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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국내편 3권 초치검의 비밀)-초치검이 비밀(특종을 찾아)

작성자망사빤쥬~♡|작성시간02.12.30|조회수1,641 목록 댓글 0
지박령 전쟁 (초치검의 비밀)





1. 특종을 찾아



안재민 기자는 오늘도 편집국장에게 된 소리를 듣고 풀이 죽은 채로 앉아 있었다. 도대체 요즘은 왜 이리 일이 풀리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제보 전화를 받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보아도, 이미 다른 사의 기자들은 고도의 기동성 (노트북에 무선전화기와 연결된 모뎀으로 바로 원고를 보내는 친구들도 있었다.) 을 살려서 간략하게 편집까지 마친 원고를 송부하고 있곤 했다. 더욱이 워낙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을 지닌 안기자인지라 기사를 작성해도 두번세번 내용을 검토하여 마음에 드는 명(?)문장이 빚어지기 전까지는 도저히 원고를 내밀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을 생명으로 아는 편집국에서는 안기자를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더구나, 안기자 에게는 도무지 상상력이란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건의 내용이나 전후관계의 서술이 매끄럽지 못했고, 제정신이 아니거나 편협된 증인의 말만 너무 믿고 조금씩 방향이 빗나간 기사를 내는 중죄도 몇 번 저질렀었다. 오늘도 안기자는 편집국장에게 '보리자루'니 '돌하루방'이라고 욕을 먹은 후였다.


(으... 이거 원 더럽고 치사해서... 때려 치우던지 해야지...)


애꿎은 담배만 빡빡 피워 물고 있는 안기자의 옆으로 스크립터 김자영양이 캑캑거리며 남들으라는듯 기침을 하면서 지나갔다. 그 심보가 고약하게 여겨졌지만, 이판에 뭐라고 했다가는 괜히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꼴이 될 것이 틀림 없으므로 안기자는 그 좋아하던 담배를 억울하게 장초인채로 요절을 내 버렸다.


(어디 두고보자... 내가 완전한 특종을 하나 때리고 말 테니까...)


편집장이 '안기자는 느리니까 천천히 특집물이나 준비 해 봐...'라고 한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울려왔다. 특집이라... 납량특집이겠지 뭐... 이번에는 좀 독특한 기획으로 5회에 걸쳐 납량특집을 한다고 했다. 이미 몇명의 기자들이 뛰고 있었는데... 그러면 나는 뭐 부록으로 따라다니라는 건가? 아니... 아니... 납량특집? 그러면 귀신 아닌가? 흐흐흐... 그렇다면 그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안기자가 자신감이 가득한 눈으로 편집장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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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야! 너 제정신이냐?]

현암은 전화기에 대고 농담 섞인 (그러나 약간 섬뜩하게 느껴졌다.)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반대쪽에 있을 안기자의 목소리는 아직도 푹 꺼져 있는게, 농담인지 아닌지 잘 구별할 수가 없었다.


[나, 제정신 아니다... 내가 제정신이면 너한테 이런 부탁하겠니?]


[원 참. 될 부탁을 해야 들어주지!]


[아냐... 넌 가능할거야. 너 원래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았고 또...]


[야! 안재민! 너 왜 그래? 내가 귀신이 많이 나오는 곳을 어떻게 안단 말야?]


현암은 조금 긴장이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안기자가 자신의 몇 안되는 절친한 친구라고 할지라도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밝혀지면 정말 곤란해질 것이었다.


[아냐. 너 거짓말하지마. 내가 곰곰히 생각해 봤다. 너 그 동안 이상한 사고나 그런 일이 생기면 꼭 나에게 물어보고 자료도 달라고 하고 그랬지? 그리고 그런 사건들 중 제대로 해결된 사건은 하나도 없었어. 뭔가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와! 이거 사람잡네! 그래, 그러면 내가 무당이란거냐? 훠이 훠이, 잡귀야 물러가라!]


[너 아무리 아닌척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넌 분명 뭔가 있어. 영계나 귀신 같은 면에서 아는 것도 많고... 아마 무슨 능력이 있을거야. 틀림없어... 저번 현웅화백의 초상화 사건...]


[아이고 미치겠네. 내가 그런 힘이 있으면 은행이라도 털지, 방구석에서 룸펜이나 하고 있겠냐?]


현암은 애써서 웃어넘기는 듯 말했지만 머리위에 주르륵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느꼈다. 그러나 안기자는 집요했다. 고교시절의 별명 '아시아의 큰손'이 말해주듯 그 큰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기가 영 힘들 것 같았다.


[야, 그러지 말고 좀 알아봐줘. 네 주위에 그런 거 잘하는 사람 없니? 분명 누군가 있을거 아냐?]


준후가 오락을 하다말고 말똥거리면서 땀을 흘리고 당황하여 몸을 이리저리 꼬면서 웃어대는 현암을 쳐다보았다.


(아이고... 그래, 내 눈앞에 있다. 가르쳐 주랴?)


[그 뭐라더라... 투시력인가 가진 사람 없어?]


[난 무식해서 투시력이란게 뭔지도 잘 모른단다. 유식하신 기자님.]


[그럼 영... 영사라던가? 그런거 하는 사람은?]


[영사? 영화관에서 필름 돌리는 사람은 하나 안다마는...]


[야! 너 정말 그렇게 나올래?]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냐? 와 무섭네????]


[알았어! 어디 두고보잣!]


딸깍하고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나자 현암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기도 모르게 이마에 흘러내린 식은땀을 훔쳤다. 십년감수한 기분이었다. 준후는 그것도 모르는 듯 쫄래쫄래 다가와서는 현암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형? 무서운 전화야? 왜 그렇게 땀을 흘려? 귀신이 전화한거야?]


[차라리 귀신이 낫겠다...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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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어디 두고보자. 배신자! 비겁자! 철면피! 의리가 뭔지도 모르는 놈! 치사하다, 치사해... 옛 친구의 부탁을 콧방귀로 흘려버려? 제길...]


안기자는 공중전화박스를 나서며 문을 쾅 닫고 싶었지만 (영화에서처럼) 닫을 문이 없었다. 안기자는 다시 한 번 뜻 모를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정처없이 터미널로 발길을 옮겼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으니 5일만 기다리라고 편집장 책상까지 한 번 치고 나왔는데... 처음부터 일이 제대로 풀리는 것 같지 않았다. 믿었던 현암을 들쑤셔서 엄청 무서운 납량특집거리를 특종으로 실어보겠다는 그의 야무진 꿈 (편집장이 딱지 놓을 것에 대비하여 감동적인 연설문까지 미리 준비했었는데...) 은 이제 어떻게 하라고...


터미날 매표소에 실어다 준다는 곳은 많이도 써있었지만 정작 안기자가 갈 곳은 없었다. 터벅터벅 여기저기 신경질적인 발걸음을 옮겨다니는 안기자를 사람들은 슬금슬금 쳐다보면서 길을 비켰다. 아마 안기자가 험악하게 생겼다기보다는 등에 멘 카메라와 녹음장비등이 뭔가 말해주는 것이 있어서 였을 것이다. 한참 돌아다니던 안기자의 눈에 잡지와 신문 등속이 잔뜩 꽂혀있는 진열대가 보였다.


(음... 그래... 때는 바야흐로 한 여름... 아마도 그런 류의 기사들이 많이 나와있겠지? 재탕이 되더라도... 잘 캐내기만 하면 그럴듯해 질 수 있겠지!)


마음을 굳힌 안기자는 여자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잡지 나부랭이를 한아름이나 사가지고 대합실에 앉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화를 가라앉히지 못해 씩씩대면서 잡지를 뒤적거리는 그의 모습은 가끔씩 지나는 사람들의 오해를 사서 눈길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거다!]


안기자는 사진에서조차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듯한, 어느 백골 무더기가 나온 페이지에 눈을 고정시켰다.


-...강화도 ###에서 공사중 우연히 발굴된 이 백골무더기는 그 수효가 500이 넘으며, 같이 묻혀있던 병장기류나 갑옷등으로 볼 때, 아마도 고려조때 침범했던 왜구들이 집단으로 매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그래, 이거다. 500명이 넘는 왜구들의 죽음. 역시 인과응보는 존재한다... 이거지? 그 놈들이 우리 나라를 침노했다가 산신령 같은 초자연적인 힘으로 몰살했다는 증거가 나오게 되면...)


안기자의 머릿속에 시나리오가 짜여져 갔다. 어차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고, 적절히 스토리에 맞도록 증거를 수집하면 하나의 멋진 스토리가 나가게 된다... 그리고 ... 흐흐흐... 안기자는 그 문제의 잡지만 빼고 나머지 책들을 쓰레기통에 넣고는 강화도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그가 만나게 될 것이 어떤 것들인지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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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털털한 느낌을 주는 버스 안에서 안재민 기자는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잡지의 기사를 읽었다. 강화도라... 잡지의 기사에 의하면, 발굴된 백골들의 옆에는 병장기와 갑옷들이 많았고, 그 복식으로 보아 왜구들일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고려조때'라고 간략하게 나와있었다. 고려조라. 고려조면 어느 때인지도 써 놓았어야 할 거 아냐? 보아하니 고증도 하지 않고 그냥 급하게 납량특집 기사로 쓴 모양이었다. 고려조 때에 강화도라... 강화도는 일본쪽에서 보면 상당히 긴 거리를 여행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단순한 왜구들이었다면 그렇게 먼거리를 돌아 강화도로 쳐들어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기자는 희미하게 나온 흑백사진에 초점을 모아 백골 곁에서 살짝 나온 칼의 모양을 살폈다. 날이 2개면 검(劍)이라 했고, 날이 하나면 도(刀)라 한다. 사진에 나온 칼의 모양은 끝이 둥그스름하고 가운데가 아닌 한쪽 귀퉁이가 뾰족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일본도였다. 우리 나라는 도 보다는 검을 주로 사용했고 중국은 모양이 크고 투박한 도를 사용했으므로 백골들의 정체가 일본인, 그것도 왜구들이라는 이 잡지의 주장은 옳은 듯 했다. 그러나 고려조라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왜구의 침략은 고려 말부터 조선조 초기까지 계속 되어서 임진왜란 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고, 고려의 붕괴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이 왜구들의 잦은 습격으로 인한 사회의 피폐였다는 것도 역시 안기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음... 고려조 때, 특히 여-원 연합군이 일본을 공격하다가 일본인들이 소위 카미카제 (신풍: 神風) 라 일컫는 태풍으로 인해 괴멸된 일이 있었다. 그 이후 왜구의 침입은 부쩍 증가되었고, 왜구들은 교동, 강화까지 침노한 적이 있었다는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났다. 그것이 아마 공민왕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잡지사의 기자도 제대로 추리를 한 거군... 허나...)


안기자는 왠지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밑에 나온 구절 때문이었다.


-...500구가 넘는 백골들은 모두 온전한 상태로 동쪽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있었으며 보존 상태도 아주 좋아서 학계의 연구 대상으로 좋으리라 생각된다...


온전한 상태... 기사를 그대로 믿는다면 그들은 모두 온전한 상태라 했다. 옛날 전쟁, 칼과 창과 돌로 부수고 때리는 전쟁에서 모든 유해가 온전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전쟁이나 싸움으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러면 500명이나 되는 난폭한 왜구들, 그것도 먼길을 와서 강화도까지 도착할 정도로 능수능란한 기술을 가진 자들을 뼈에 흠도 내지 않고 몰살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은 그들이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몰살된 것이라 했지만, 그건 스스로도 믿지 않는 이야기였으니 일단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면? 독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음. 분노한 민간인들이 음식이나 물에 독을 풀어 원수인 왜구들을 몰살시키다. 그것도 괜찮은 추리였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정말 그들이 왜 모두 죽어서 한데 묻히게 되었는지, 그것도 동쪽으로 가지런히 머리를 두고 매장되었는지는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칼이나 갑옷 같은 귀한 쇠붙이로 된 전리품들을 그냥 같이 묻어 주었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옛날엔 쇠붙이가 귀한 것이었으니... 그리고 거기다가 가지런히 매장을 한다?


안기자는 상상의 나래를 펴 보았다. 왜구의 일단이 몰려왔다. 주민들은 그들에게 복종하는 척 하고는 그들을 접대하는 음식에 독을 탄다. 속아 넘어간 왜구들은 모조리 몰살된다. 그런 그들을 주민들은 가엾게 여겨서 죽은 그대로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해주어 매장한다... 낭만적인가? 아니, 말이 되지 않는다. 려말 선초에 이르기까지, 왜구들의 약탈로 입은 우리 나라 백성들의 피해는 엄청났다. 그런 그들에게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리 없었다. 아니, 당시 백성들의 생활의 궁핍상으로 볼 때에도 칼이나 갑옷 같은 고가의 기물들을 그런 연민의 감정 만으로 부장품화 시켰을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공민왕 때는 외환이 극심하여 나라가 극도로 피폐해 진 시기였다. '인상식'(人相食)... 사람이 굶주림에 못 이겨 서로를 잡아먹고 어린 자식을 차마 잡아먹을 수 없어서 옆집의 자식과 바꾸어 잡아 먹었다는 기록... 아니, 그건 삼국시대 이야기 던가? 아무튼 곤궁 이라는 적은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한 양상을 지닌다. 그런데 그 비싼 칼과 갑옷을 묻어준다? 그리고... 거기다가 침략자에 대한 연민이라? 공민왕기, 홍건적의 1차 침입으로 서경이 함락되었을 때, 홍건적의 수효는 물경 4만을 헤아렸다고 한다. 명장 이방실(李芳實)의 지휘로 서경이 탈환된 뒤 쫓겨 돌아가는 그들을 고려군은 끈질기게 추격하여 복수전을 벌였고, 4만의 홍건적은 모조리 주살 되어 300명도 채 남지 않았었다. 그 정도로 외적에 대한 복수심은 고려 때 강했었다. 안재민 기자는 대학 때 역사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런 외적들을 섬멸한 부분들을 가장 통쾌하게 여겼고, 잘 기억해두고 있곤 했다. 그런데... 몰살된 왜구들을 정성들여 장사 지내준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들은 전멸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깊은 땅속에 파묻히게 된 것일까?


스스로 스토리를 지어내려던 생각은 이제 까마득히 잊혀져 갔다. 자기도 모르게 뒤쫓게 된 역사의 실마리라고 할 것에 안기자는 스스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비밀이 있을거야. 꼭 납량특집이 아니면 어때?)


스스로 찾아내어 추리를 해낸것이 무척이나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안기자는 고개를 들어 몇번 움직여 보았다.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였는지 목에서 우둑우둑하는 뼛소리가 났다. 길이 낡아서 인지 털털거리는 차안의 정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음?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


안기자의 자리로부터 앞으로 두 자리를 건너 앉아 있는 네 사람의 행색이 다소 기이했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보니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에 하나같이 흰 광목천을 붙들어 매고 있었고 남자들인 것 같았는데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했다.


[음? 도닦는 사람들인가?]


넷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안기자는 궁금하여 앞으로 가서 자세히 볼까하고 엉덩이를 들다가 왠지 좀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제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뒤를 둘러보는데 뒤에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여자였다. 버스의 맨 뒤 다섯 자리 중에 가운데에 앉아있어서 몸까지 다 보였다. 조금 싸늘해 보이는 인상이었으나 꽤 예쁘고 키는 작은 듯 했으나 몸은 호리호리하여 꼭 소녀 같았다. 그러나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얼굴에 풍기는 인상은 너무도 엄숙하고 무거운 듯이 보였다. 그 정도면 뭐 이상할 것도 없었으나 안기자의 자칭 예리한 눈에 다시 희한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듯 했으나 고개도 숙이지 않았고, 자세히 보니 등도 기대지 않고 있었다. 꼿꼿한 자세로 몸을 곧추세우고 있었는데 차가 덜컹거려도 신기하게 상반신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눈을 돌린 안기자는 앞에 앉은 네명의 머리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뭔가 수상했다. 보통 사람들은 아닌 듯 했다. 더욱이 뒤에 앉은 여자는 뭔가 1미터는 넘을 직한, 길쭉한 보따리 같은 것을 몸에 기대어 놓고 있었다. 뭐 그렇고 그렇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 안의 내용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그런 모양을 지닌 물건 중 예쁘게 차린 여자가 가지고 다닐만한 물건은 없는 듯 했다. 지팡이? 말도 안되고... 몽둥이? 엽총? 아니, 총이라면 개머리판이 있을 것 아닌가? 그러면...?


안기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물건은 하나밖에 없었다. 안기자는 까닭모를 두려움 같은 것을 마음속에 안고 그 여자에게 기대어져 있는 보따리 안의 물건의 모양을 찬찬히 뚫어보기 시작했다...


틀림없었다. 사각형에 가까운 단면에 5센티, 1센티 밖에 안되는 두께... 1미터가 넘는 긴 길이... 그리고 위에서 25센티쯤 되는 곳에 불쑥 튀어나온 돌기... 그것은 사극이나 무협지에서만 봐오던 장검이 틀림없었다... 저 가냘프고 호리호리한, 예쁘게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장검을 들고 있다니...


안기자는 떨리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눈 앞에 쭉 앉아있는 네명의 인물들도 미동도 않고 있었다. 안기자는 불현듯 이들도 자기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까닭없이 무서웠다.


차는 이제 굽이를 돌아 안기자의 목적지인 ###에 거의 다 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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