공을 하며, 늘 배고픔에 고통받는 아귀 중생들에게 연기로써 보시를 해 준다. 사람들은 사는 동안 늘 잠시도 자기 욕심을 버리지 못 하고 살기에 죽으면대부분 아귀보를 받게 된다고 한다. 우리들은 농담처럼 “다시 태어나면 돈도 더 많고 명예도 많이 얻을거야”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람 몸 받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경전의 말씀을 늘 잊고 산다. 한번 아귀가 되면 늘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두려움에 떨며 수천년을 그곳에서 나고 죽고 해야 한다는 것을 왜 우리는 잊고 살아갈까. 그런 고통을나의 조부모님 등 조상들이 지금도 받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나 또한 그리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참으로 두려운일이다. 그런 아귀 중생들을 위해 오늘 수행의 모든 공덕을 회향하나, 이 인연으로 하루속히 사람으로 환생하여 보리심을 실천하며 해탈도에 들기를 발원해 본다.

초연공을 마치고 오후에 마셔야 하는 효소액을 같이 마시며 간단히 하루 일정의 소회를 나눈다. 오후 내내 이어진 좌선 수행의 고단함이 효소액의 달콤한 풍미와 함께 스르륵 녹아져 간다. 몸은 피곤해도 얼굴색은 모두들 어제와 달리 벌써 훤해 보인다.

효소액과 함께 한 달콤함을 뒤로 하고, 이제 저녁 요가를 준비해야 한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요가를 함으로써 하룻내 막힌 경혈을 풀어주고 단식으로 인해 부족한 기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여전히 어려운 동작은 따라 하기가 쉽지 않지만, 몇개 동작은 아침보다는 확실히 편안해졌다. 요령이 좀 늘어난 것도 있겠지만, 몸과 마음을 정화한 수행의 영향이 주로 작용했으리라. 조금씩 나아진 자세를 보면서 큰스님께서 “수행 끝날때 쯤이면 다들 잘 하겠네요”라고 격려를 해 주신다.

요가를 마치고 도인법과 구절풍을 거쳐 외가행 기도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다시 좌선에 든다. 몸은 분명히 더 피곤한데, 화두는 더 선명하게 들린다. “이 육신이란 놈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간다.

좌선까지 모두 마치고 나니 어느새 거의 7시가 다 되었다. 마지막 감잎차를 달여 충분히 마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였으니, 족히 14시간의 빡빡한 하루의 수행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단식 한다고 해서 그냥 밥만 굶고 견디면 되리러는 어줍잖은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래도 무언가 뿌듯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감사함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돌아가는 앞으로의 6일간의 일정을 기대하며, 단식 수행의 첫날밤을 마무리해 본다.

(7회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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