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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수행 아홉째날 이후 - 수행을 원만회향하다 ] (12)

작성자도혜|작성시간22.06.04|조회수66 목록 댓글 0

[ 단식수행 아홉째날 이후 - 수행을 원만회향하다 ] (12)

수요일이 밝았다. 어느새 9일차에 들어섰으니, 내일이면 이제 모든 단식 수행이 끝난다. 새벽부터 몸 상태가 아주 좋다. 새벽 예불도, 요가도, 아침 식사도 모두 상쾌하고 몸이 마치 새털처럼 가볍다. 아침 공양 후 산을 오르는 데, 어제 그리 고통스러웠던 발걸음이 이리도 가볍고 경쾌한지… 파란 하늘과 노랑, 분홍, 하얀 색깔 꽃들과 푸른 나무 잎가지들이 넉넉한 품으로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식사 시간이 너무도 즐겁다. 아직은 커피 한 컵에 담은 발아현미밥을 된장, 두부 등 소화가 잘 되는 음식만 먹는 수준이지만, 오랫동안 씹어 보니 단순한 밥 한숟갈에도 맛있는 향이 입안 가득하다. 밥에 된장을 올리고 김과 함께 먹는 맛이 참 좋다. 된장이 이렇게 맛나고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를 처음 알았다. 이제는 그냥 된장만 있는 한끼 식사가 진수성찬 못지 않을 듯 싶다.

오후 좌선을 시작한다. 좌선수행은 늘 좋긴 하지만,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고통은 언제나 쉽지 않다. 죽비를 대신하는 큰스님의 작은 종소리에 맞춰 좌선에 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좌선이 편안하고 관상이 잘 되어 그런지 다리가 아픈줄 모르겠다. 평소 느낌으로는 다리가 아파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은 데, 전혀 아픔이 없고 화두만 오롯이 들린다. 편안한 좌선 중에 방선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좌선을 마치고 쉬는 중에 다른 법우님들도 가부좌가 너무도 편안하고 다리도 아프지 않았다고 하길래 하도 신기하여 큰스님께 여쭙자, “막혔던 혈이 뚫려 기가 쉽게 돌기 때문에 다리가 안 아픈 겁니다”라고 하시며,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하신다.

마지막 일과를 마치고 효소액 마시는 시간에 큰스님께서 모든 분들의 얼굴색이 완연히 달라졌다고 칭찬해 주신다. 다들 몸 상태가 좋다고 하자, 이제부터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몸에 안 좋았던 부분들도 하나씩 모두 나아질 것이라 말씀해 주신다. 밥 맛도 계속 좋아질텐데, 다만 입맛 좋다고 이것저것 막 먹으면 어렵게 마친 단식 수행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몸도 오히려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앞으로 한달간은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신다. 그저 머리숙여 스승님의 은덕에 깊이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앞으로 지혜롭게 섭생을 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해 본다. 단식 수행 9일차는 마치 새로 태어난 듯 그렇게 즐겁고 감사하게 하루가 지나간다.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여느때처럼 새벽 예불을 올리고, 요가와 외가행, 아침좌선을 모두 마치며 큰스님께서 마지막 회향 축원을 해 주신다.

“이것으로 10일간의 단식 수행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금번 단식수행을 원만하게 회향하게 보살펴 주신 상사 부모님의 은덕에 감사드리고, 이번 수행으로 모두 건강해지고 지혜가 증장하며, 중생 구제의 활동을 원만히 해 나가길 바랍니다. “

대승 불자가 살아가야 할 기본 자세를 늘 잊지 않도록 몸소일깨워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스승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라 세세생생 중생구제를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발원합니다~~ 라마첸노~! 🙏🙏🙏

(에필로그)

짐을 챙겨 법당으로 큰스님을 모시고 가는 차 안에서 큰스님께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신다. 아침 8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인데 어디에 전화하시는 걸까… “스님, 잘 계시지요?”라는 큰스님 안부 인사에 전화 너머 “그럼 잘 지내지~”하는 노스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광양 운암사에 주석하고 계시는 큰스님의 은사 스님이시다.

“스님. 며칠간 단식 수행 잘 마치고 법당 돌아갑니다. 효소 단식이 효과도 좋고 몸에도 무리가 덜 가서 좋네요.”

“효소 단식이 좋아. 효과가 확실하지. 물 단식 보다도 좋아. 고생했구먼~”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잘 지도해 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노스님께서 단식 수행 전문가이신 것은 큰스님으로부터 여러차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번 단식의 몇가지 중요한 수행법을 노스님께서 많이 알려주셨는지 몰랐었다. 그런 은사 스님께 수행을 마치고 바로 전화드려 수행을 원만하게 회향한 것에 대해 감사 말씀 올리는 것을 보며, 스승님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모셔야 하는 것인지를 배운다. 40년이 넘도록 그렇게 스승님을 모시고 공경하는 것을 보며, 스승님을 진심으로 공경하는 것이 해탈로 들어가는 핵심이라는 가르침을 다시 상기해 본다. 라마첸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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