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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일곱째날 이후 - 수행의 마지막 고비를 지나다. ] (10)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5.22|조회수69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일곱째날 이후 - 수행의 마지막 고비를 지나다. ] (10)

자리에 누워 너무 힘들어 “라마 첸노(스승님은 다 아십니다~! 라는 뜻)을 되뇌이다 전화기를 꺼내 연용상사 부모님을 생전 사진을 보며 라마첸노 소리를 녹음한 영상을 보기 시작해 본다. 그냥 절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12분짜리 영상을 본 후, 그 영상을 그대로 반복해 틀어놓고 누워서 그 소리를 들으며 참회와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한참을 그렇게 해도 계속 힘들고 잠이 오질 않아 조금이라도 기분을 돌려보고자 유튜브 음악에서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틀어놓고 잠을 청해본다. 들어도 들어도 잠은 오질 않고, 배는 계속 더 아파와 더이상 바로는 누울 수도 없어서 옆으로 누워 잠을 계속 청해본다.

얼마쯤 지났을까…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깬다. 24시간이 넘도록 물 한모금 마신 것이 없는데 소변은 마려우니, 이것 참 이놈의 육신 덩어리란~~ 시간을 보니 23:40분. 9시가 되도록 잠들지 못 했으니 겨우 3시간도 못 잔 셈이다. 겨우 몸을 일으켜 소변을 보고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해본다. 몸을 가누기가 정말 힘들고, 배는 더 꺼진듯 하다. 이렇게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는 날 수 있을지, 내일 새벽 예불은 할 수 있을지, 요가는 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도 내일 처음으로 현미밥을 먹을텐데 먹을 수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만사 제쳐 놓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이제는 전화기 음악소리를 끄고 다시 눈을 질끈 감아본다.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3시 40분이다. 5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알람을 몇 번 끄니 어느새 4시.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 한다. 어떻게든 일어나려 해 보나 몸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는다. 4시 10분에 울리는 알람까지 끄고, 방의 등을 켜고 정신을 차려 본다. 잠시 후 큰스님께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시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진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몸은 더 천근만근이고 배는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10여분쯤 지나 큰스님께서 씻고 나오시는 소리가 들리기에 힘겹게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어느새 4:30분이니 서둘러야 한다. 냉수마찰을 하려고 수건을 찬물로 빨려고 하는데, 도저히 배가 아파 상반신을 펼 수가 없다. 억지로 허리를 펴보지만, 금방 못 견디고 다시 꼬부랑 할머니 마냥 상체를 숙여야 그나마 견딜 수 있다. 어렵사리 찬물을 적셔 짜낸 후 겨우 상체를 펴 몸을 닦으려 하니, 위장있는 부분이 푹 꺼져 있고, 위와 등은 그야말로 찰싹 붙어버린 것 같다. 갈비뼈 아래로는 그냥 푹 꺼져 있은 모습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정각산에서 아무 것도 안 드시며 목숨 걸고 고행하실때를 묘사한 목조 불상을 보는 듯 하다. 가슴 골부분과 위장 부분을 힘주어 펴려고 해도 펴지지 않고, 홀쭉해진 복부는 군살 하나 없이 일자로 미끈하다. 어렵게 냉수마찰을 마치고 세수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4시 50분. 어서 서둘러야 5시에 시작하는 새벽 예불에 참석할 수 있다.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서니 발걸음이 마치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좀비가 움직이는 것 같다. 어느새 보살님들이 먼저 일어나 새벽 예불 준비를 다 마치고, 내가 해야 하는 일까지 모두 다 해 놓으셨다. 이분들도 무지 힘드실텐데 죄송한 마음뿐이다. 50세 초중반인 내가 이렇게 힘든데, 60대 중후반인 큰스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럼에도 제자들에게 단식수행법을 전해주시기 위해 한치의 흐트림도 없으신 모습의 그저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잠시 후 큰스님이 나오시고 예불을 시작한다. 도저히 허리를 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상체를 거의 책상 가까이 숙인 채작은 소리로 최대한 독경을 따라해 본다. 목소리도 정상적인 소리가 아니고 그나마 소리도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힘들어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셨는지, 세번 읽어야 하는 부분을 한번씩만 읽고, 108번 염송해야 하는 참회진언 백자명은 21번만 하라 하신다. 겨우 예불을 마치고 나니 이제 요가 시간이 되었지만, 나는 안 될 것 같으신지 “거사님은 방에 들어가 좀 쉬세요”라고 큰스님께서 담담히 말씀하신다. “네 스님, 좀 쉬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님”하고 밀씀 올리고 방으로 돌아온다. 방에 들어와 누워도 여전히 아픈 배와 힘든 것은 여전하다. 요가가 끝나면 아침 산보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오늘 드디어 7일간의 단식을 끊내고 현미밥을 먹기 시작할텐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일어난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 봐야 살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11번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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