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의 아침, 그리고 벗들과의 하루
새날이 밝았습니다.
꽃지해수욕장 앞 아일랜드 리솜 9층 객실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맑은 공기와 함께 넓은 바다를 바라봅니다.
이름 모를 여객선 한 척이 조용히 지나가고, 바다에는 부표 몇 개만 떠 있습니다. 해변에는 홀로 산책하는 사람 몇 명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인이 보일 뿐, 꽃지의 아침은 참으로 고요합니다.
우리 네 친구 가운데 두 사람은 바닷가로 무엇인가를 하러 나갔고, 둘만 남은 객실에서는 몇 마디 정담을 나누며 오늘 하루의 일정을 천천히 그려봅니다.
어제는 문경에서 올라온 두 친구와 당진에서 만났습니다. 먼저 심훈기념관을 찾았습니다. 문학뿐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환영받았던 천재 작가 심훈.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지금은 치료가 가능한 장티푸스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에 마음 한편이 숙연해졌습니다.
이어 삼길포항에 들렀고, 오래전부터 꼭 가 보고 싶었던 천리포수목원도 찾았습니다. 평생 식물을 사랑한 민병갈 박사가 만든 수목원에는 처음 보는 나무와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식물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절로 궁금해졌습니다. 이름만 듣던 후박나무도 직접 보고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입장료 만 원, 경로 할인까지 받아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근처의 만리포해수욕장과 백리포, 십리포는 이번에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다음 만남을 위해 남겨 두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안흥항에도 들렀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작은 포구 하나도 스쳐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꽃지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해 질 무렵, 꽃지 앞바다에서 만난 선셋은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그 속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은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 6월의 어느 아침 7시 10분.
리조트 9층 창가에서 조용한 꽃지 바다를 바라봅니다. 친구와 함께한 하루가 지나고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순간을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바다는 말이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친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