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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다섯째날 이후 - 완전 단식을 시작하다 ] (9)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5.17|조회수66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다섯째날 이후 - 완전 단식을 시작하다 ] (9)

어느새 단식 수행 5일째, 토요일 아침이다. 어제 밤은 그래도 유쾌한 꿈들을 꾸며 잠을 잘 잤다. 이제 30년 직장 생활동안 쌓아놓은 잡념들이 조금씩 잦아드나보다.

잠은 잘 잤지만, 새벽에 눈을 뜨니 여느때보다 몸이 더 힘들다. 낮에는 견딜만하지만, 늘 새벽에 일어나면 배도 푹 꺼지고 약간의 허기가 느껴지며, 무엇보다 기운이 없으면서 쓰르르한 통증이 있다. 몸의 통증인지 정신적인 아픔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새벽에 눈을 뜨면 힘들다. 단식기간이 지날수록 새벽에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점점 깊어진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되면 아마도 월요일 완전단식 일정이 쉽지 않을 듯 싶다.

여느때보다 힘든 오전은 일정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커피 관장을 하니 어제보다 배도 더 아프면서 두배 정도의 숙변이 나온다. 단식 5일째가 넘어가니 이제 깊은 숙변이 나오기 시작한다. 지긋지긋한 숙변이 몸을 떠나는 것을 보니 마음만은 후련하다.

이렇게 하루를 더 보내면 모레 월요일이 단식 마지막 날이 된다. 마지막 날은 완전 단식이기이 물 한모금도 먹지 않는다. 그간 효소액과 감잎차로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했지만 마지막날에는 모든 것을 완전히 끊는다. 그렇게 하루동안 내장의 운동기능을 정지시키면 지난 일주일간 단식에 적응된 내장이 깔끔하게 리셋팅이 되고, 그래야 회복단계에 보식할 때 더 빨리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하신다. 아마도 월요일은 그간 해 온 날들보다 힘들지 않을까 예상되지만,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 본다. 이미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있으니, 월요일도 이리가든 저리가든 하루가 저물어 가지 않을까 싶다.

드디어 월요일 새벽이 되어 평소처럼 새벽 예불, 요가를 마친다. 오늘은 커피 관장도 하지 않기에 오전 좌선을 평소보다 더 길게 진행한 후 산보에 나선다. 오늘은 등산 대신에 숙소 앞 작은 실개천을 따라 산보를 한다. 매일 마시던 수분 보충이 없으니 확실이 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따뜻한 봄 햇살 아래에 개울을 옆에 두고 걸으니 나도 모르게 기운이 나고 기분이 상쾌하다. 산책한 거리를 보니 무려 6킬로나 걸었다. 평소보다 긴 거리를 걸어서 그런지 피로함이 깊이 몰려 온다.

방에 누워 한시간 남짓 쉬고 나니 정신이 조금 든다. 어김없이 2시가 되자 큰스님께서 오후 좌선을 주도하신다. 첫 한시간은 할 만하였지만, 세번째 좌선 시간이 들어가자 갑자기 좌선을 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무거워진다. 4:40분에 마지막 좌선을 끝내고 초연공을 겨우 마친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6시 정도 밖에 안 되었지만 그냥 무조건 침대에 누워본다. 몸이 힘드니 정신까지 혼미하다. 잠은 안 오고, 배는 아프고 목은 갈증으로 답답하다. 누워있으니 배는 더욱 푹 꺼져서 힘들다. 아픔을 잊어버리고자 잠시 인터넷을 보다가 그것마저도 힘들어서 접는다. 이런 상태라면 도대체 어떻게 잠들어야 할 지, 내일은 과연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일어난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점점 죽을 듯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스승님을 관상하며 제발 살려달라며 누운 채로 기도를 올린다. 문득 “아,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 이렇게 고통스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목은 타들어가는 것 같고 배는 고프다 못해 아프고, 목은 말라버려서 침을 삼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아귀들이 받는 배고픔의 고통이 이렇겠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온다. 사람은 생전에 늘 이기심으로 가득차 탐욕으로 살아가기에 죽으면 아귀로 제일 많이 간다고 하는데, 그런 아귀들에 대한 무한한 연민심이 일어난다. 아마도 돌아가신 조상님들, 주위의 지인들도 대부분 이런 고통을 계속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이왕 이렇게 배고픔의 고통을 받는김에 인연있는 모든 아귀 중생들의 고통을 내가 대신 받게 해 주세요~”라고 되뇌이며, 자타상환 수행을 해 본다.

(10번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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