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란? ‘거품에서 태어났다’라는 뜻이다.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애욕의 여신이기도 하며 ‘가장 아름다운 여성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를 받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이러한 아프로디테를 통하여, 신화에 대한 해석 수업 때 배운 그리스로마 신들은 인간들의 투사이며, 신들의 이야기는 즉 인간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고찰해보자.
◎ 출생
아프로디테의 출생에 관해서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는 설과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남편(우라노스)의 횡포에 불만을 품은 가이아는 막내아들 시간의 신 크로노스를 자신의 침실에 숨겼다. 밤이 되어 우라노스가 가이아의 침실에 들어와서 사랑을 하려는 순간에 크로노스가 낫으로 자기 아버지인 하늘의신 우라노스의 성기를 싹둑 잘라 버렸다. 이때 우라노스의 성기가 뿜어 낸 피 중의 일부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로 튀었고 일부는 대지를 둘러싸고 있던 바다에 떨어졌다.
눈치 빠른 제퓌로스는 이 거품을 키테라 섬 해안을 거쳐 키프로스 섬으로 밀고 갔다. 거품은 점차로 아름다운 여체의 형상을 띠어 갔다. 파포스 도시 근처 해안에 도착하자 거품 속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신이 나타났다. 계절을 주관하는 신 호라이 여신들이 새 여신을 맞아 보석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는 곧바로 신들의 향연이 있는 올림포스로 안내했다.
제우스를 비롯한 모든 신들이 아프로디테의 요염한 자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금발에 갈색 눈을 가진 여신의 피부는 상아빛으로 빛났다. 완벽한 조화를 이룬 육체는 아름다움의 표본이었다. 바라보는 이들은 모두 숨을 죽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막연한 그리움과 노곤한 기대감과 욕망이 온몸에 스며든다. 운명을 관장하는 모이라이 여신들이 아프로디테에게 아름다움과 사랑의 직분과 향해하는 배와 선원들을 수호하는 직분을 그녀에게 맡긴다. 아무도 이의를 가질 수 없는 결정이었다.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이렇게 화려하게 올림포스에 등장했다.

<아프로디테의 탄생>
◎ 아프로디테와 연인들
① 헤파이스토스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 신들 중에 가장 추하게 생기고 또 절름발이 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했다. 이 결혼은 여신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기술과 발명품이 필요했던 올림포스 신들은 여신 중에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와 결혼을 미끼로 그를 올림포스에 불러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맺어진 못생긴 남편에만 매달려 지내지 않았다.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와의 결혼 생활에서 자식은 없었다.

헤파이스토스를 방문한 아프로디테
② 아레스
아프로디테의 연인 중에 가장 유명한 자는 전쟁과 폭력의 신 아레스이다. 그들 사이의 불륜한 애정행각은 도를 지나쳐 모든 것을 보는 헬리오스가 이를 헤파이스토스에게 귀띔해 주었다. 대장장이 신은 눈에 안 보이는 그물로 간통하던 두 연인을 사로잡아 놓고는 올림포스 남신들을 불러 현장을 보게 하여 톡톡히 망신을 주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불륜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이들 사이에서 포보스(Phobos:공포), 데이모스(Deimos:걱정), 하르모니아(Harmonia:조화) 에로스(Eros:사랑, 애정)의 네 자식이 태어났다. 이 중 포보스와 데이모는 아버지 아레스를 쫓아다니고 하르모니아와 에로스는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따라다닌다.

신들에게 발각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화장하는 아프로디테

잠자는 아프로디테
③ 헤르메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간통을 하다 헤파이스토스가 쳐 놓은 그물에 걸려 망신을 당할 때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놀리려고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하기 위해서라면 아레스 대신 저 그물 속에 있어도 좋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꾀 많고 사기성이 농후한 헤르메스는 아프로디테만 허락한다면 아레스와 셋 이라도 저 그물 속에 잡혀 있고 싶다고 넉살좋게 받아넘기며 아프로디테에 대한 정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과연 헤르메스의 욕망은 이루어져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 남성과 여성이 한 몸에 섞인 '헤르마프로디토스(Hemaphroditos)'이다.
④ 포세이돈
아프로디테는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누어 시실리의 '엘뤼모이(Elymoi)'족의 시조가 되는 '에뤽스(Eryx)'와 후에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신부가 되는 아름다운 섬 '로도스(Rhodos)를 낳았다.
⑤ 디오니소스
아프로디테는 디오니소스와도 사랑을 했다.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디오니소스가 인도로 떠났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곧바로 아도니스와 어울렸다. 디오니소스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여신인 그녀조차 누구의 아이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흉측하게 생기고 파렴치한 번식력의 신 '프리아포스(Priapos)'이다. 일설에는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 모두를 미워한 헤라가 산모의 배를 쓰다듬어 아이의 모양을 흉측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⑥ 아도니스
아프로디테의 연애 대상은 남신들에 국한되지 않았다. 인간 중에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젊은이는 여신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었다. 키프로스의 왕 '키뉘라스(Kinyras)'의 딸 '스뮈르나(Smyrna)'는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서 아버지에게 정욕을 품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동침에 성공한 스뮈르나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야 이 일을 알게 된 왕은 딸을 죽이려 하였다.
스뮈르나는 신들께 구해 달라고 기도했다. 스뮈르나는 향나무로 변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아버지는 그 향나무를 동강내 버렸다. 그러자 그 속에서 아도니스(Adonis)가 튀어나왔다. 아프로디테는 이 아기를 남의 눈에 띄지 않는 명계로 데려가서 페르세포네에게 맡겼다.
청년이 된 아도니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페르세포네는 이 미소년을 탐내 아프로디테에게 되돌려 주려 하지 않았다. 한 인간을 두고 두 여신이 연적이 되고 말았다.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에게 중재를 부탁했다. 결국 일 년의 삼분의 일은 지하세계에서 페르세포네와 함께 보내고, 또 다른 삼분의 일은 아프로디테와, 나머지 삼분의 일은 아도니스의 자유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아도니스는 자신의 몫도 아프로디테와 함께 지냈다. 어두운 지하세계에서 페르세포네와 지내기보다는 밝은 지상에서 아름답고 관능적인 아프로디테 곁에 있는 것이 훨씬 즐거웠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 역시 아도니스에게 푹 빠져 있었다.
산과 숲에서 사냥하는 아도니스를 따라다니기 위해 올림포스까지 등지고 마법의 띠를 이용하여 아도니스의 정욕을 계속 부추겼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오래 계속될 수 없었다.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아도니스는 멧돼지에게 받혀 죽어 페르세포네의 명계로 영원히 내려가고 말았다.
질투에 찬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에게 연인을 빼앗긴 아레스를 사주하여 일으킨 사고였다.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서 붉은 아네모네 꽃이 피어났다.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무리들은 위로 받을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애통하게 울었다. 아프로디테는 끝내 아도니스를 잊을 수 없어 아도니스를 지상으로 되돌려 보내 함께 지내게 해 달라고 페르세포네에게 간절하게 빌었다. 두 연인의 애절한 사랑을 측은히 여긴 페르세포네는 이를 허락하여 아도니스는 다시 일 년의 육 개월 동안은 지상에서 아프로디테와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도니스는 죽음에서 부활하였다.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아도니스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를 발견한 아도니스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 저주와 축복
우주를 주관하고 자연의 생식력을 나타내는 아프로디테의 무서운 힘은 여신의 저주와 축복 속에 더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무시하거나 모욕한 인간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렘노스(Lemnos)' 섬의 여자들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제사를 드리지 않자 여신은 그 여자들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게 하여 남편들이 모두 '트라케(Thrake)' 출신 여종들과만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이에 화가 난 렘노스의 여인들은 남자를 모두 죽여 버리고 여인들의 천하를 만들었다. 그러나 남자가 없는 섬의 인구는 줄기만 했다.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의 지배지인 이 섬에 사람의 씨가 말라 버릴 위기가 초래됐다. 남편을 위해 아프로디테는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이아손을 비롯한 아르고스 원정대의 영웅들을 섬으로 불러들여 새로운 종족을 번식케 해 주었다.
키프로스의 왕 키뉘라스의 딸들은 여신을 무시한 벌로 이방인 남자만 보면 색정을 억누를 수 없어 계속 몸을 팔다가 끝내 타향만리 이집트에서 생애를 마친다. 또 다른 딸인 스뮈르나는 아버지에 대한 욕정을 이기지 못해 근친상간의 대죄를 저지르고 아버지의 손에 죽게 된다. 이 근친상간에서 아도니스가 태어난다.
스파르타의 왕 튄다우레스가 아프로디테에게 제사 지낼 것을 거부하자 여신은 그의 딸 헬레네와 클뤼타임네스트라로 하여금 남편을 배신하고 정부와 놀아나게 하였다.
음악의 여신 무사이 중의 하나인 클레이오가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와 사랑하는 것을 놀리자 클레이오의 아들 히야킨토스를 '타뮈레스(Thamyres)'와 아폴론의 남색 대상으로 만들어 모욕을 주었다.
아르테미스만을 진정한 여신으로 받들고 여인들과의 사랑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냥에만 열중하는 오만한 히폴뤼토스를 벌하기 위해 아프로디테는 그의 새어머니 페드라에게 히폴뤼토스에 대한 색정을 품게 한다. 히폴뤼토스는 끝내 보답 받을 길 없는 짝사랑에 절망한 페드라의 모함에 빠져 아버지 테세우스의 저주에 의해 죽게 된다.
아프로디테가 자신의 아들 아이네이아스를 구하기 위해 트로이 전쟁터에 뛰어들었을 때, 여신에게 상처를 입힌 아르고스의 왕 디오메데스도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프로디테의 사주를 받은 디오메데스의 아내 '아이기알레이아(Aigialeia)'는 남편이 전쟁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동안 정부 '코메테스(Kometes)'를 왕으로 앉혔다. 전쟁에서 돌아온 디오메데스는 새로운 왕과 아내의 위협에 못 이겨 이탈리아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아프로디테의 힘은 남을 돕는 데에도 위력적이다. 우선 여신은 자신의 생명력을 발휘하여 판도라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여성다운 아름다움과 매력을 풍기게 하였다.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자신이 나무로 만든 여인상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이 조각에 생명을 주어 여인이 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지성이 지극한지라 여신은 소원을 들어주었다.
바다의 요정 '아르귀라(Argyra)'는 '파트라(Patra)'지방에 사는 미소년 '셀렘노스(Selemnos)'와 꼭 한 번 불 같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그를 버렸다. 그러나 셀렘노스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은 셀렘노스는 비실비실 앓다가 죽고 말았다. 이를 불쌍히 여긴 아프로디테는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 사는 바다를 향해 한없이 흘러 들어가는 강으로 변신시켜 주었다. 그래도 셀렘노스의 슬픔은 커져만 갔다. 보다 못한 아프로디테는 그에게 '망각'을 심어 주었다. 그럼으로써 셀렘노스의 영혼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 후로 사랑에 실패한 남녀가 이 강에 와서 몸을 씻으면 실연의 아픔을 잊을 수 있게 되었다.
'레스보스(Lesbos)' 섬의 뱃사공 '파온(Phaon)'은 여행객으로 가장하고 온 아프로디테를 정성을 다하여 친절히 모셨다. 여신은 그 보답으로 그를 다시 아름다운 젊은이로 만들어 주었다. 그 뒤로 파온은 모든 여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르카디아' 왕국의 공주이자 여자 영웅인 아틀란타는 달리기에서 무적이었다. 그녀는 평생 처녀로 살겠다고 고집했다.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자는 달리기 경주를 해야 했다. 경주에서 이기면 결혼해 주지만 지는 경우에는 목숨을 잃게 된다. 영웅 멜라니온이 아틀란타와 결혼하기 위해 달리기 경기를 했다.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신은 제아무리 강철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갖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황금 사과 셋을 멜라니온에게 주었다. 아틀란타가 앞서려는 순간마다 멜라니온은 사과를 떨어뜨려 경주에서 이겼다. 그러나 결혼을 한 후 그만 아프로디테에게 감사의 희생을 바치는 것을 잊었다. 어느 날 한 신전 앞을 지나다 둘은 갑자기 욕정이 생겨 신전 안에서 관계를 했다. 아프로디테의 농간이었다. 이런 불경을 저지른 죄로 그들은 신들의 저주를 받아 사자로 변했다.
파리스에게 아름다운 헬레네를 넘겨준 것도 아프로디테였다. 메데이아로 하여금 미국에서 온 낯선 남자 이아손에게 마음을 빼앗겨 아버지와 조국을 배반하게 만든 것도, 아리아드네로 하여금 테세우스에게 반하게 한 것도 다 아프로디테의 장난이었다. 아리아드네가 닉소스 섬에서 테세우스의 버림을 받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곧 디오니소스 신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찾아올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준 것도 아프로디테였다
아프로디테의 농간에 빠져 제우스는 수많은 요정과 인간 여성을 쫓아다니느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프로디테의 장난은 점점 더 심해져 도가 지나치게 되었다.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했다. 트로이의 이데 산 근처에서 아름다운 청년 앙키세스가 양을 돌보고 있었다. 제우스는 아프로디테가 이 인간 남성에게 반하도록 만들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앙키세스를 본 아프로디테는 그의 수려한 용모에 반했다. 화장을 고치고 노출이 심한 자극적인 옷을 골라 입었다. 온갖 사치스런 장신구로 단장을 마친 그녀는 노쇄적인 관능미에 넘치는 모습으로 앙키세스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풍기는 그윽한 향기와 아름다움에 앙키세스는 숨도 못 쉴 만큼 압도되었다. 갑자기 누를 수없는 정욕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인간이 아니라 여신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녀가 어느 여신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위해 신전을 짓고 제사를 올릴 테니 부디 트로이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영광을 누리는 용사가 되게 해 주고 자식들이 잘되고 노후까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아프로디테는 그녀의 출현에 주눅이 든 앙키세스에게 자신은 '프뤼기아(Phrygia)'의 왕녀인데 꽃놀이를 하던 도중에 헤르메스에게 납치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헤르메스에게 납치되어 오는 중에 앙키세스의 아내가 되리라는 말을 들었고 자신이 트로말을 할 줄 아는 것은 어려서부터 트로이 여인을 유모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여 앙키세스를 안심시켰다. 만약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내로 맞을 의향이 있다면 부모님들께 전갈을 보내 허락을 받아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또 자신의 부모들이 공연히 걱정할 테니 전령을 보내 소식을 전하면서 자신의 지참금과 혼수품을 보내 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은 이런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난 뒤에 기쁜 마음으로 앙키세스에게 시집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프로디테의 말은 앙키세스의 정욕에 새로운 불을 당겼다. 두려해야 할 여신이 아닌 바에게 장래에 자신의 아내가 될 여인을 못 품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에게 욕망을 느끼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앙키세스는 복잡한 의례가 끝나기를 기다릴 것 없이 아프로디테를 침대 위로 끌어들였다. 침대에는 자신이 사냥에서 잡은 곰과 사자의 가죽이 깔려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고 외면하며 앙키세스가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도록 내버려두었다. 자신이 연출한 연극에서 그녀는 수줍은 처녀 역할을 끝까지 훌륭하게 연기했다. 격렬한 사랑이 끝나자 아프로디테는 앙키세스의 눈에 잠을 불어넣었다. 조용히 일어나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여신다운 위엄도 다시 찾았다. 그리고는 앙키세스를 깨웠다. 천장에 닿을 듯한 여신의 키와 위엄에 찬 아프로디테를 보자 앙키세스는 소스라치게 놀라 여신에게 애원했다. 자신은 처음부터 그녀가 여신임을 눈치 챘었으나 그녀가 달콤한 거짓말로 자신을 속여 어쩔 수 없이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니 부디 용서해 달라. 여신과 사랑을 했으니 자신은 남성의 능력을 잃게 되리란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바라건대 자신을 불쌍히 여겨 남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지 않게만 해 달라고 빌었다. 여신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이 아프로디테임을 밝히고 자신과 사랑을 했다고 남성의 능력을 잃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그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으나 불로(不老)의 몸으로 만들어 줄 수 없어 그렇게 하지 않노라고 일렀다. 대신 우리의 사랑의 결실로 열 달 후에 낳을 아이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 트로이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아이는 태어난 뒤 여신 자신이 요정들에게 맡겨 기르다가 다섯 살이 되는 해에 아버지에게 보내겠다. 누가 아이를 낳아 주었냐고 혹시 물으면 어떤 프뤼기아 여인의 몸에서 얻었다고 대답하라. 다만 여신과 잤다는 사실만은 입을 굳게 다물어 발설하지 말 것이며 만일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게 되리라고 엄중히 타일렀다. 말을 마친 아프로디테는 씁쓸한 마음으로 앙키세스의 오두막집을 떠났다. 이제 여신 자신인 욕정을 못 이겨 인간 남자와 몸을 섞었으니 이런 일로 누구를 비웃거나 비난할 수 없게 된 자신을 자책할 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