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마지막 인생숙제, 아름다운 상납
“과장님께서 그러시면 안 되죠?”
“뭐가 안 돼?”
“방금, 상납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게 어때서?”
“상관이 부하에게 상납하라고 하시는 건 불법이잖아요?”
“자네 지금 뭘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잘못 이해한 것 없습니다.”
“아니야. 있어.”
“뭘 잘못 이해했다는 겁니까?”
“상납의 의미에 대해서 잘못 이해한 거야.”
“아닙니다. 상납이 뭔지 잘 압니다.”
“그래? 뭔가?”
“윗사람에게 돈 바치는 것이잖습니까?”
“물론 그것도 상납이지. 그러나 다른 의미의 상납도 있어.”
“어떤 상납입니까?”
“상납을 국어사전에서는 ‘윗사람에게 금품을 바침’이라고 풀고 있어. 그러나 한 자 한 자 따로 풀면 그 의미가 좀 달라. 위 ‘상’(上)에 바칠 ‘납’(納)이란 말이야. 돈이라는 말은 없어. 그러니까 꼭 돈이 아니어도 된다는 이야기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저는 상납이라고 하면, 돈과 관련된 것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거야. 적어도 내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거려서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란 말이야. 여기에는 자네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 동료들도 여럿 있잖아. 그런 자리에서 내가 공개적으로 상납을 하라고 했는데, 그 상납의 객체가 돈일 수는 없는 거지.”
“말씀 듣고 보니 이해가 될 듯합니다. 그럼 과장님께서는 무엇을 상납하라고 하신 겁니까?”
“땀을 상납하라고 한 거야. 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지금의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전신인 서울지방검찰청남부지청 총무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국가공무원 9급의 검찰서기보 계급인 소속 부서 어느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가 대충 그랬다.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땀 흘려 수고해준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상납’이라는 화두를 꺼내서 ‘땀’으로 연결시킨 것이었다.
그 대화 끝에, 내 그 직원을 비롯해서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동료 직원들 모두에게 ‘아름다운 상납’에 대한 3분 특강을 했었다.
“국장님!”
지난 2019년 8월 1일 목요일의 일로, 오후 1시쯤 해서 서초역 4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중에, 뒤에서 그렇게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귀에 익은 음성이어서, 휙 뒤돌아봤다.
낯익은 얼굴 여럿이 거기에 있었다.
그 열흘 전인, 7월 20일 토요일에, 대검찰청 예식장인 예그리나홀에서 우리 막내아들 장가보내는 혼사를 치를 때, 그때 그 혼사를 위해 애써준 대검찰청 직원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지난날 바로 그 ‘아름다운 상납’에 대한 특강 때에,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직원이었다.
그 직원의 애씀이 특별히 컸다.
그 애씀으로 여느 호텔에서 치르는 예식보다 더 훌륭한 예식을 치러냈다.
다들 그러기를 차려낸 음식도 고급호텔 뷔페식당의 것 못지않다고, 칭송이 자자했다.
그 직원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혼사 당일에 직접 발걸음해서 면전해서 축하해주기까지 했다.
그날의 특강에서 잇고 이은 인연의 열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