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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쌍둥이 동포자매 살해미수 사건’전말

지나한(한국명:한진영)
1996년 미국 LA 인근에서 쌍둥이 언니의 아파트에 새로 배달된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옷가지 등을 청소년 2명과 함께 찾으러 갔다가 언니를 죽이고 토막, 유기하려 했다는 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동생이 언니를 죽이려했다?
3세의 어린 나이에 엄마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쌍둥이 자매 서니 한과 지나 한. 백인들과 당당하게 겨뤄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등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두 자매가 지금은 살인혐의자와 그 피해자로 갈라섰다.
‘동생이 쌍둥이 언니를 죽이고 언니 행세를 하려 했다’는 것이 혐의의 내용이다. 추리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극적 스토리 때문에 지금 미국에서 제2의 OJ 심슨 사건’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심이 대단하다.
글·김지현(미국LA 라디오 프리 아시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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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 살해미수 사건’은?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에까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소위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 사건’(Twin Murder Plot Trial)은 한국계 20대 쌍둥이 자매가 주인공이어서 97년 한햇동안 미주 동포사회의 최대 법정스토리가 됐으며 국내에까지 파장을 미쳤다.
지난해(1996년) 11월15일 미국 서부지역에서 LA 다음으로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오렌지 카운티 경찰이 처음으로 재미동포 쌍둥이 자매간의 살해공모 미수사건을 발표하자 지역신문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가 사건을 다루기 시작해 점차 미국 주요 미디어가 다투어 보도함으로써 세계각국으로 퍼져나갔다.
경찰이 발표한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쌍둥이 동생 지나 한은 10대 청소년 두 명을 데리고 샌디에이고에서 지난해 11월6일 하오 3시20분쯤 언니 서니 한이 거주하고 있는 오렌지 카운티 어바인(Irvine)시 ‘산 마르코스 아파트’에 도착했다. 당시 지나 한은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대기시킨 자동차에 있었으며 흑인계 아치 브라이언트(16세)와 동양계 존 세이러스(15세) 등 두 명이 잡지 외판원으로 가장해 서니 한 집을 침입했다.
이들 10대들은 먼저 서니 한과 함께 살고 있던 헬렌 김씨를 권총으로 위협해 입을 봉하고 결박했다. 이때 방안에 있던 서니 한은 거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해 휴대전화로 경찰에 긴급 신고했다.
결국 서니 한도 10대들에게 잡혀 헬렌 김씨와 함께 결박당한 채 욕실에 갇히게 됐지만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게 아치 브라이언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한편 동양계인 존 세이러스와 지나 한은 현장에서 달아나 이날 밤 샌디에이고 공항근처 렌터카 회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 세 명을 수사한 결과 지나 한이 10대 소년 두 명과 공모해 서니 한을 죽이려 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경찰당국은 한국계 쌍둥이 동생 지나 한(당시 22세·한국명 한진영)이 쌍둥이 언니 서니 한(한국명 한은영)을 죽이려 했던 동기에 대해서 전과자인 자신의 신분을 없애기 위해 언니 대신 행세하려고 했다고 발표해 미국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나 한은 이 사건 6개월 전에 언니 서니 한의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 그리고 은행예금증서를 훔친 혐의로 복역중이었으며 형기만료를 남기고 갱생프로그램 중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일란성 쌍둥이 간의 반목과 경쟁관계를 테마로 한 영화가 있어 ‘Good Twin(좋은 쌍둥이)’과 ‘Bad Twin(나쁜 쌍둥이)’으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이번 쌍둥이 자매사건을 두고 일부 미국언론들이 지나 한을 ‘Evil Twin(악한 쌍둥이)’ 그리고 언니 서니 한을 ‘Good Twin(선한 쌍둥이)’으로 지칭해 보도했다.
이들 쌍둥이 자매들의 성장과정도 굴곡이 많았다. 한국에서 5분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는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닌 혼외관계를 맺었던 가정에서 출발했다. 아버지 허모씨와 어머니 김모씨를 둔 이들 자매는 13세때 친 아버지와 이별하고 계부 한씨 성을 지니고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어머니가 도박에 빠져 이들 자매를 돌보지 못했으며 이들은 샌디에이고 근처 캠포 시에 살고 있는 어머니 친구집에서 위탁양육됐다. 그곳에서 사춘기를 보내면서 마운트 밸리 엠파이어 고교를 다녔는데 둘다 학업성적이 높아 졸업 때는 나란히 최우등상을 받아 이번 사건이 더 화제를 뿌린 것이다.
증언 앞두고 자살소동 벌인 언니
고교졸업 이후에 언니 서니 한은 LA 근처 라번 대학에 입학했으며 동생 지나 한은 약사가 되기 위해 그로스만트 대학에 진학해 나름대로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곧 학업을 포기하고 둘은 돈을 벌기 위해 도박장 등 향락업소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6개월 전 잠시 함께 살았던 LA 인근 플라센티아의 경찰관계자는 “이들 자매가 피를 흘릴 정도로 싸움을 해 출동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밝혀 자매 서로가 증오심의 대상이 됐다는 인상을 남겼다.
사건발생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우여곡절 끝에 인정심문, 재판전 심리, 예비재판 등을 거쳐 이 사건의 결말을 보게 될 본재판이 지난 10월30일 개정되자 오렌지 카운티 산타아나법원 28호 법정은 미국을 비롯해 외국특파원 등 연일 취재진으로 붐볐다.
여성법관인 에일린 무어 판사 주재의 쌍둥이 자매사건 심리는 개정초부터 검찰측 브루스 무어 검사와 변호인측 로저 알렉산더 관선 변호인간에 불꽃튀는 법정공방을 펼쳤다.
12명의 배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측은 지나 한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진행시켜 왔다고 증인들을 동원했으며 변호인측은 피고가 언니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 팽팽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재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언니 서니 한은 변호인들의 최종변론 과정에서 자매가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이야기가 나오자 피고석의 지나 한과 함께 눈물을 흘려 방청석을 한때 숙연케 만들었다.
한편 서니 한은 이틀째 증언을 앞두고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증언대에서 실신상태에까지 이르러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3일간 치료를 받는 ‘자살미수 소동’을 야기시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또다시 받았다.
이 재판에서 미국 메이저 TV 방송인 ABC, CBS 그리고 NBC 계열의 방송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 등 주요신문사와 <피플>지 등 주간지 그리고 프랑스 주간지와 일본의 후지 TV 등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히 법정사건만 전문으로 다루는 코트 TV(COURT-TV)사는 재판 심리과정을 생방송으로 중계했으며 OJ심슨 재판과 같이 법률전문가들을 동원해 이슈마다 해설과 분석을 곁들여 논평까지 보도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루었다.
또한 할리우드 프로덕션에서도 관심을 보여 서니 한에게는 일부 영화사에서는 최고 30만달러의 계약조건을 교섭하고 있다. 물론 지나 한에게도 여러 영화업체에서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나 당사자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 사건’의 주인공 지나 한(23세)이 수감되어 있는 ‘오렌지 카운티 구치소’는 오렌지 카운티의 산타아나 시에 자리잡고 있다. 산타아나 시는 LA에서 동남쪽으로 약 46km쯤 된다. 일주일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만 면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날이 되면 아침 일찍 면회자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두 개의 창구에서 접수를 받은 교도관들은 면회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후 다시 면회시간을 지정해 주는데 보통 한시간에서 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지나 한이 쌍둥이 언니 서니 한을 살해하려다 어바인(Irvine) 경찰에게 체포된 지 한달이 좀 지난 지난해 12월8일도 다른 주말때와 같이 구치소 빌딩은 면회자들로 꽉 차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선 구치소 면회를 하루에 단 한번밖에 못하게 되어 있으며 두 사람까지만 면회가 가능하다. 벌써 두 번씩이나 면회거절을 당한 기자는 이날도 별 희망없이 두어 시간을 보내며 교도관이 이름 부르기만을 기다렸다.
이곳 면회 대기실에선 종종 10대 엄마들이 두서너 명의 어린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거나 또는 손잡고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이 많이 보인다. 어깨까지 다 드러낸 상의를 입고 과일 샐러드를 먹는 여자, 슬리퍼를 신은 또다른 여자는 TV 가이드 잡지에 나온 낱말퍼즐을 풀고 있었다. 모두들 자신들의 면회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때우고 있는 것이다.
구치소의 규정에 따라 면회시간은 30분을 넘지 못하며, 면회실 안은 한 번에 여덟 명의 면회자들이 수감자와 만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전화를 하게끔 되어있다.
“안녕하세요,” 지나 한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슬쩍 인사를 건넸다.
남색 미결수 복장에 왼쪽 손목에는 1716265라고 쓰인 수감번호가 눈에 띄었다. 힘들게 얻은 면회이기 때문에 되도록 기분을 언짢게 하고 싶지 않아 ‘기분이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이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있을 때 교도관의 부름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가 교도관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어떨 땐 밥을 못먹을 정도로 눈치를 주고 벌을 세우기도 하는데 여기서 벌이라고 하는 것은 구치소 밖으로 전화사용을 금하는 것과 텔레비전을 못보게 하는 것이다.
● 살인용의자 지나 한 옥중 면회기
지나 한은 살인공모, 불법감금, 불법무기소지 등 6개 항목의 혐의로 감금되어 있는데 유죄가 인정되면 25년 내지 종신형까지 선고받게 되었다. 그는 좋은 변호사를 찾아 우선 보석을 허가받기를 기대했으나 예심법정에선 기각됐다.
그는 하루에도 기자, 심리학자, 박사, 목사, 변호사 등이 전화, 편지 또는 면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이들에게 고맙게 여겨 답장도 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체포된 이후 여러 언론에서 ‘한’ 쌍둥이 자매를 성경에 나오는 선과 악으로 비유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자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를 포함한 TV 토크쇼, 잡지사에서 이들 자매에게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루 아침에 ‘스타’가 돼버린 셈이다. 지나 한은 처음 한달동안 1백여 통이나 되는 편지에 답장해 주느라 팔이 다 아프다고 했다.
면회 첫날 지나 한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짧게 회고했다. 지나와 서니는 태어나자마자 서니는 외할머니가, 지나는 친할머니가 맡아 키웠다. 3살이 되던 해 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세 사람은 ‘한’자매가 13살 되던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이들 자매는 다시 어머니와 헤어져 샌디에이고에 사는 어머니의 친구집에서 2년동안 위탁양육되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제가 나쁜 동생이라고 욕할 거예요. 이곳 감방에서 신문, TV에 나온 저에 대한 기사를 다 읽어 봤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억울하고 창피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다 없어져요.” 체포된 이후 언론에 ‘악한 쌍둥이(Evil Twin)’로 불리며 선정적으로 보도되어서인지 그는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에 예민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서 피고인들이 매스미디어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 이유는 재판관례상 12명의 배심원 평결이 그들의 유무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에서 그에 대한 소개를 비판적으로 다루었을 경우 당연히 배심원들은 피고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모든 신문사와 TV가 다 망했으면 하는 심정이에요. 저 상처 많이 입었어요. 하지만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참고 재판날을 기다리는 수밖에…”라고 원망했다.
그런 지나 한이 한번은 구치소의 하루 일과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아침 4시에 기상. 점호를 한 후 아침식사를 하지만 잠이 많은 나는 식사는 거르고 다시 잔다. 11시쯤 다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잡지 신문을 본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배가 고파지면 군것질을 하는데 과자나 컵라면 또는 생활용품을 일주일에 한 번씩 구치소당국에 주문해 살 수가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스턴트 음식들 때문에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었으면 좋겠다.
밤 11시가 되면 구치소는 소등을 한다. 취침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되면 36명의 여자들이 기거하는 감방에선 웃지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키스를 하는 레스비언들이 있는가 하면, 침대커버로 패션쇼를 하고, 두루마리 휴지로 공놀이를 하는 등 새벽4시까지 부산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쌍둥이 언니 서니 한을 살해하려는 혐의를 받고 수감된 지나 한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고는 언니밖에 없다며 가끔씩 서니 한에 대한 추억을 더듬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언니 은영이에요. 은영이는 가슴깊이 알 거예요. 예전에 같이 살 때 은영이가 만들어 주던 김치찌개, 제가 만든 김치볶음을 서로 나눠 먹으면서 살던 때가 그리워요.”
하지만 구치소에서 서니와 전화통화로 계속되는 말다툼은 지나 한에게 미운 감정을 또다시 싹트게 했다. 재판에서 지나를 도와주겠다던 서니는 지금까지 세 방송사 TV 토크쇼에 출연해 출연료를 챙기는 데 급급한 인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애증이 교차하는 심정 보여
“그래도 설마 했는데… 제가 바보예요. 전 은영이가 절 도와주는 줄 알았어요. 지금 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제 가족이 저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은영인 제가 감옥에서 고통받는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심한 말을 하고 화났다고 전화를 끊어버리는지.” 지난 일년동안 어머니와 언니가 면회온 횟수는 세 번뿐이라고 그녀는말했다.
지난 1년동안 기자는 15회에 걸쳐 지나 한을 면회했으며 그녀로부터 20통 이상의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혐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를 피했다.
지난 10월30일 본재판이 열리기 일주일전 지나 한은 드디어 재판날이 다가왔다며 결판을 보게 되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동료죄수들로부터 공책에다 사인을 받고 있다며 재판에서 이긴 후 석방되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10월30일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 사건에 대한 본 재판이 시작됐다. 평결을 내릴 배심원들은 남녀 각 여섯명으로 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나이 30대에서 50대 사이의 동양계 한 명을 포함한 백인들로 구성됐다. 검사측에선 8명의 증인들을 동원한 반면 변호인측에선 증인들을 세우지 않았다. 지나 한은 지난 10월 중 면회 때 자신의 유무죄를 평결해줄 배심원에 대해 학생이나 젊은층이 유리할 것 같지만 현재의 배심원단도 나쁘지 않다고 변호사가 설명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재판이 생각했던 것보다 잘돼가는 것 같다고 안도감을 표했다.
한편 재판 이틀째 되는 날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서니 한은 전날밤 어머니와 심한 언쟁을 한데다 남자친구와 싸움 끝에 헤어지게 돼 홧김에 수면제를 과다복용, 자살미수극을 벌였다. 다음날 아침 9시에 증언대에 서게 될 서니 한이 30분이 초과되어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검찰측에선 경찰을 보내어 서니 한을 데려왔으나 전날 단정했던 모습과는 달리 검찰석에 선 그녀는 몸을 떨면서 자신을 가누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서 지난 11월7일 기자에게 보낸 글에서 지나 한은 “너무 놀랐어요. 얼굴에 화장도 안하고 입은 벌린 채 바르르 떠는데 꼭 미친사람 같았어요. 처음엔 술에 취했나 했어요… 아무튼 전 그런 은영이를 여태껏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지나 한은 “(미결수 감방에서) 은영이를 기다리면서 잠시 울었어요. 속상하고… 무섭기도 하고”라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를 항상 염두에 두는 지나 한은 기자와 면회할 때마다 신문기사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배심원들의 평결에 가해질 영향 때문인지 미언론에도 큰 관심을 보이나 특히 한국미디어에서 쌍둥이 자매사건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보도하는지 매우 궁금하게 생각했다.
최종공판을 앞둔 지난 11월16일 일요일에 오렌지 카운티 구치소를 찾아 3시간을 기다린 끝에 지나 한을 만났다. 지난 2주동안에 이른 아침부터 재판에 참석해 피로감이 가시지 않은 듯 그녀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 지나 한은 30분간의 면회에서 그동안 법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종합해 얘길하는가 하면 마지막 공판날엔 증언대에 직접 나가 자신의 입장을 속 시원히 말하고 싶었지만 변호인단의 작전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나 한은 이번 재판에서 이기고 나오면 내년 ‘할로윈 데이’에는 기자와 같이 분장하고 유령의 집 파티에 가자며 곧 구치소가 아닌 바깥에서 만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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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쌍둥이 재판 구명운동 잘못됐다
연합뉴스 | 입력 1998.05.09 10:19
(로스앤젤레스=연합) 李鈴壬특파원= 지난 96년 11월 사건 발생후 1년6개월이나 끌어온 `쌍둥이 자매 살해미수 사건'이 8일 주범으로 기소된 지나 한씨에게 최저 징 역26년, 최고 무기형이 선고됨으로써 일단 막이 내렸다.
사건 발생 당시부터 `착한 언니, 나쁜 동생' 쌍둥이라는 극적인 소재로 미국은 물론 영국과 일본 등 국제언론에까지 선정적으로 보도돼온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지나씨에게 유죄평결이 내려진 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자매사이의 갈등이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왜곡된채 부각됐다"는 동포 사회의 여론을 불러일으켜 구명 운동으로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와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등은 아일린 무어 판사 앞으로 편지쓰기 운동을 전개, 선처를 호소하는 5백여통의 편지가 판사에게 전달됐으며 관선 변호인인 로저 알렉산더 변호사는 선고공판을 하루 앞두고 한국의 법률소비자연맹 김대인 총재가 한국에서 가져온 수천명의 재심요청 서명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피고측 변호인이 검찰의 기소사실을 뒤집을 결정적인 반증을 제시하지 못했고 공범인 아치 브라이언트(18)와 존 세이러스(16)의 변호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지나씨가 미성년자들을 사주해 살해 공모라는 중대한 범죄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했으며 검찰측은 상세한 증거 도표까지 마련해 지나씨의 범죄사실을 조목조목 강조함으로써 배심원단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변호인은 또 전략의 하나라면서 지나씨 본인에게 단 한 차례도 증언할 기회를 주지 않아 지나씨는 선고 공판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는 절대로 언니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직접 말할 수 있었다.
더구나 법률소비자 연맹 대표와 한인 목사의 구명발언은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난 모호하고 감정적인 호소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포함돼 오히려 좋지 못한 인상을 주었고 변호인측 마지막 증인인 정신과 의사들의 피고인 정신감정 보고도 "충동적, 반사회적 행동"의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비정상적 정신상태에서의 행위임을 입증하지 못해 최소한의 감형도 끌어내지 못했다.
객관적.과학적인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조건 감정에 호소하는 식의 구명운 동이 결국 이민사회의 자기위안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명백히 드러낸 재판이었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