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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넷째날 - 숙변이라는 “간첩”이 자수하기 시작하다 ] (8)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5.13|조회수81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넷째날 - 숙변이라는 “간첩”이 자수하기 시작하다 ] (8)

오늘은 금요일이니 어느새 단식 4일차가 되었다. 어제 8시반부터 잠이 들었지만, 새벽 1시반에 화장실을 가느라 깨었다. 저녁때 감잎차를 1리터 넘게 마시니, 한밤중에 한번은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비몽사몽 간에 화장실을 다녀오지만, 다시 자려고 하면 잠들기가 어렵다. 그렇게 나흘 밤을 보냈다.

어렵게 다시 잠이 들었으나, 공상과학이나 액션 영화 같은 꿈들이 어지럽게 지나간다. 기억하려해도 기억되지 않는 그런 꿈들이 며칠째 매일 밤 소란스럽게 군다. 평소에 별로 꿈을 꾸지 않는 나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지나간다. 뒤척이다 4시 15분에 일어나니 몸이 무겁다. 나흘째 먹은 건 없는 데, 몸이 이렇게 무거운 건 무슨 조화인지… 40여분 걸리는 새벽 예불 시간이 오늘은 조금은 버겁다. 이어진 아침 요가를 하고 나니 그나마 몸이 풀리고 정신이 돌아온다. 요가가 외부의 기를 몸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큰스님 말씀이 틀리지 않음을 확실히 직접 느낄 수 있다.

산보를 위한 산행을 하며, 큰스님께 며칠동안 이어진 뒤숭숭한 꿈 이야기를 드린다. 산행 중 잠시 쉬는 중에 큰스님께서 “단식을 하면 식(識)이 맑아져 제8식의 아뢰야식에 쌓인 번뇌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간 직장생활하면서 거사님이 늘상 일으켰던 다양한 잡념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 번뇌들이 다 드러나는 과정이 그 꿈들이고, 단식의 좋은 현상입니다. 단식이 끝나면 좋아질겁니다.”라고 담담하게 말씀해 주신다.

아 그렇구나… 30년 가까지 회사 다니며 매일 잠시도 일과 관련된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난적이 없었으니, 충분히 그럴만하겠다. 이제는 회사를 떠나 몇달 쉬면서 지내다보니, 회사일, 조직 관련 일, 사람 괸련된 일 등이 머리 속에서 서서히 멀어져 머리가가 맑아짐을 느꼈는 데, 깊은 잠재의식에는 30년의 잡념들이 여전히 가득차 있었으리라. 이번 단식으로 몸의 독소 뿐만 아니라 마음의 잡다한 번뇌까지도 모두 태워버릴 수 있기를 발원해 본다.

산보를 다녀와 관장을 하는 데, 배가 싸르르 하게 아프고 설사가 빨리 나오려 한다. 누워서 골반 들어올리는 요가자세를 취하여 5분이상 참으며, 붕어운동으로 충분히 커피물을 내장 안에서 깊이 돌린 후 화장실로 간다. 여느 때와 같은 설사를 하는 후반부에 평소 대변을 보듯 묵직한 느낌이 들어온다. 힘을 주니 갑자기 몇 덩어리의 작은 대변들이 나온다. 그리고는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무언가 꾸질꾸질한 냄새가 느껴진다.

“아, 드디어 숙변이 나오기 시작했구나~! 바로 이거였구나”하고 소리없는 환호성이 지나간다. 정말 숙변이 나오기 시작하니 속이 후련하다. 삼 사일은 지나야 숙변이 나올거라는 큰스님 말씀 그대로였다. 50년 넘게 내장 어딘가 숨어서 간첩처럼 암약하고 있단 그놈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수를 했다. 몸에 해로운 “기생충”이 밖으로 나왔으니, 그간 기생충을 품고 있느라 고생한 “숙주”가 이제 좀 숨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은단식 기간동안 더 남아 있는 기생충 간첩들을 일망타진하여 새롭게 몸과 마음을 리셋팅 할 수 있기을 발원해 본다.

(9번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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