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열정이 다하고(All Passion Spent)》를 읽으며
영국 소설가 비타 새크빌웨스트는 이 작품에서 88세의 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세웠습니다.
평생 총리의 아내로, 남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던 데보라 레이디 슬레인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자녀들의 간섭과 사회적 굴레를 거부하고 작은 집으로 홀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젊은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어머니도 아닌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늦은 나이에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나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어서는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생계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가장으로 살다 보니 정작 '나는 누구인가'를 묻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여든의 문턱에 선 저 역시 다시 생각합니다.
남은 세월은 남의 기대를 채우기보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친구들과 정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내 삶으로 채우고 싶습니다.
주인공은 88세에 시작했지만 우린 아직 80살 전후입니다.
80살은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출발선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각자의 '자기만의 방'을 하나씩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인생만큼은 세상의 역할이 아닌 진짜 나 자신을 찾아,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아를 찾기에는,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